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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ke green May 12. 2023

반성문

어버이날 아침

‘일어날까?? 조금만 더 잘까??’

거실로 깊이 드는 햇빛을 피해 가며 잠을 이어가던 나는 바지런히 이불을 정리하고 나간 엄마의 빈자리를 보고 잠시 고민했다.


새벽까지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끄적대며 평상시처럼 늦게 잠이 들어 개운한 아침은 아니었다.

조금만 더 비비적대기로 하고 몇 바퀴나 바닥을 구르다가 명치즈음에 턱~ 하고 걸리는 미안함에 일어나 앉아 아빠를 속으로 불렀다.

‘나는 어버이날까지도 이렇게 못난 딸이야~ 아빠~’


그러니까… 이 날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린이날부터 내내 이런 아침의 반복이었지만 이 날은 어버이날이었단 말이다. 철없는 게으름을 이겨버린 미안함은 아빠가 맡기고 간(뭐 그다지 미더운 딸은 아니었을 테지만…) 소중한 아빠의 엄마를 귀찮게만 하는 나를 아빠가 질책하는 기분이 들었던 탓이다.

며칠 내내 엄마는 내 단잠을 깨우지 않으려 했고, 나는 늦잠을 자고 깰 때마다 아빠에게 미안해 하기를 반복했다. 철딱서니… 아빠가 떠난 뒤엔 내내 그랬다. 어리광 끝에 미안함이 꼭 따른다.


곁에 없는 아빠의 질책에 떠밀리듯 일어나 밥상을 차리고 밖으로 나가 엄마를 불렀다. 그래도 밥은 차렸네?라고 해보지만 그래봐야 5일간 본가에 머무르며 내가 차린 밥상은 고작 두 세끼였다. 나는 엄마밥이 제일 맛있다며~넉살 좋게 엄마가 차린 밥상 앞에 앉아 게장이며 나물이며 생선구이를 잔뜩 먹었다. 집에 올라올 때는 엄마가 챙겨준 반찬을 잔뜩 싸 오고도 냉장고에 두고 온 시금치 장아찌를 아쉬워했다. 왜 그 맛있는 걸 안 챙겨줬냐며 힝힝~


나의 철없음이 엄마를 늙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집에만 가면 어리광을 부리게 된다. 닳아질 것 같은 지금이 조금 천천히 가게 해달라고 두려운 기도를 하면서…

나 좀 더 어리광 부릴 수 있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있어줘요~ 나는 엄마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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