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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빈 Apr 19. 2024

신약 가격 결정 개요

ABV 프레임워크와 Van Westendorp 방법

이전 글에서 미국 제약 시장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가격지표들을 다루어 보았고 비록 이들 가격 지표의 사용 주체 (i.e., 메디케어 파트 B의 경우 ASP, 340B 프로그램의 경우 AMP를 기준 가격 지표로 사용)와 결정 메커니즘이 각각 다르지만 결국에는 이들 가격 지표 모두 제약사가 해당 의약품을 출시할 때 정하는 표시 가격이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의약품에 대한 적절한 가격 설정은 임상적, 상업적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데,  특히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될 경우 보험사의 강력한 사용 규제 (Utilization management) 또는 PBM의 unfavorable formulary tier placement를 통해 해당 의약품의 처방 및 사용이 크게 제한되기 때문에 이들 보험사와 PBM 내 의사결정자들의 가치 판단 기준 및 관점과 지불용의 (WTP; Willingness-to-pay)를 사전에 파악하여 해당 의약품이 제공하는 가치에 대한 적절한 가격 설정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참고: 2023년 12월 FDA는 겸 형세포증(Sickle cell disease) 환자 대상 크리스퍼 기반 유전자 치료제인 버텍스의 카스게비와 블루버드의 리프제니아를 승인하였는데, 버텍스는 카스게비의 약가를 약 30억 원 ($2.2M)으로 책정한 반면 블루버드는 리프제니아의 약가를 약 42억 원($3.1M)으로 카스게비 대비 40% 이상 높게 책정하였다. 두 약물의 특성과 작용 기전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에서 투자자 및 산업 전반에서 블루버드가 리프제니아 가격 설정을 잘못했다고 인식되었고, 블루버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outcome-based agreement 등을 제시하였지만 결국 블루버드의 회사 가치는 발표 당일 40% 이상 급락하였다. 따라서 적절한 가격 전략이 개별 신약의 상업적 성공여부에 그치지 않고 회사 전체의 가치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국가마다, 또는 payer 주체에 따라 약가를 협상하는 방법과 기준은 매우 다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 등의 국가들은 QALY (Quality adjusted life year) 당 비용 증가폭을 제한함으로써 해당 적응증의 표준 치료 및 비용 대조군 대비 신약의 가격 프리미엄을 제한하고, 독일은 일부 기간 (기존에는 12개월 이었으나 최근 healthcare reform을 통해 6개월로 단축) 동안 자유로운 가격 설정을 가능케 하고 이후에는 약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제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개별 국가의 상황에 맞춘 가격 전략이 필요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제약사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어느 정도 자유로운 약가 설정이 가능한 미국을 기준으로 신약의 초기 가격을 설정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ABV 프레임워크 Attribute - Benefit - Value  

신약의 가격 결정은 신약이 제공하는 가치 (Value)를 화폐 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신약이 제공하는 가치를 제대로 파악, 정의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밸류 메시징 (value messaging) 및 스토리라인의 수립이 필수적인데, 이때 활용할 수 있는 ABV 프레임워크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ABV 프레임워크에서는 의약품의 가치를 정의하기 위해 의약품의 특성(Attribute), 효용(Benefit), 가치(Value)의 세 가지 층위(layer)의 개념을 사용한다. 우선 의약품의 특성은 약물의 설계, 작용 기전, 모달리티, 분자적 타겟, 결합력 등 해당 의약품이 갖는 특성을 의미하고 해당 특성은 임상 시험 등을 통해 의약품의 효과, 안정성 및 내약성과 관련된 측정가능한 객관적 수치로 측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의약품의 임상적, 경제적 효용 (Benefit)이 정해지게 된다. 이들 임상적, 경제적 효용을 종합하여 해당 의약품의 가치(Value)를 정의하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준비된 밸류 메시징 (Value messaging) 또는 dossier를 통해 공적/사적 보험사 및 PBM 등의 등재 결정권자들과의 가격 협상 및 신약의 보험 등재 심사 등이 이루어진다. 따라서 신약의 출시 가격을 결정함에 있어 신약이 제공하는 가치가 보험사 등의 Payer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출시 전 리서치를 통해 합리적인 가격 범위를 좁힐 수 있다 (그림 1). 


ABV 프레임워크를 적용하여 볼 때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약물의 초기 임상 개발 단계 (i.e., 임상 1,2상)부터 payer의 해당 적응증에 대한 관점과 입장, 미충족 수요 등 을 먼저 파악하고 그들이 선호하는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 특성을 갖는 약물을 개발하는 탑-다운 방식의 접근법 (V→B→A)을 활용할 수도 있고, 이와 반대로 후기 임상 등에서 이미 검증된 약물의 차별적 특성(differentiated attributes)을 바탕으로 효용과 가치를 정하는 바텀-업 방식의 접근(A→B→V)도 가능하다(그림 1). 


그림 1. ABV 프레임워크


예를 들어, 보험사에서 의약품의 수가 및 보험 등재 여부 등을 결정하는 주체 (주로 pharmacy director 또는 medical director 및 커미티)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신약의 가치 수용 정도 (value perception)를 조사하는 경우 (payer research), 각각의 임상적, 경제적 효용과 이에 대한 근거 데이터를 제시하게 되고, 이들 효용 간 상대적 중요도와 다른 경쟁 약물 및 표준 요법 대비 갖는 차별성의 정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특히 신약 출시 및 가격 협상에 앞선 밸류 스토리 라인 및 메시징 전략에 매우 중요한데, 보험사 입장에서 중요하지 않은 효용(예를 들어, 환자의 삶의 질 (QOL) 개선은 중요한 임상적 가치를 갖지만, 일부 질환 분야의 경우 QOL 개선 지표는 보험사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에 집중된 밸류 메시징은 가격 협상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보험 등재 및 utilization management 수준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효과적인 밸류 메시징 전략은 신약의 상업적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준비사항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Van Westendorp 방법

다음 단계로는 인식된 가치(perceived value)에 따른 payer의 지불 용의(willingness-to-pay)를 평가해야 하는데 여러 질적 평가 이외에도 해당 약물의 효용 및 가치에 대한 보험사의 수용 정도(perception) 및 제시된 가격에 대한 인식을 1-5 스케일 (1: 가치 없음, 5: 매우 가치 있음) 등으로 평가해 볼 수 도 있고, 보다 직접적으로는 Van Westendorp 방법 등을 활용하여 지불 용의를 파악함으로써 적정 가격 범위를 설정할 수 도 있다. 


Van Westendorp 방법은 제약 산업뿐 아니라 여러 산업영역에서 적정가격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법으로, 가격 조사에 참여하는 인터뷰 대상으로 하여금 특정 제품에 대해 매우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가격(Too cheap)부터 합리적인 가격(Reasonable), 비싸다고 생각하는 가격 (Expensive), 매우 비싸다고 생각되는 가격 (Too expensive)에 대해 조사하고 이들 데이터를 취합하여 ‘합리적 가격’ 곡선과 ‘비쌈’ 가격 곡선이 만나는 지점의 가격을 적정 가격으로 본다 (그림 2). 


그림 2. Van Westendorp 결과물 예시 (출처: Supra.tools)


제약산업의 경우, 다른 산업에 비해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미국의 경우 상위 20개 사가 사보험시장의 80% 점유) Van Westendorp 곡선을 그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적정 가격을 정확하게 산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만 합리적 가격 및 매우 비싸다고 생각되는 가격 등에 대한 범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Van Westendorp 방법은 여전히 유용한 방법으로 널리 이용된다. 이때 더욱 중요한 것은 보험사의 가격 인식에 대한 근거를 파악하는 것인데 특히 주어진 신약의 효용과 가치에 근거한 특정 가격이 대체로 매우 비싸다고 인식될 경우 이러한 관점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 (e.g., 추가적인 임상 데이터, 할인 및 리베이트, 계약 조건 등) 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본격적인 신약 출시 이전에 이러한 부분들을 최대한 보완하여 준비하는 것이 신약의 가치를 최대로 평가받기 위해, 더 나아가 신약의 상업적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적정 가격 범위가 파악되었다면, 제약사의 내부 가격 및 상업화 전략, 포트폴리오 전략, 향후 적응증 확장 계획, 글로벌 시장 출시 계획, 시장의 현재 및 미래 경쟁 상황, 예측 가능한 시장의 변화 (i.e., 바이오시밀러, 새로운 모달리티 신약의 허가 및 시장 진입 등) 등의 여러 요인들을 고려하여 신약의 출시 가격이 결정된다. 출시 이후에는 보험사 및 PBM, GPO 등의 개별 주체들과의 추가적인 할인 및 리베이트 조건에 관련한 협상이 이루어지고 이때에도 ABV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준비된 밸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와 관련된 Key account management와 contracting에 관련된 내용은 후에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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