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패는 결국 보험사와 PBM의 손에 달려있다
휴미라는 2023년 특허만료 이전까지 9년 연속 전 세계 의약품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대어로 주목받았고, 예상대로 많은 업체들이 휴미라 특허 만료 시점에 맞추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3년 1분기 암젠의 암제비타 (Amjevita)를 포함해 2023년에만 8개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었고 이중 대부분이 고가 (high WAC)와 저가 (low WAC)의 이중 WAC 옵션으로 출시되었다. 고가 옵션의 경우 보험사 및 PBM에 할인과 리베이트 제공함으로써 보다 선호되는 포뮬러리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저가 옵션의 경우 낮은 표시약가를 통해 환자의 공동부담금을 낮춤으로써 환자의 비용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 9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중 암제비타, 히리모즈 (Hyrimoz), 실테조 (Cyltezo)는 주요 보험사의 포뮬러리에 선호되는 옵션 (preferred status)으로 등재되는 데 성공했지만, 2023년 시장 침투에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2024년 초까지 오리지널 휴미라가 여전히 거의 모든 보험사에서 선호 지위를 유지, 98%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2024년 2분기 들어 CVS의 바이오시밀러 자회사인 코데이비스 (Cordavis)가 애브비와의 파트너십으로 출시한 공동 브랜드 휴미라(Co-branded Humira)와 코데이비스-산도즈 파트너십으로 출시한 히리모즈의 시장 침투가 확대되고 있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양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리지널 휴미라는 여전히 7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데 (그림 1), 애브비는 어떻게 오리지널 휴미라의 시장 점유율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고, 또 최근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코데이비스는 어떠한 전략으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림 1. 휴미라 오리지널 의약품 / 바이오시밀러 시장 점유율 추이 (출처: Drug channels)
일반적으로 특허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특허 만료 시점에 크게 두 가지 방향의 전략을 택할 수 있다. 한 가지 전략 (가격 방어 전략) 은 브랜드 의약품의 가격(ASP)을 방어함으로써 파이프라인 제품 (다른 제형 또는 차세대 제품)의 가격 벤치마크를 유지하는 전략이고 다른 한 가지 전략 (판매량 방어 전략) 은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을 유지함으로써 이미 확보된 높은 판매량을 통한 포트폴리오 계약 (Portfolio contracting) 등을 통해 특허 만료를 앞둔 오리지널 의약품을 다른 포트폴리오 제품과 묶어 할인과 리베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이들 포트폴리오 제품들의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전략이다.
허셉틴, 아바스틴, 리툭산, 뉴포젠 등의 경우 가격 방어 전략을 선택하였는데 이들 사례의 경우 오리지널 의약품의 추가적인 특허 확장, 추가 제형 및 제품 출시등을 위해 가격 벤치마크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해 볼 수 있고, 실제로 오리지널 특허 만료 이후 ASP 감소는 3-11% 정도로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 바이오시밀러들이 낮은 약가를 바탕으로 시장에 빠르게 침투함으로써 특허 만료 이후 3년간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매량은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다.
반면, 휴미라와 레미케이드는 판매량 방어 전략을 택하였는데, 애브비와 존슨 앤 존슨 모두 보험사 및 PBM에 큰 폭의 할인과 리베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순약가(Net price)를 낮추어 바이오시밀러 경쟁에 대응하였고, 두 의약품 모두 ASP가 크게 감소했지만 레미케이드의 경우 특허 만료 이후 4년 간 약 7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고, 휴미라도 특허 만료 이후 거의 1년 간 96%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중요한 점은 이들 오리지널 의약품 전략의 성패가 결국 보험사와 PBM이 기존 브랜드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중 어느 것을 선호(preferred)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보험사는 비용 지출의 측면에서 낮은 가격의 바이오시밀러를 선호하지만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특히 여러 바이오시밀러 옵션 중 어떠한 것이 실제로 선호되는지는 크게 1) 할인과 리베이트를 통한 경제적 이익, 2) 바이오시밀러의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상호교환가능성 (Interchangeability), 그리고 3)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바이오시밀러의 제제 및 농도 옵션의 종류 (dosing capability)의 세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되고, 이때 비선호되는 옵션은 시장점유율을 확보 및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휴미라의 경우 이들 세 가지 요인에 있어 경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많은 바이오시밀러 출시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우선 휴미라는 여러 적응증에 맞게 다양한 농도 및 제제 옵션을 제공하는데, 바이오시밀러 중 히리모즈와 암제비타만이 오리지널 휴미라와 비슷한 수준의 농도 및 제제 옵션을 제공하고 있으나 두 바이오시밀러 모두 FDA로부터 상호교환성 허가를 받는 데는 실패하였고, 실테조 (Cyltezo), 아브릴라다(Abrilada), 심란디(Simlandi)는 일부 적응증에서 오리지널 휴미라와 상호교환처방이 가능하지만 제한적인 농도 및 제제 옵션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휴미라를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
약가의 측면에서 바이오시밀러들의 고가 옵션 (high WAC)은 오리지널 휴미라 WAC 대비 약 5% 낮은 가격으로 출시되었고, 저가 옵션 (low WAC)의 경우 오리지널 휴미라 WAC 대비 55-87% 낮은 가격으로 출시되었다 (그림 2). 고가 옵션의 경우 추가적인 할인과 리베이트를 통해 보험사와 PBM의 수익구조가 가능해지므로 저가 옵션보다 선호되는 경향이 있고, 휴미라는 고가 옵션의 바이오시밀러에 대응하기 위해 65-75%의 공격적인 할인 및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저가 옵션 바이오시밀러에 비해서도 확실한 경쟁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추가적인 할인을 제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CVS를 제외한 거의 모든 보험사와 PBM의 포뮬러리에서 여전히 휴미라가 선호되는 옵션으로 등재되어 있음을 통해 휴미라의 가격 할인을 통한 판매량 방어 전략이 성공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림 2. 2024년 2분기 휴미라 오리지널 의약품 / 바이오시밀러 WAC (출처: 삼성바이오에피스)
애브비의 판매량 방어 전략과 더불어 최근 CVS의 행보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데, CVS는 바이오시밀러 자회사인 코데이비스와 산도즈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히리모즈를 출시함과 동시에 히리모즈를 포뮬러리에 선호 옵션으로 등재하고 2024년 초 오리지널 휴미라를 약 94%의 포뮬러리에서 제외시켰다. CVS는 가장 큰 PBM이며 약 1억 명(33%)의 미국인의 의약품 처방에 대한 포뮬러리를 규정하는데, CVS의 막대한 영향력은 실제로 2024년 4월 이후 히리모즈의 급격한 시장 점유율 증가로 나타나 2024년 1분기에 채 1%도 되지 않던 히리모즈의 시장점유율은 2분기에 빠르게 증가해 2024년 6월 기준 약 14%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애브비 또한 이러한 CVS의 행보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코데이비스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동브랜드 휴미라(Co-branded Humira)를 출시함으로써 오리지널 휴미라의 포뮬러리 제외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이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도 포뮬러리 등재를 결정하는 PBM과 보험사의 영향이 절대적임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오리지널 의약품 생산자인 애브비와 바이오시밀러 생산자인 산도즈의 전략에서 볼 수 있듯 바이오시밀러의 성공을 위해서는 CVS 케어마크(CVS), 옵텀 (Unitedhealth group), ESI (Cigna) 등의 주요 PBM 및 보험사와의 밀접한 파트너십이 필수적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보험사 입장에서 의료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 선호는 분명한 트렌드이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인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미국 시장 진입은 무척 어려워지고 상업적 성공 또한 제한되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출시 전략 또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방어 전략에 있어서도 보험사와 PBM의 주요 의사결정요인을 충족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다. 반면 이러한 PBM의 절대적인 권력이 최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도마에 오른 만큼 앞으로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의 PBM 및 보험사의 영향력이 어떻게 달라질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