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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빈 Mar 09. 2024

신약의 가격: 서론

헬스케어 제약 산업의 독특한 가격결정 메커니즘


제약 바이오산업의 가격 결정은 독특하다. 


일반적인 소비재부터 각종 소프트웨어, 가전제품, 주식과 부동산 등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것들을 사고, 때로는 판다. 이러한 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치의 교환이라는 측면이다. 판매자는 특정한 가치를 갖는 서비스 또는 제품을 제공하고 구매자는 이에 합당하다고 여겨지는 가치(Perceived value)에 대한 금전적인 가치를 대가로 지불한다. 즉 가격은 가치의 측정 지표이며, 가격이라는 지표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구매자와 판매자 두 주체 사이의 가치 교환은 시장주의에서 무척이나 당연한 이치이고 전 세계의 시장경제를 아우르는 기본적인 원리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구매자는 해당 거래의 의사결정권자이며, 값을 치르고, 효용을 취하는 당사자이다. 무척 당연해 보이는 이러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거래가 있을 수 있을까? 


제약 및 의료 산업의 경우가 그러하다.  첫 번째로 약이 필요한지, 어떠한 약을 써야 할 지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전적으로 의료인(physician) 에게 있다. 그리고 약을 사용하거나 투여받는 당사자는 환자이며 의약품이 제공하는 가치를 누리는 당사자이다. 마지막으로 본인 부담금(Copay 또는 coinsurance)을 제외한 실질적인 의약품의 가격을 지불하는 주체는 보험사다. 의약품의 구매 의사 결정자와 수혜자, 그리고 지불자가 모두 다른 독특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약품의 공급자이자 1차 판매자인 제약사(Manufacturer)는 성공적인 거래(또는 의약품의 상업적 성공)를 위해 환자, 의료인 및 의료기관, 그리고 보험사의 이해관계와 필요, 이들의 내외부적 의사결정 과정과 관점을 이해해야 한다. 게다가 전 세계 제약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시장의 경우 이들 세 주체뿐 아니라 매우 복잡한 중간 유통 및 가치 사슬, 그리고 각 단계에서 이해 관계자들(PBM, GPO, Wholesalers, retail / specialty pharmacy 등)이 자리하고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대상과 요인들은 더욱 늘어난다. 특히 중요한 점은 신약의 경우에 FDA와 같은 허가 규제 기관뿐 아니라 제약 산업의 가치 사슬 주체들 특히 약품의 보험 등재를 결정하는 보험사와 PBM 등의 주체들도 신약의 용도, 용법, 효능, 부작용, 표준 요법 대비 우위 등 소위 TPP(Target product profile)를 독립적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FDA와 보험사의 주요 관점에 차이가 있을 경우 FDA허가를 받더라도 보험 및 포뮬러리(Formulary)에 등재되지 못하거나 낮은 등급(Tier)으로 등재될 경우 상업적인 성공은 매우 어려워진다. FDA의 경우 해당 약물의 안전성 대비 임상적 추가 효용(Clinical added benefit)이 유의할 경우 허가를 내어 주지만,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하는 보험사의 경우 신약의 효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해당 적응증에 대한 현 표준 요법 대비 유의미한 비용대비 효용의 증가를 보이지 못한다면 보험 등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항체 약물 접합체(ADC)와 유전자 및 세포 치료제(Cell and gene therapy)와 같은 새로운 모달리티 신약들의 경우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들 의약품의 가격 및 시장접근성 (Pricing and market access; P&MA) 논의는 향후 5-10년간 제약 산업의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상업화 특히 P&MA 관련 이슈들은 규제 기관 허가 이후, 또는 시장 출시 (Launch)를 위한 단편적인 과정으로 여겨지거나 의약품을 직접 제조, 판매하는 소위 글로벌 제약사에 국한된 이슈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의 고금리 거시 경제 상황, 높아진 경쟁, 미의회의 제약산업 규제 등의 외부 요인들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라이선스 인(License-in) 및 인수 합병 등의 의사 결정에 있어 상업화와 관련된 리스크가 얼마나 다루어져 있는지 (De-risked), 특히 대상 회사 및 약물의 임상 개발 설계에 있어 규제기관뿐 아니라 보험사 등 Payer가 중요하게 요구하는 임상 지표들이 잘 반영되어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 이전 및 피인수를 추진하고자 하는 바이오텍 기업의 경우에도 주요 파이프라인 약물이 이러한 P&MA 요인들을 얼마나 잘 다루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해 보고 전략을 잘 준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딜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브런치 스토리를 통해 의약품의 가격 결정과 시장진입과 관련하여 큰 그림에서의 개요, 방법론, 주요 이해관계 집단 및 전략, 그리고 현재 P&MA 관련 주요 현안들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아마도 실무적으로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다루지는 못하지만 의약품의 가격결정과 시장진입에 대한 포괄적인 개념을 소개하고 논의하는 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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