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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 병용 Mar 08. 2024

서울특별시민으로 살아온 지 33년이 되었다. 

순식간에 흘러간, 한편으론 까마득한 날들이다. 

처음 접해보는 거대한 공룡등짝 같은 삼일고가를 올려다볼 때는 이 도시가 겁에 질린 나를 금방 뱉어내버릴 것만 같았다. 


그 시절 갖 상경한 시골청년들이 그렇듯 겁먹은 애매모호한 눈으로 지하철을 타고 돈벌이와 지하방을 오가다 보면, 가장 부러운 건  넓은 카라의 다소 빛바랜 와이샤스에 통바지를 입고 반짝거리는 검은 구두를 신고, 남들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자신감 넘치게 다리를 벌리고 신문을 보는 아저씨들이었다. 

나도 언젠가는 주눅 든 시골티를 벗고 저렇게 과장된 자세로 이 도시에 무사히 안착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러나 시대는 순식간에 변하여 침 발라 넘겨가며 탐닉할 기회도 없이 스포츠서울도 선데이서울도 사라져 갔다. 


짧고 가혹했던 젊은 날만큼이나 세상은 빠르게 변해 간다.

더러 아쉽고 후회되는 과거도, 미래의 걱정도 흐르는 강물에 던져 버리고,  사납게 날뛰던 욕망 뒤로하고 이제는 더 많이 적막함을 즐겨야 하겠다. 


경칩 지나고, 겨울 견뎌낸 튤립 새순이 가장 먼저 고개를 내민다.  

다소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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