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ke green Oct 29. 2022

그 밤의 밤

아빠손은 마법의 손

삶은 밤을 까다가 문득 생각이 나버렸어요.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언제 즈음엔 항상 뒤안에 밤이 한가득 있었거든요. 엄마는 우리가 오는 날엔 기다렸다 달디 단 밤을 삶아 소쿠리에 가득 담아놓으셨어요.

그리고….

소쿠리에 가득 담긴 삶은 밤을 삭삭 깎아주던 아빠.

온전한 밤을 한알씩 손바닥 위에 올려주기도 했고

벌레 먹은 밤의 성한 부분을 잘 발라내서 달달한 한 움큼을 모아 얹어주기도 했어요. 내가 깠다면 벌레가 나오는 즉시 기겁하며 통째로 버렸을 그 밤을 말이죠.

가끔은 색만 노랗고 맛이 이상한 밤이 섞여있기도 했지만 아빠가 까주는 밤은 믿고 먹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웅크린 채 삶겨죽은 벌레를 보지 않아도 되고 손도 안 아프고… 그저 맛있기만 했던 그 밤의 밤~


그러게요 이상하죠. 아빠 손을 거친 건 다 맛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치킨의 퍽살만 먹던 내게 아빠가 먹어보라며 발라준 쫄깃한 살은 이상하게 맛있어서 기억도 안 난다는 아빠에게 그 맛있던 살이 어느 부위냐고 매번 물었었는데…

아빠 손이 그렇게나 마법의 손인 줄 알았더라면 같이 족발을 먹자고 농담할 때 한번 먹어볼걸 그랬나 봐요. 아빠가 한점 덜어주는 족발을 먹어봤더라면, 그랬다면 지금 나는 족발을 환장하며 먹는 사람이 되어있을 텐데 말이죠~^^


날이 점점 추워지고,

밤은 점점 길고 달아져요.

따신 밤 보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어떻게 생각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