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깅-2023.11.24(금)의 단상; 아버지의 장례 이후 (1)
이제 십 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지금 일하고 있는 동네에서 십여 년 전에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땐 내가 이십 대 후반이었고 그 해 여름 퇴근길에 엄마와 전화하다가 엄마가 쓰러졌단 이야기를 들었다. 그 해 여름에 산에 올라갔다가 더위를 먹었는지 쓰러져서는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아 겨우 내려왔다는 이야기.
조금만 더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은 괜찮으니까 엄마가 나와 통화하고 있던 것이었는데 그땐 엄마가 쓰러졌다는 문장에만 꽂혀서는 마침 서 있던 자리에서 지하철만 타면 십 분 거리인 서울역으로 고스란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출근이고 뭐고 생각할 것도 없이 부랴부랴 마산행 케이티엑스를 끊고 타서는 배터리도 얼마 없는 폰을 들고 전전긍긍하며 울먹이고 있으니 웬 젊은 여자가 상태가 이상해 보이는 데 전화기를 붙들고 엄마 어쩌고 그러고 있으니 주변에서 보기에도 꽤 급해 보였던 모양이었는지 공공으로 쓰는 폰 충전자리를 비켜주며 배려해 줬던 기억이 난다.
밤 열한 시가 넘어서 고향집에 도착하니 엄마와 아빠는 휘둥그레져서 나오고 엄마는 나를 나무랐다. 서울서 여기가 거리가 얼만데 이 시간에 이렇게 무모하게 움직이냐고. 아버지도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아빠가 너네한테 연락을 하겠지라며 걱정반 놀람반으로 나를 맞이했다. (엄마는 이후로도 집안에 대소사가 있을 때 정말 내가 가야 하는 상황 아니면 급하게 서두를 것 없으니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아님 거의 내가 모르거나.)
정작 아버지의 소식에서는 큰 동요가 없었지만 여하튼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달째가 된 오늘, 많이 추워진 날 아버지는 가실 길을 잘 가시고 있는지.
그리고 엄마, 누가 엄마를 곁에서 보살펴줘.
결국 우리는 각자 남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