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벨: Part3-1.가상업무 공간과 삶

하루는 26시간, 삶을 다시 설계하다.

by 스털링

가상업무 환경은 우리를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롭게 한다. 공간의 제약이 사라지면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앞선 해외사례에서 엿볼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가상업무 환경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 보자.


Part3-1에서는 가상업무 공간이 가져다 줄 개인, 가족, 사회 측면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가상업무 환경은 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개인, 가정 그리고 사회의 분위기까지 바꾸는 촉매제가 된다.



출퇴근 혁신 – 하루는 26시간이다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출퇴근은 하루를 잠식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서울 수도권이라면 하루 평균 약 2시간을 출퇴근에 소비한다. 이는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니다.


아침마다 지옥철에 몸을 싣고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고, 잦은 야근과 회식으로 귀가 시간이 늦다 보니 남은 시간은 피곤에 절은 몸을 재생하기에도 부족하다. 가족을 돌보는 것도 버겁고 주변을 돌아보거나 사색할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진다.


출퇴근에서 해방된다면 삶은 어떻게 변할까?


아침마다 지옥철에서 잠들어 있던 시간은 아이의 아침식사를 챙기고, 유치원 등하교에 동행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아침 운동을 하거나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변한다. 한잔의 커피로 여유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다.


저녁에는 가족과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가족간의 이해가 깊어지고 공감대가 형성된다.


단순히 하루 2시간을 되찾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황에 맞게 하루를 다시 설계함으로써 26시간이 된 것 같은 여유를 얻게 된다.



육아와 경력단절 차단


시간에 있어 육아기 부부의 상황은 더 가혹하다. 여성들이 경력을 포기하는 이유의 절반 이상(56.6%)이 결혼과 육아 때문이다. 육아휴직 후 직장 복귀율은 60%에 불과하다.


한국 여성 고용률은 OECD 평균(64%)보다 7%가 낮은 57% 수준이며, 특히 30대 여성의 고용률은 주요국과 비교하면 훨씬 낮다.


갓난 아이가 있는 30대 맞벌이 부부를 상상해 보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이어지고, 2년 후에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 부부의 직장은 멀리 떨어져 있고, 퇴근 후 서둘러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
육아는 결국 부부의 한쪽에 몰리고, 회사와 육아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 스트레스는 쌓이고, 부부 갈등이 생기거나 한 명은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기로 한다.


설령 육아휴직이 유급이라고 해도 휴직기간 동안 회사와 떨어져 지내는 동안 느끼는 불안감과 고립감은 금전적인 문제와는 별개다.


육아휴직이 끝난 즈음 직장 복귀냐, 전업육아냐를 두고 고민한다. 아이를 제3자에게 맡기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죄책감으로 퇴사를 선택한다.


이 문제는 여성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벌이로 버티는 남성들도 벅차다. 이 모습을 보는 20~30대 미혼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감히 시도하기 어려운 일로 느낀다.


만약, 직장을 유지하면서 부부가 함께 육아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가상업무 환경이 정착된다면, 내가 싱가포르에서 함께 근무했던 스페인과 호주 출신 동료들처럼 부부가 시간을 재설계하고 생활 환경을 조율하면서 직장과 가정을 함께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제3자에게 맡겨야 한다는 불안과 죄책감에서 벗어나, 부부가 육아와 집안 일을 나눠 책임질 수 있다.


회사를 완전히 떠나지 않으니 경력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결혼·출산을 감당할 수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생긴다.


어떤 결혼, 출산 장려책보다 효과가 클 것이다.



공간의 자유, 재정의 자유


대부분의 일자리가 서울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주택가격은 끝을 모르고 오른다. 가상업무 환경이 정착된다면 굳이 서울 중심가에 살 필요가 없다. 서울 수도권에 묶여있지 않고, 더 나은 주거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매일 부동산 시세를 확인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비싼 집을 구입한 지인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살고 싶은 지역에 집을 구하고 취향대로 꾸며 살면 된다.


자산이 부동산에 몰리지 않으니 재정적 압박이 줄고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다. 생활의 숨통이 트이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할 힘이 생긴다. 시간의 여유가 곧 삶의 질을 높이는 정신적 여유로 이어진다.



전문성 강화와 기여


일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시간을 채우던 방식에서, 스스로 계획하고 책임지는 방식으로 바뀐다.

워라벨을 맞추기 위한 최적의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성과를 냈는가?’로 평가받는다.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에서는 전문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자기계발의 욕구가 커지고, 이는 더 나은 성과로 연결된다. 회사는 이런 흐름을 격려하고 지원한다.


공간으로부터의 자유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는 능동적인 직원을 만들고, 결국 더 큰 기여로 회사에 돌아온다.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


수도권은 늘 주택난에 시달려 왔다. 해법은 늘 신도시 건설과 도로, 지하철 같은 인프라 확충이었지만, 이 방식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심화시켜 왔다. 매년 수십조 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도 삶의 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수도권은 점점 팽창하고, 출퇴근 시간은 길어지며, 삶은 더욱 힘겨워지는 경험을 수십 년째 되풀이하고 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기 위해 수도 이전이나 행정부처 이전이 시도되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언제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으로 투자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다. 수도권으로 향하는 물리적 인프라 대신 삶의 질을 높이는 소프트 인프라에 투자한다.


공간이 가상으로 확장되면, 주거와 교통에 묶여 있던 자원을 개인의 행복, 가족, 일하는 방식 등의 변화로 돌려 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결국 가상업무 환경은 단순히 개인의 편의 차원의 변화가 아니다.
시간, 공간, 재정 그리고 사회의 투자 패러다임까지 바꾸어 사회 전체가 더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다음 장에서는 시선을 기업과 고객으로 옮겨,
가상업무 환경이 조직과 기업경쟁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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