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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나 Jun 18. 2023

내 초조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주기적 불안

또 그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한동안 너무 괜찮아서 걱정이 되긴 했었다. 어쩌면 평안을 두려워하는 내 마음이 이 시기를 자초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안정적인 상태가 불안하다.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니 또 초조해졌다. 맨날 하는 생각이지만, 더 끝없이 파고들어 보았다. 내 초조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내 기준에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달을 노리면 그 주위의 별이라도 쏜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내 목표치가 능력보다 높은 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세 뒤쳐지기 때문이다(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뒤쳐지고 만다). 여태 잠깐 기분만 냈을 뿐 내가 뭘 했냐고. 남들 다 하는 길만 그대로 따라 걸어왔지.

성격, 성향, 취향, 보여지는 모습, 실제로 생각하는 것, 도덕과 체면 그리고 허울, 어쩌면 실속 모두 챙기고 싶었으나 늘 말했듯 여지껏 성공적으로 뭔가를 이룬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던가? 끝끝내 인생에 집중하지 못할 느낌이다. 그 만큼의 타고난 재능도 신선한 열정도 없다는 사실을 나는 매일 새로운 방식으로 깨닫고 되새김질 한다.

자기합리화가 너무 심해졌고 핑계도 변명도 온몸에 들러붙은지 오래다. 이젠 채찍질 하는 것도 힘들어. 열심히 하고 싶은데 열심히 하는 게 어려워졌다. 누워만 있고 싶어. 끔찍하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도태의 전조를 이렇게 맞이하게 된 건가. 더 이상 힘들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편안함을 추구하는데, 내가 진짜 힘들게 살았던 적이 있긴 한가?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시간을 많이 쓰고 이것저것 기웃거렸단 걸로 그렇게 오만해도 됐던 건가?

간단히 말하자면 결국 초조함은 내 무능에서 오고 있었다는 거다. 오밤중에 자기연민에 휩싸여서 이렇게 징징대는지 않고선 못 버티겠단 점마저 미쳐버리겠다. 왜 이렇게 멍청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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