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by 요나

고독하고 쓸쓸한 밤, 항공우편 산업을 위해 달빛과 별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 속을 유영하듯 그리고 때로는 투쟁하듯 나아가는 야간비행 조종사들에 대한 이야기다. 문장이 아름답다. 밤에 대한 예찬과 묘사는 독자를 황홀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항공 노선 총괄 책임자 리비에르, 그리고 밤하늘을 비행하는 조종사 파비앵. 파비앵은 리비에르의 지시를 책임감 있게 따르는 젊은 조종사이다. 리비에르는 그에 대해 '내 직원 중 가장 용감한 친구지.'라고 평가한다. 그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을 유영하던 중 발견하는 마을의 아주 작은 빛을 통해 안락한 삶에의 회환과 향수를 느낀다. 아늑한 정착을 꿈꾸다가도, 야간비행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그는 어쩔 수 없는 비행 조종사 그 자체의 삶을 살고 있다.


리비에르는 책임자의 위치에 있는 만큼 비인간적일 정도로 엄격한 인물이다. 항상 직원들에게 최선을 다할 것과 업적을 강요하지만 이는 단순히 권위의식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불러오는 강렬한 삶으로 나아가도록' 밀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예 온정이 없는 인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총책임자로서의 단호한 본분을 지켜야만 직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을 뿐이다. 야간비행 중 시시각각 밀어닥치며 도사리는 위험요소들 즉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모든 위협들에서 말이다.


이 둘은 초기 항공우편 산업의 맡은 바 책임을 한 데 지고 투쟁의 동지로서 아주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하며 각자의 길을 걸어나간다.


리비에르는 여느 날처럼 아순시온, 칠레, 파타고니아 등 여러 지역으로 우편물을 신고 날아간 조종사들이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토록 용감하고 책임감 있던 파비앵에게 무선 연락이 닿지 않는다. 비행 중 예기치 않게 뇌우와 조우하게 된 파비앵. 마을의 불빛 한 점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 지치고 피곤한 마음에 충돌조차 감수하고 정착하려 하지만 마지막으로 던진 조명탄이 밝힌 건 바다 한복판.


별들을 길잡이 삼아 올라간 하늘의 끝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어둠에서 벗어난 뒤 나타난 밝고 광활한 풍경, 비행기는 단숨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온을 되찾았고 파비앵은 같은 비행기에 동료 무선사와 함께 보석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별들 주위를 맴돈다.

파비앵은 결혼한 지 단 6주 밖에 안 된 신혼이기도 했다. 젊은 아내는 불안감과 공포에 사로잡혀 사무실에 방문한다. 리비에르는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그에게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면서도 곧이어 '책임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한다. 파비앵의 실종으로 업무는 마비된다. 리비에르는 그 와중에 다른 곳에서 온 전보를 뜯어보고, 다른 우편기의 비행을 살피고, 그리고 다음 우편기가 출발할 수 있도록 지시한다.


중간관리자 로비노는 파비앵의 죽음에도 변함없이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이는 리비에르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로비노는 리비에르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다가가지만 리비에르는 평소처럼 냉정하게 지시 할 뿐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유 속에 있지 않고 의무를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리비에르의 신념은 부하 직원의 죽음에도 깨지지 않는다. 이후, 악천후에 대비해 비행기 결함을 찾아내는 것에 완벽함을 요구하며 직원들의 실수를 남김없이 제거하려고 애쓴다. 책의 끄트머리에서 리비에르는 '승리자'로 표현된다.


초기 항공우편회사는 기차나 배와의 속도 경쟁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비행을 감행했다고 쓰여 있다. 이 때문에 부하 직원들이 실수하는 걸 용납하지 않았던 리비에르. 한 번의 실수가 바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가 바라는 건 조종사들이 밤을 넘나드는 모종의 위험으로부터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다. 자칫 무자비하고 독단적으로만 보일 수 있는 그의 비타협적인 책임감은 직원들을 향한 인간적인 마음이기도 하다. 파비앵, 그리고 여타 무수히 많은 이름 없는 조종사들의 죽음은 너무나도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 여전히 엄격히 행동하는 리비에르를 과연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놀라운 인간 정신의 고취와 열정을 나타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