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by 요나

《너무 시끄러운 고독》은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등과 함께 대표 작가로서 손꼽히는 체코 출신 보후밀 흐라발의 대표작이다. 1968년 소련의 체코 침공 이후 그의 책들은 출판 금지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조국을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체코어로 글을 썼다. 다른 많은 체코 출신 작가들이 프랑스로 망명해 프랑스어로 글을 쓴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그만큼 자신의 모국을 사랑한 것이리라.


130쪽 분량으로 상당히 얇은 소설이다. 그러나 담고 있는 의미와 비판의식은 무척이나 무겁다. 평생을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삶, 그리고 인간을 대신해 일하는 기계의 등장으로 변화한 사회적 삶의 방식을 통해서 진정한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뇌와 사유를 느낄 수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어두운 시대를 꿋꿋이 걸어 나가며, 그저 살아남아야 했던 흐라발 자신이 책 속에 온전히 녹아있는 듯하다. 실제로 작가 본인이 쓴 책들 중 가장 사랑하는 책이라고, 본인이 세상에 태어난 건 이 책을 쓰기 위해서였다고 밝혔을 정도로 아주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주인공 한탸는 폐지 압축공이다. 전쟁 중인 시대에 근 삼십오 년 간 날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책, 폐지 등을 제 손으로 압축하여 제거하는 노동자다. 술을 끼고 사는 그에게 압축기는 인생과도 같다. 한탸는 폐지 속에서 마치 보물과도 같은 낭만을 한두 권씩 발견한다. 그리고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뜻하지 않게 차츰차츰 지식과 교양을 쌓아 나간다. 그리고 그것들을 한데 모아 아름다운 꾸러미로 만든다. 그는 누군가에게 버려진 책들을 통해 자신을 찾았고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됐다. 일면식도 없는 작가와 철학가들이 어느새 책을 통해 그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준 것이다.


그는 은퇴 후에도 압축기 그리고 책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꾼다. 그리고 단호하게 생각한다. "선택권이 다시 주어진다고 해도 다른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라고. 아이러니하게도 한탸는 먹고살기 위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스스로 파괴해야 한다. 오히려 그것을 독서 의식, 즉 어떤 종교적 의미의 미사라고까지 표현한다.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모순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한탸의 작업장 밖 세계는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 이 혼란스러움은 고독한 한탸의 인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동안 그의 곁을 지킨 한없이 성스러웠던 어린 집시 여자는 결국 나치에 의해 희생당했고,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던 만차는 오히려 인생이 꽃 폈다.


종전 이후에 찾아온 거대한 발전은 한탸에게 엄청난 충격을 선사한다.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현대화된 작업 방식과 신식 시설을 보고서 한탸는 어떤 감정이었을까. 갖고 있는 것보다 훨씬 거대한 신식 압축기와 획일화된 유니폼을 입고서 시원한 콜라를 마시며 폐지를 압축하는 사람들. 그들은 그리스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는 대화를 나누는 여유까지 있다.


한탸는 여태까지 가져왔던 그만의 세계와 책들을 버리고,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 효율성을 따지며 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자신은 더 이상 규격화된 이 세계에 적응할 수 없다는 걸.


그는, 버려진 폐지속 소중한 책들을 구원하려 했으나 결국엔 효율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화한 사회를 목격하고, 온전한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파괴한다. 마치 사랑하는 책을 압축해 아름다운 꾸러미로 만들었던 작업과도 같은 결말이다.


정치적이기도 사회적이기도 하고 개인적이기도 한 이 소설은 냉혹한 현대사회 속 순수한 인간 정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다.


외로울 때 읽으면 특히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