(책꼬리단상) 숨기고 싶은 비밀
레슨 인 케미스트리
[숨기고 싶은 비밀]
그래서 캘빈은 아직 죽지 않은 아버지 이야기를 엘리자베스에게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혹시나 옛날 펜팔 친구와 같은 반응을 보이며 그녀가 자신을 떠나면 어떡하나, 아니면 예전에 주교가 말해준 자신의 치명적인 단점, 즉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진저리나는 존재였다는 걸 그녀가 갑자기 깨달아버리면 어떡하나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외면과 내면이 모두 못난 캘빈 에번스라고 생각하면 어쩌나. 엘리자베스는 이미 청혼도 거절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지금 와서 이야기한다 해도 엘리자베스는 왜 이제껏 아무 말도 없었느냐 물을지도 몰랐다. 또 이야기하지 않은 건 뭐가 있느냐고 물어볼 수도 있기 때문에 그건 위험한 짓이었다.
그래, 세상에는 말하지 않는 게 나은 것들도 있다. 게다가 엘리자베스 역시 자기 프로젝트 문제를 계속 숨기고 있었잖아?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혼자만의 비밀이 있을 수 있다. 그건 당연하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 1 | 보니 가머스 저/심연희 역)
사람은 아마도 누구나 그런 비밀. 타인에게 절대 알려쥬고 싶지않은 비밀이 히나쯤 있을 것이다.
비밀은 결핍한 것이나 연악한 것 또는 부정한 것에 뿌리를 둔다.
숨기고 싶은 약점이나 결코 공개되어서는 안 된디고 생각하는 과거 흑역사, 소개하고 싶지 않은 가족도 포함된다. 혼자만 알고 있어야 하는 속 질병이나 몰래 저지른 잘못한 일, 범죄 같은 것도 포함될 수 있겠다.
물론 기쁨, 즐거움을 동반하는 비밀도 있긴 하다. 가령 연애를 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알면 곤란할 경우, 당분간 비밀을 유지해야 한다.
눈치를 챘는가. 당분간.
그러니까 비밀은, 단기성 비밀과 장기성 비밀 또는 영구 비밀로 나눌 수 있겠다. 어쨌든 단기성 비밀, 잠깐은 비밀을 유지해야 하지만 곧 알려질 비밀은 여기에서 제외하자. 우리는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 비밀에 관해 얘기해야 한다. 그게 '비밀'이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의다.
"너한테만 말하는데, 이건 비밀이야.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돼."
이렇게 말하면서 비밀이라고 슬쩍 흘리는 말이 있다. 당연히 그건 비밀이 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널리 알려달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비밀이라고 들은 사람만 스트레스 받고 힘들게 하는 짓이다.
그러니까 내 마음 속에 비밀이 하나 있다는 것은, 그 비밀은 자기만의 것이고, 자기만 알고 있어 아무도 모르거나, 설령 당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해도 지금 생활반경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누구나(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비밀 하나는 가지고 있을 거라고.
그렇게 꼭꼭 숨겨놓아야만 하는
트라우마 같은 생채기 하나는
가슴에 품고 산다고
나 역시 그런 비밀 두어 개가 있다.
자녀들이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까.
과거의 일이지만,
어쩌면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겠고,
아빠를 더 깊이 이해하려면
충분히 이해할 나이가 되었을 때
얘기를 나눠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그런 비밀 하나쯤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