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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May 03. 2023

나는 꿈이 없어서 더 열심히 살았다

갑자기 분위기 자아성찰

쉬어가야 할 때인 듯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남들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에 미친듯이 달려왔다. 왜 사는지도 모르겠고, 왜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 와중에 사는 내내 한심해 보이는 건 죽어도 싫었다. 그래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척 했고 뭐라도 잘 하는 척을 했으며 아프면 꼬박꼬박 병원에 갔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으면서도 남들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한껏 신경썼다. 그러면서 안 그런 척 했다.


정말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 하는지 자주 울었고 자주 한탄했다. 그런 내가 피곤해서 떠난 사람들도 많다. 이제는 안 그러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다소 그런 면이 남아있다.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삶이 좋지 않았다고는 못하겠다. 그런 속내 덕분에 외관만은 사람 구실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니까(어떤 자리에서든 예의를 지키고 체면을 차리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요즘이기에). 가끔 보잘것없는 날 부풀리고 싶어서 같잖은 허세를 떨어댄 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이제는 좀 생활이란 것에서 널찍이 떨어져 있고 싶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무척이나 게으른 내가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든 사람들을 만나서 축제를 벌이든 하진 않을 거지만, 뭔가 정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게 다 내 열등감 때문이다. 자신만 있었다면 어떤 환경에 처해있었든 오롯이 나를 위해서 살 수 있었을 거다. 없는 듯 살았다가도 언제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을테니까. 도태되는 것이 두려워서 여태 이렇게 애쓰며 살았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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