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기록 014

디깅-2023.12.02(토)의 단상 ; 시선이 머무는 순간

by 요나윤

동네에 누구한테나 살가운 아는 고양이(?) 한 마리쯤 다들 있지 않나. 일단 난 있다.


건물의 고깃집에서 밥을 챙겨준다는 이 애는 첨부터 스트릿출신도 아닌 것 같고 사람이 가까이 오면 경계하기는커녕 오히려 유혹(?!)하는 애라... 사람손을 즐기는 것 보면 유기됐거나 오랫동안 보호자인간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애였다.


올해 여름에 눈병 난 것 같아 보이다가 가을 내내 보이지 않아서 문득 든 생각이 고양이별로 떠났나 싶던 차에 겨울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다시 보게 되었다. 눈도 말끔해졌고 중성화는 안돼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쪽 귀를 보니 중성화도 되어있고, 여하튼 그렇게 반갑지 않을 수 없던 거다.


건물 일층을 제외하고 나머지 층수는 주거지라 함부로 문을 열 수 있지는 않아서 문밖에 쪼그려 앉아 인사 나눌 수밖에 없었다. 얘도 문에다가 온몸을 비비대며 반갑다는 표현을 잔뜩 하고 있었는데, ‘궁디팡팡‘ 한번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너무 아쉬워서 한참을 보기만 하고 겨우 무릎을 세웠다.


작년만 해도 춥지 않을 때는 건물 근처에서 바람도 쏘이고 근처 대학교 학생들 이쁨도 받고 그랬던 것 같은데(나도 저 애의 매혹에 그냥 못 지나치고 '궁디팡팡'에 합류했지) 안전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으니 마음은 좋았다.


동네에 아는 개, 아는 고양이가 하나 둘 늘어나는 일은 일상을 특별하게 느끼게 해 준다. 종이 다른 것들로부터의 교감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비단 인간만이 아님을 상기시켜 주고 인간 특유의 오만함을 희석시켜 겸손하게 만든다.


생존하는 많은 동물 중 인간만큼 지구상에서 진화의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모든 종의 우두머리로 살아가는 것이 과연 또 있을까 싶을 때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동족상잔이 아무렇지도 않은 인간의 또 다른 본성에 학이 떼어진다. 그럴때마다 나는 사족보행 털코트 친구들에게서 모종의 교감을 통한 위로를 받지 않는다고 아니 말할 수가 없는 거다.


"태어나고 사는 것이 행복하면 좋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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