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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빈 Mar 14. 2024

신약의 가격: GtN과 미국 제약시장의 가격지표들

Gross-to-Net

흔히 언론에서 제약사들은 매년 약가 인상을 통해 국민들의 건강을 담보로 이윤을 취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미국의 경우 막대한 헬스케어 관련 지출의 주범으로 악마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처방의약품은 전체 헬스케어 지출의 10% 미만이며 2023년 기준으로 4.7경 달러 (약 6 천경원)에 달하는 미국 헬스케어 지출의 대부분은 병원 및 여러 중간자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을 보면 이러한 글로벌 제약사에 대한 악마화는 제약사 입장에서 매우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발간된 사노피의 2024년 Pricing principle report에 따르면, 사노피는 자사 처방의약품들의 미국시장 내 평균 표시약가(list price)는 4.3% 증가한 반면 순약가(net price)는 15.7% 감소했다고 보고했으며 특히 2016년부터 2023년까지의 누적 증감률은 표시 약가가 22.4% 증가, 순약가가 44% 감소를 보이며 그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약품의 공식 가격인 표시약가(list price; 대게 WAC (wholesale acquisition cost)를 의미한다), 와 제약사들이 실제로 약을 판매하고 지급받는 가격인 순약가(net price)의 차이를 Gross-to-net 또는 GtN으로 부른다. 사노피의 보고에서도 알 수 있듯 매년 증가하는 GtN은 PBM, GPO, Payer, 대형병원 등 미국 제약 헬스케어 산업의 유통/공급사슬의 중간자들에게 지급되는 할인(Discount)과 조건부 리베이트(Rebate)가 매년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2023년의 경우 사노피는 총매출액의 46%를 보험사들에게 리베이트로 지불했으며,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와 같은 연방 보험에 58억 달러 (7.6조 원), PBM 및 사보험사에 92억 달러(12조 원)를 지급했다. 특히 GtN은 유통 채널 및 거래 당사자에 따라 달라지고 특히 이때 사용되는 기준 가격 지표들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숫자가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최근 미국 의회 등에서 제약시장의 가격 결정 메커니즘의 투명성에 대한 논의가 자주 대두 되고 있다. 


전체 제약사의 할인 (off-invoice discount), 리베이트 규모 (단위: $ Billion) 출처: Maas 2020 

채널 별 가격 결정 메커니즘

제약산업에서 개별 의약품에 대한 약가 결정은 거래 주체에 따라, 판매 국가와 해당 국가의 약가정책에 따라, 더 나아가 국제 가격 비교(International reference pricing) 등의 메커니즘을 통해 여러 국가의 가격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굉장히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우리나라처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로 이어지는 비교적 선형적인 과정을 통해 약가가 결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유통/공급사슬에 다양한 중간자들이 존재하는 미국시장의 경우처럼 약가가 다양한 유통 채널과 거래 주체에 따라 각각 독립적으로 결정되기도 한다. 특히 이들 중간자들과 제약사 간의 구체적인 약가 결정, 협상 프로세스는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각각 서로 다른 가격 결정 모델을 사용할 뿐 아니라 사용하는 가격지표까지 다르기 때문에 개별 의약품에 대한 하나의 대표적인 약가를 정의하기란 무척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각 유통 채널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몇 가지 가격 지표들이 있는데, 오늘은 이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023년 기준 지난 10년간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지키던 휴미라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의약품이 된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정맥주사로 투여되는 항 PD-1 단일 항체 기반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blockade)인 키트루다는 크고 작은 지방 병원인 커뮤니티 클리닉(Community clinic) 또는 대형 병원 체인(Health system)의 Infusion center에서 외래방문을 통해 투여되는데, 이때 키트루다를 공급받는 가격은 구매대행사 (Group purchasing organization; GPO) 및 병원 (health system) 단에서 제약사와 개별적인 협상을 통해 설정된다. 이때 사용되는 기준 가격 지표는 WAC (Wholesale acquisition cost) ASP (Average sales price)이고 의료 소외 지역을 보조하기 위한 340B 프로그램(340B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별도로 다룰 예정이다)에 해당되는 경우 AMP (Average manufacturer price)가 사용된다. 미연방에서 운영하는 재향군인병원(Veterans administration hospitals; VA) 등의 경우에는 별도의 공급 가격이 책정되는데 이 경우 사용되는 가격 지표는 non-FAMP (non-federal average manufacturer price)이다. 이들 가격의 이름만 보고 무엇이 다른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고 실제로는 꽤나 유사한 점도 많아 이렇게 다양한 가격지표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 각 주체마다 서로 다른 할인, 리베이트가 적용되고 근거 법률 또한 상이하기 때문에 목적에 맞는 가격지표를 각각 설정하면서 현재 최소 13가지 이상의 가격지표가 미국 제약 헬스케어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럼 이들 네가지 대표적인 가격 지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WAC은 할인이나 리베이트가 적용되지 않은 의약품의 표시 가격이며 제약사에 의해 일반적으로 공개되어 있다. ASP는 메디케어에서 파트 B 의약품의 보험급여를 결정하는 데에 사용되며, 메디케어, 340B 프로그램, 연방병원 등의 일부 거래를 제외한 모든 거래들의 WAC 기준 할인가의 가중평균으로 계산되며 분기마다 CMS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ASP의 경우 할인 및 리베이트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WAC보다 작으며 메디케어는 ASP 기준 4.3%의 프리미엄을 추가한 가격을 메디케어 파트 B의 보험급여로 책정한다. 2024년 3월 기준 키트루다의 WAC은 병당(per vial; 25mg/ml; 4ml) 5,557달러이고 ASP는 5,257달러인데 주목할 점은 키트루다의 WAC과 ASP 차이가 약 5% 정도로 비교적 작다는 점이다. 이는 키트루다가 임상적, 상업적 압도적 우위를 통해 할인 및 리베이트를 최소한으로 제공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향후 경쟁이 심화되거나 피하주사제형의 시장진입이 가시화될 경우에 보다 공격적인 할인을 통해 현재의 판매량을 유지하거나 성장시킴으로써 기존의 정맥주사제 시장뿐 아니라 면역관문억제제의 피하주사제형 시장에서도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항암제와 같이 환자의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약물들의 경우 메디케어의 보험급여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ASP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다른 유통채널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할인을 제공할 경우 ASP가 급격히 감소해 결과적으로 전체 매출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이러한 ASP erosion에 대한 고려는 항암제의 가격 전략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참고- ASP 관련 최근 이슈: 최근 리제네론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ASP 계산에 적용되는 가격 할인 (Price concession)에서 제외함으로써 ASP를 부풀려 CMS로부터 높은 급여 (Reimbursement)를 지급받은 정황이 드러나 사법부가 소송을 제기하였다 (04.12.2024)


AMP는 제약사가 도매상 (Wholesalers)에게 약을 판매하고 지급받는 금액이며 AMP는 메디케이드와 340B 프로그램의 구입가격(acquisition cost)을 결정하는 데에 사용되는데 이때 AMP 기준 23.1% 할인가가 기준 가격으로 설정되며, AMP 인상 폭이 인플레이션 (CPI-U; Consumer Price Index for All Urban Consumers)를 상회할 경우 제약사는 그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적인 페널티로 지불해야 한다. 23.1%라는 높은 의무 할인율에서 알 수 있듯, 저소득층 대상 연방/주정부 보험인 메디케이드와 의료 소외 지역의 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340B 프로그램의 경우 각 병원들이 해당 환자에 대해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약을 공급받을 수 있다. 따라서 사회소외계층에 대한 의료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메디케이드와 340B 프로그램이 존재하며 이때 CMS가 사용하는 기준 가격 지표가 AMP이다. 


마지막으로 Non-FAMP는 재향군인병원 및 국방부 산하의 병원들이 의약품을 구매할 때 사용되는 가격이며, 340B 프로그램 등을 제외한 모든 거래의 표면 할인가 (리베이트는 포함되지 않음)를 가중평균하여 계산한다. Non-FAMP의 경우 연방 병원에게 공급되는 의약품의 약가에 시중의 다양한 할인율을 종합하여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 크고, 바이든 정부에 의해 통과된 IRA (Inflation reduction act) 법안에서 의무 현상에 선택된 의약품들의 최대 공정 가격 (MFP; Maximum fair price)의 상한선 설정에 있어 non-FAMP가 사용되기 때문에 향후 블록버스터 의약품들에 대한 non-FAMP의 중요도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 의약품이 시장에 출시된 기간이 길수록 최대공정가격의 상한선이 낮아지며 IRA에서는 출시된 지 12년 미만의 의약품의 경우 non-FAMP 대비 75%, 출시된 지 12-15년 사이의 의약품의 경우 65%, 15년 이상의 경우 40%의 가격을 IRA에 의한 최대 공정 가격의 상한선으로 제시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제약 헬스케어 시장에서 활용되는 몇 가지 중요한 가격지표와 GtN에 대해 다루어 보았는데 미처 다루지 못한 많은 가격지표들이 존재하며 이들 대부분은 서로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미국 시장을 대상으로 한 의약품의 가격 및 시장 진입 (P&MA; Pricing and Market Access) 전략에 있어 이러한 부분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무척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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