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일 파일럿 여행 2: 인도 오로빌 여행 1

26년 만에 버킷리스트 장소를 가다

by 최연

나는 지금 101일의 파일럿 여행 중이다. 101일은 이제까지 내가 한 여행 중 가장 긴 여행이다. 그런데 이 여행을 ‘파일럿’이라 부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여행은 앞으로 5년간 내 행보를 위한 나침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무엇을 할지, 그리고 내 속도를 알아가는 여행이 될 것이다.


26년 만의 오로빌


인도 오로빌은 내 여행 버킷리스트 맨 위에 26년간 머물러 있었다. 29세,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10일간 묵언 명상 수련을 마친 이후부터였다. 20대의 나는 많은 생각과 심리적 방황을 겪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티베트 불교의 신비는 내 문제를 해결해 줄 것만 같았다. 그래서 편지로 명상 프로그램과 숙소를 예약했다. 그렇다, 인터넷이 없던 20세기여서 예약을 위해 편지를 주고받아야 했다.


명상 동안 만난 많은 유럽 친구들과는 10일간 묵언을 지킨 후에야 말을 나눌 수 있었다. 그때, 말을 자제하는 시간이 때로는 선물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인도에 대한 관심은 계속 이어졌고, 아쉬람이나 영적 커뮤니티에 대한 책들을 종종 읽었다. 그러던 중 오로빌을 알게 되었다. 왜 오로빌일까? 아마도 오로빌의 통합성, 다양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오로빌은 1968년 인도 철학자 스리 오로빈도와 프랑스 여성 미라 알파사의 비전에 따라 설립되었다. UN의 지지 아래 전 세계 124개국에서 온 대표들이 설립에 참여했고, 인도 정부가 땅을 기증했다. 이후 유네스코는 오로빌을 ‘인류의 통합과 문화 교류를 위한 중요한 실험’으로 인정했다. 현재도 다양한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26년 만에 다시 만난 인도


첸나이 공항 입국 심사에서 심사관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오로빌 재단에 가는 거죠?”


밤 비행으로 잠을 설친 상태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설렘으로 가득했다. 숙소에서 추천한 택시를 타고 3시간여 여정을 시작했다. 택시 창밖으로 보이는 첸나이 시내 건물들은 여느 도시와 다름없이 쭉 늘어서 있었다.


조금씩 시내를 벗어나자,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은 26년 전과 놀랍도록 같았다. 길가에는 양철을 이어 붙인 지붕을 가진 작은 가게들, 사리를 두른 여인들의 아침 준비,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먹이를 찾는 소들. 마치 어제 본 듯한 풍경이었다. 동시에 인도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마음속에 소용돌이쳤다. 지금이 1999년인가, 2025년인가?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오로빌


시간이 흐르며 택시는 휴게소인 작은 식당에 정차했다. 새벽바람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 따뜻한 차를 주문했더니, 현금만 가능했다. 주인은 홍차와 우유를 두 그릇으로 묘기처럼 섞어 ‘짜이’를 만들어 주었다. 택시 기사는 자기 돈으로 사겠다며, 400원이 안 되는 짜이를 호호 불며 마시게 해 주었다.


오로빌로 가는 길에 들른 ATM도 모두 해외카드로는 인출불가였다. 잠시 당황했지만,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다. 숙소 매니저는 도로 공사 중이니, 본인이 보낸 설명을 보고 길을 찾아오라고 했다. 택시 기사와 메시지를 공유했더니, 그는 이해했다고 내려주었다. 하지만 숙소 앞 도로가 막혀 있어 바로 들어갈 수 없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오로빌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작은 우여곡절과 따뜻한 친절 속에서 시작되었다. 어디서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어 여행은 한층 부드럽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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