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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빈 Apr 03. 2024

신약의 가격: PBM과 PAYER

미국 제약의료시장의 수문장들 


첫 번째 글에서도 다루었지만 제약의료시장은 다른 시장과 달리 구매 의사 결정자와 비용 지불자(Payer) 그리고 제품의 가치를 누리는 수혜자가 모두 다른 독특한 시장이다. 구매나 처방 의사 결정자는 의료인이며 비용을 부담하는 측은 보험사나 환자이고, 실제 제품의 수혜자는 환자이다. 오늘은 이들 세 주체 중 비용 지불자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복잡하고 굉장히 많은 중간자들이 가치 유통 사슬의 요소마다 각각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고,  특히 그중에서도 보험사와 PBM(Pharmacy benefit manager)는 규모와 의약품의 미국 시장 진입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 미국 의료 시스템의 핵심적인 주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의 보험 가입 현황을 보면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와 같은 공적보험도 큰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과반(약 60%)이 사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약 30%가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에, 그리고 10% 정도는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 이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위 20개의 보험사들이 사보험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고, 사보험사에 의해 운용되는 메디케어 플랜의 경우에도 상위 15개 사가 85%의 메디케어 시장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주요 보험사를 거치지 않고서는 가히 미국 시장 진입과 더 나아가 의약품의 상업적 성공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미국의 보험사들이 제공하는(또는 판매하는) 의료 보험에서 커버되는 항목은 크게 pharmacy benefit과 medical benefit으로 나뉘는데 pharmacy benefit은 환자가 직접 투여 및 복용하는 처방의약품에 대한 비용을 커버하며 medical benefit은 병원에서 의료진에 의해 투여되는 약물들을 커버한다. 특히 pharmacy benefit의 경우 대부분 PBM에 의해 관리되는데, 이때 PBM은 보험사의 각종 플랜에 맞는 여러  포뮬러리 (Formulary)를 개발 및 관리하고 이들 포뮬러리는 등재된 약물을  3-5가지 티어(Tier)로 나눈다 (표 1). 티어가 낮을수록 (티어 1 이 가장 유리) 해당 적응증에서 처방 우선순위가 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보다 낮은 티어에 의약품을 등재시키기 위해 PBM에 막대한 리베이트를 제공하게 된다. 최근 5년간의 경향을 보면 대형 보험사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자체 PBM을 확보함으로써 보험사와 PBM의 수직 계열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어 주요 보험사의 영향력이 갈수록 막대해지고 있다. 


표 1. 포뮬러리 구조 예시


티어 등급에 따른 우선순위 차별 외에도 PBM들은 의약품을 아예 포뮬러리에서 제외하기도 하는데 (Formulary exclusion), 최근 5년간 주요 PBM들의 Formulary exclusion 이 급격히 증가해왔고 앞으로도 비싸지는 약가와 PBM transparency act 등의 외부요인들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다 많은 의약품을 포뮬러리에서 제외하려는 PBM의 경향은 앞으로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그림 1. 포뮬러리에서 제외된 의약품의 연도별 개수 (출처: Drug Channels Institute)


PBM 뿐 아니라 보험사도 보다 효율적인 비용관리를 위해  다양한 처방 규제 도구 (Utilization management tool)를 사용한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질병에 대한 자체적인 의약품 처방 순서 규정 (Pathway), 양적 제한 (Quantity limit), 단계별 처방(Step therapy), Medical necessity 평가 등의 방식이 있다. 보험사 자체 의약품 처방 순서 규정의 경우 특정 의약품이 보험 사의 처방 순서 규정 (pathway)에 포함되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해당 보험사의 보험에 가입된 환자에게는 해당 의약품이 커버되지 않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처방이 불가능하다. 단계별 처방(Step therapy)은 특정 의약품을 사용하기 이전에 다른 의약품들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하는 방법이며 Medical necessity의 경우에는 특정 의약품을 사용하기 위해 의학적 필요성을 의사가 보험사에게 어필하는 과정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해당 의약품에 대한 처방을 규제하는 방법이다. 특히 이들 규제에 앞서 보험사는 의약품의 임상적, 경제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이때 해당 의약품이 기존 표준 요법 대비 임상적, 경제적 차별화를 보이지 못할 경우 해당 약물이 커버되지 않거나 앞서 언급한 강력한 처방 규제의 대상이 되므로 약물의 상업적 성공이 크게 제한되게 된다. 


따라서 제약사는 자사 의약품이 보험사의 규제를 받지 않도록, 받는 경우 보다 완화된 규제를 받도록 하기 위해 보험사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데 특히 경쟁이 치열하거나, 특허 만료가 임박한 약물들의 경우 표시약가의 무려 90%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기도 한다. 최근 특허가 만료된 휴미라의 경우 바이오 시밀러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포기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이때 애브비(Abbvie)가 보험사에 지불한 리베이트가 표시약가의 약 75%에 달하는 것으로 최근 보고되었다. 이외에도 세포 및 유전자 치료 (Cell and gene therapy)의 경우 높은 약가 때문에 보험사의 처방 규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특히 비용적으로 우위에 있는 경쟁 약물이 이미 존재하는 경우 보험사를 설득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약사에서 최근 다소 혁신적인 계약 방식이 제시되고 있으며 그중 한 예가 risk- sharing 또는 outcome-based contracting이다. Outcome-based contracting은 값비싼 의약품을 보험사가 일단 커버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정해진 기간 동안 약효가 유지되지 못하거나 약효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해당 금액의 일부 또는 전액을 제약사가 환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최근 허가된 블루버드 바이오 (Bluebird bio)의 겸상 적혈구 질환 (sickle-cell disease) 유전자 치료제인 리프제니아(Lyfgenia)의 경우 굉장히 유사한 경쟁 약물인 버텍스 (Vertex)의 캐스게비 (Casgevy) 대비 40%나 높은 가격으로 출시되었는데 블루버드는 메디케어 등 주/연방 보험 및 사보험사들에 Outcome-based contracting을 제공함으로써 자사 제품의 가격적 열세를 만회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신약이 임상에서 처방되기 위해서, 더 나아가 임상적,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FDA 등의 허가기관의 승인뿐 아니라 비용 지불자인 보험사의 승인 또한 필수적이다. 이때 보험사의 의약품 평가 기준이 FDA의 관점과 다르거나 더 까다로운 경우도 있어 약물 출시 이전 임상 2-3상 단계부터 주요 보험사와의 접촉을 통해 이들의 관점을 이해하고 임상 설계에 반영하는 것이 이후 효율적인 시장 진입 및 규제 리스크를 피하는 데에 효과적인 접근방식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의료체계의 핵심인 보험사와 PBM의 주요 역할과 이들이 비용 및 재정을 관리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의약품 사용 규제 방법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에는 최근 미의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PBM transparency act 등의 법안, IRA, 340B 프로그램, 그리고 항체-약물 접합체(ADC) 와 세포 및 유전자 치료제 (C&GT) 등의 신약 모달리티의 가격 및 보험 커버 이슈 등의 현안들을 하나씩 다루어 보고자 한다. 


    *메디케어: 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연방정부에서 제공하는 보험 플랜이며,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 및 병원 시설 이용에 대한 비용 항목들은 파트 A에 의해, 외래 방문을 통해 병원에서 투여되는 여러 약물들에 대한 비용은 파트 B에 의해, 처방의약품에 대한 비용은 파트 D에 의해 커버되며 메디케어를 사보험사에서 제공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메디케어 어드벤티지 (Medicare advantage 또는 파트 C)로 부르며 일반적인 연방 메디케어와 동일하거나 추가적인 혜택 및 항목이 포함되기도 한다. 


    **메디케이드: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연방 및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보험 플랜으로 각 주마다 관련 규정 및 법규가 다르기 때문에 보험 급여 항목, 처방 우선순위, 처방 제한 등의 규정이 주마다 달라진다는 점이 메디케어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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