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은 최장, 생산성은 최저 — 우리는 왜 바꾸지 못하는가?
팬데믹 이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인들은 지옥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지하철 안은 조용하다. 이어폰에서 새어 나오는 음악 소리와 지하철 레일 소리만 가득하다. 사람들은 고개를 떨군 채 잠에 빠져 있다. 피로가 열차 안 전체에 내려앉아 있다.
어떤 이는 앉아서 어떤 이는 서서 새우잠을 잔다. 매일 아침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각자의 일터로 향한다. 우리는 꼭 필요해서 아침마다 러시아워에 지옥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은 노동시간이 긴 것으로 악명이 높다. 2015년 OECD 34개 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였다. 연간 2082 시간이었다. 2024년 총 노동시간이 1865시간으로 10년 간 10% 이상 줄었지만, 여전히 OECD 하위권을 차지했다.
일본보다 13%이상, 우리와 GDP가 비슷한 스페인과 이탈리아보다 12%, 8% 더 많은 시간 일을 한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어떨까? 서울 수도권의 하루 평균 출퇴근 시간은 2시간, 그 시간을 추가하면 한국인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일에 바치고 있다. 교통 인프라는 계속 확충되지만, 수도권의 팽창으로 오히려 출퇴근 거리는 늘어나고 있다. 길은 넓어졌지만, 더 멀리 다녀야 한다.
호주에서 돌아오자마자 나는 경기도 남부의 한 회사가 발주한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출근에 한 시간 반, 퇴근에 40분 가량을 매일 소요했다. 출근과 퇴근시간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퇴근시간은 매일 자정을 넘겼으므로 차가 막힐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호주에서의 새로운 경험은 금새 잊혀졌고, 내 일상은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이 생활을 3년 동안 이어갔다.
팬데믹이 한창일 때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고객사는 경기도 남동부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대부분 서울과 경기도 각 지역에 거주하는 10 여명의 팀원들이 매일 그곳으로 출퇴근을 했다. 대중교통 접근도 쉽지 않았고, 주차문제로 운전해서 출근하기도 쉽지 않았다.
직접 온사이트를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오히려 방해요소가 더 많은 업무환경이었다. 그 먼거리를 출근했다가 확진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프로젝트에는 미국 소속의 직원들이 참여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전세계가 팬데믹 공포로 쉽싸여 있던 시기에 회사로부터 출장허가를 받는 것도, 한국으로의 입국 허가를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프로젝트 기간도 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미국 직원들이 입국하기까지 미국-한국 원격근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보안상의 이유로 고객사는 영상회의나 협업 툴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다. 나와 팀원들은 하루에 집에서 여의도로, 여의도에서 고객사를 오가는 극도의 비효율을 감내해야 했다.
미국 직원들은 일부는 입국했지만, 애초 계획했던 인력은 교체되었고, 꼭 왔어야 할 핵심인력 중 한 명은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다.
유능한 인력일수록 여러 고객에게서 동시에 요청을 받기 때문에 한 프로젝트에만 100% 전담으로 배정하기 어렵다. 비용 효율성 문제도 있다. 그러나 이런 인력은 여러 팀을 이끌고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마저도 그는 가족을 오랫동안 떠나 있을 수 없어 결국 프로젝트 참여를 포기했다.
이렇게 불합리한 업무환경은 결국 가장 중요한 인재를 잃게 만들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기업들은 앞다투어 수백억 원을 투입해 가상 업무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그것은 장기 전략이 아닌, 단순히 위기를 넘기기 위한 ‘비상대책’으로 그쳤다.
코비드19가 엔데믹으로 선언되자마자 기업들은 서둘러 사무실 복귀를 선언했다. 경영자들은 마치 게으름에 절은 직원들을 성실한 자원으로 ‘갱생’이라도 시켜야 한다는 듯, 언론을 통해 연일 복귀를 독려했다.
집에 있으면 가족들 때문에 집중이 안 됐다며,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니 오히려 편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치 해방의 날을 맞은 듯한 표정이었다.
결국 수백억 원을 투자하고도 한국 기업들은 과거로 되돌아갔다.
어쩌면 문제는 ‘재택근무냐 출근이냐’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일지도 모른다.
다음 글에서, 왜 한국도 이제 변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다음편> 워라벨: Part 3. 왜 가상업무 환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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