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하기 이전부터, 나에게 광고는 꽤 오래전에 깊은 잔상을 남겼었다. 이 기억은 남들보다 일찍이 진로를 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2006년,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무렵이었다.
아버지는 당시 현대자동차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셨다. 회사의 유학 프로그램으로 여섯 달 동안 이탈리아에 머무르게 되었고, 석 달쯤 지난 뒤, 우리 가족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유럽으로 향했다. 그때의 나는 인생 처음으로 국경을 넘는 중이었다.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은 약 13시간이 걸렸다. 오래 감상하기 힘들 정도로 눈부신 하늘, 롤러코스터처럼 느껴지는 무중력의 감각, 하늘에서 먹는 기내식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었다. 세 달 만에 가족상봉을 하고 곧장 아버지가 지내던 숙소로 향했다. 아버지가 지내던 숙소는 작고 소박했다. 10인치쯤 되는 작은 텔레비전과 침대 하나, 그리고 유난히 높은 천장. 다섯식구가 머물기에는 비좁았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함께 지냈다.
여행은 곧바로 시작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학기를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일주일 동안 나는 하루 대부분을 텔레비전 앞에서 보냈다. 대부분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 방송이었지만, 그나마 나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채널은 MTV였다. 처음으로 팝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한국 가요만 들었지만, 특별히 마음에 남는 노래는 없었다. (지금이야 K-POP이라는 장르로 불리지만 그 당시에는 한국가요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Lily Allen의 음악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게슴츠레 뜬 눈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뮤직비디오 속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Black Eyed Peas의 Mas Que Nada 음악도 좋아했다. 원래 유명한 라틴 음악을 블랙아이드피스의 방식으로 편곡한 노래였는데, Jazzy 한 피아노 소리와 랩이 올라간 노래였다. 짐가방의 절반을 포기하면서까지 들고 온 플레이스테이션이 있었지만 구형 텔레비전과 호환되는 선이 없어 결국 한 번도 플레이하지 못했다. 집중력이 많이 부족했던 어린 나에게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렇게 일주일을 무료함에 시달리며 보내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우리 가족의 유럽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목적지는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들이었다. 밀라노와 바티칸을 중심으로 이어진 일정은 하나의 긴 미술관 같았다.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천지창조'는 완벽한 투시와 입체감, 그리고 색감으로 오랫동안 나의 시선을 붙잡았다. 모든 그림들이 조각상들처럼 느껴져 떨어질 것처럼 보이는 천장의 그림을 삼십 분 가까이 올려다보았다. 이 그림의 유일한 단점은, 목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사진 첨부 예정
하루 종일 걷고 난 뒤, 우리는 맥도널드에 들렀다. 아버지는 내게 가족의 모든 메뉴 주문을 직접 해보라는 작은 미션을 주셨다. 나는 아버지의 카드와 내가 해야 할 말들을 손에 쥔 채 줄을 섰다. 차례가 되자 나는 메뉴 이름 대신 메뉴판 상단에 적힌 번호를 읽기 시작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주문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주문을 마무리하며 버거를 잘라 달라는 말을 해야 했고, 나는 “Cutting, please.” 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은 내 영어를 알아듣지 못했다. (내 발음이 부정확했을 가능성이 높다.) 숫자는 알아들었지만, ‘잘라 달라’는 말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같은 말을 다섯 번쯤 반복하다가, 손으로 빵을 자르는 시늉을 보였다. 그제야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은 마무리되었고, 나는 내 인생의 첫 외국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마무리헀다.
*사진 첨부 예정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아버지는 거리의 광고판 하나를 가리키며 재미있는 이미지가 있다고 하셨다. 아이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이미지, 네 개의 눈, 그리고 오른쪽 구석의 술병과 짧은 문구. 지나가는 사람들은 술에 취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설계된 광고였다. 그 순간, 처음으로 정확한 메시지가 나에게 전달되었다. 지구 반대편의 언어가 통하지 않는 도시에서, 나는 한 장의 이미지를 통해 ‘술을 줄이라’는 공익성 메시지를 나에게 전달했다. 참 잘 만든 디자인이라는 생각을 곱씹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훗날 디자인을 조금씩 공부하면서, 이러한 광고 디자인들이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분야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진 첨부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