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기록 015

디깅-2023.12.26(화)의 단상; 늦은 크리스마스 인사

by 요나윤

지난주 서울은 주중 이틀간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추위였다.


영하 15도가 되던 날 이틀 전까지 잘 돌아가던 세탁기가 얼어버릴 정도였다. 세탁기가 있는 장소는 혹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노지에 둔 거나 다름없는 환경이었다. 정확하게는 탈수할 때 물이 빠져야 하는데 호스가 얼어버렸는지 물이 빠지지 않았다. 가벼운 거 몇 개 손빨래 후 혹시 모를 잔여물 헹굼을 위해 세탁기로 옮겨 헹군 뒤 탈수할 계획이었는데, 헹굼뒤 물이 빠져야 탈수가 될 텐데 물이 빠지지 않으니 아주 곤란해졌다.


그렇다고 해서 급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빨래를 다시 건져 올리고 물은 다음날 천천히 퍼냈다. 그리고 이번 주 영상으로 기온이 올랐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세탁기가 녹았나 싶어 탈수버튼을 눌러보니, 미처 덜 퍼낸 물이 시원하게 빠지면서 세탁기는 제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어제 크리스마스 저녁 늦게, 나와 열 살은 넘게 차이나는 사촌언니 한 명으로부터 안부문자가 와있었다.

내가 너무 어릴 때 일이라 나는 기억도 전혀 나지 않는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로 운을 띄우며 언니는 회상에 잠긴 것 같았다. 언니의 끝인사가 한파에서 겨우 벗어나 오늘 드디어 녹은 세탁기의 상황과 겹쳐 마음을 간지럽혔다.


"우리, 새해에는 더할 것 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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