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 재구성
M&A는 산업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스타트업들에 동기를 부여한다.
한 젊은 엔지니어를 떠올려 보자. 실리콘밸리처럼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어도 좋다. 기업에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선진 기술을 기업 환경에 적용하려는 공학도가 있다고 하자.
그런 사람이 기술과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생태계가 바로 산업의 힘이다.
이 생태계를 성장시키는 데에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
정부는 규제자이자 투자자이며, 동시에 IT서비스의 주요 구매자이기도 하다.
대기업을 규제할 수도 있고,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으며, 자신이 직접 시장 참여자가 될 수도 있다.
가장 먼저, 산업의 순환을 가로막는 내부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시장 위로 올려놓는 일이다.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시장에 맡겨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내부거래를 유지하는 기업에는 과태료나 불이익을 부과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의지의 문제다.
또한 정부는 단순히 자금을 ‘지원’하기보다, 자금이 회전하고 평가받는 시장을 설계해야 한다.
물고기를 건네주는 대신, 낚시가 잘 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짜 역할이다.
그 환경은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평가 시스템이다.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나 인력 유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필요한 기술이라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동인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면, 기술 기업의 인수를 연구개발(R&D)의 일부로 인정해, 인수기업에 세제나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
또, IT서비스의 주요 구매자로서 정부가 할 일도 많다.
입찰 과정에서 자체 인력 비중이 높거나, 기술 자립도가 높고, 지역 분산도가 높은 기업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에게는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프로젝트를 맡길 수 있다.
또한 내부거래 비중이 낮을수록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이런 구조가 정착되면, 기업들은 필요한 기술만 계열사로 흡수하고 나머지는 시장에 맡기게 될 것이다.
시장에 맡겨지면 IT서비스 산업 내에서도 M&A가 활성화되고, 전문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그 효과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산업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활성화, 수도권 과밀 완화, 지역 균형 발전 같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기업은 캡티브 시장을 벗어나 진정한 경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고, 전문성과 인재를 확보해 해외시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중소 IT기업 종사자들은 더 이상 대기업의 하청업체가 아니라, 기술 전문 업체로서 대기업과 진정한 파트너 관계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기술과 노하우를 인정받을 시장을 열어 준다.
시장만 존재한다면, 젊음은 기술에 투자될 것이다.
평생 직장보다 평생 연구를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해외로 떠나기보다 한국에 남아 기술을 키우려 할 것이다.그것이 진정한 산업 생태계를 깨우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문법을 다시 쓰는 일이다.
이제는 정부가 리드하고, 기업이 그 변화를 따를 때다.
- 성장의 문법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