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문법-기업인수(2)

한국의 문법(1)

by 스털링

한국에서 M&A(기업 인수·합병)라고 하면 아직도 “회장님들의 빅딜”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국가 산업정책의 산물로, 혹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나 분쟁으로 인한 기업 가치와는 무관한 계열사 간 합병으로 인식된다.
그 결과,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아니라 ‘지배구조 조정’이나 ‘위기 대응’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특히 IT서비스 업계에서는 인수·합병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스타트업의 기술이나 인재를 흡수하기 위한 M&A보다는,
법적 책임이 없는 파트너십이나 하청계약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왜 그럴까?



파편화된 시장

한국의 IT서비스 시장은 겉보기엔 경쟁이 치열하지만, 실체는 조금 다르다.
대기업의 IT 수요는 대부분 IT 계열사를 통해 공급된다.
즉, 거래는 시장이 아니라 **‘내부 거래’**로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IT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계약은 그 자회사를 거쳐야 한다.
이 IT 계열사가 실질적 역할 없이 **‘커미션만 가져간다’**는 볼멘소리도 오래전부터 나온다.
발주하는 계열사들의 불만도 크다.
비용은 오르는데 품질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같은 식구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클레임조차 제기하기 어렵다.


이런 구조를 원하지 않는 계열사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익을 보는 주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IT는 기술이 아니라 회계상의 통로다.
이 구조에서는 외부 혁신보다 내부의 누군가의 이익이 우선한다.


기업마다 ‘제 팔 흔들기식’ 구조로 움직이니,
IT서비스 기업은 계열사 캡티브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성장이 제한된 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투자는 어불성설이다.
캡티브 시장이 없는 독립 IT서비스 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업체로 남아 연명하기에 급급하다.


‘핵심 고객(Key Account)’이라는 말이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가 지속되는 주요 고객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A사가 다수의 핵심 고객을 확보하며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다지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단 하나의 주요 고객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그마저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이 사례는 한국 시장이 얼마나 좁고 파편화되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파편화된 시장 환경에서는 M&A가 자리할 곳이 없고,
경쟁만 치열할 뿐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는 악순환 구조가 계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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