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기록 009

디깅-2023.11.15(수)의 단상; 추모프로필 전환 기록

by 요나윤

지난 11월 11일, 주변인을 잘 챙기는 사촌 오빠 하나가 이번에 발령 난 매장에서 빼빼로데이 이벤트하는 거라며 기획상품 사진을 요리조리 찍어서는 보내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42년 전쯤, 11월 11일 오전 11시에 내 부모님 두 분은 결혼식이라는 걸 했고, 아버지는 결혼한 날짜와 시간을 두고 당신의 유머러스함을 생전에 가끔 어필하곤 했다. (저 날 엄마의 고생길이 활-짝 열렸다고 생각하게 된 건 내가 꽤 나이를 먹고 나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두 주가 넘어간다. 직업상 평생을 엔지니어로 살던 양반이라 우리 남매는 일찍이 8비트 컴퓨터, 286 컴퓨터를 접할 수 있었는데 아버지의 기계에 대한 관심은 컴퓨터 사용을 넘어서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 디지털 장난감으로 바뀌어간 듯했다.


그래서 엄마와 달리 생전의 아버지는 카톡도 사용하고 그 외 쿠팡 같은 온라인 계정을 만들어 둔 것이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카톡계정을 추모프로필로 바꾸려고 필요서류를 모아 제출했고, 두 번의 미승인 이후 어제 고인의 계정이 추모 프로필로 전환되었다. 압축파일 확인불가라고 1차 반송, 개인정보영역 마스킹처리 안 됐다고 2차 반송.


추모프로필은 별것 없었다. 아버지의 프사옆에 작게 붙여진 국화꽃 일러스트 요소 하나.


그리고 추모메시지 남기기 버튼.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퍽 깊어서라기보다는 어쩐지 가까운 누군가가 사라졌다고 한 번에 삭제하는 과정이 스스로 서운하게 느껴졌다. 추모프로필 전환 서비스는 그런 의미에서 나름 유족의 마음을 달래는 서비스인 것 같다. 일정기간이 지나면 계정자체가 없어진다.


기분은, 프로필을 볼 때마다 묘하다.


디지털화된 사회에서는 시작과 맺음이 상대적으로 쉬워졌을지 몰라도 본투비 디지털 세대가 아닌 이상 사람의 마음은 아날로그라 맺음을 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그저 쉽지만은 않다.




아버지의 죽음을 통한 이별과 별개로 내 신변에도 이별이라는 변화가 있어서 기분에 기복이 있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과 아쉬움의 감정이 현실을 따져봐서 결정한 내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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