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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봄날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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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부신 날 Jul 19. 2023

요양원에서

봄날시편

[요양원에서 1]




어디서 본 듯한데

도무지 모를 사람들만 가득하다.


소변이 너무 마려운데

기저귀를 채웠으니

그냥 앉은 채로 누라고 한다.


누굴 어린애로 아는지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참고 참다 결국

앉은 채로 누고 말았다.

얼굴이 붉어졌다.



누군지도 기억나지 않는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란다.



웬 남정네가 불쑥 손을 잡는다.

식사는 하셨어요, 하고 묻는다.

이 무슨 망발인가.

다른 사람 볼까 무서워 얼른 손을 후려쳤다.

개쌍놈의 자슥.

숨겨진 욕들이 한평생 욕망처럼 뛰쳐 나왔다.


눈이 침침하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가 없다.

아들이 왔다고 하는데

얼굴을 볼 수가 없다.


캐나다에서 내려온 아들은

어느새 가고 없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눈을 들어도 볼 하늘이 없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다 한다.


(후조 요나단, 이태훈,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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