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③미역국

인간관계: 화해와 절연

by 스털링

한국 음식점에 가면 으레 나오는 게 있다.

미역국.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음식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마주하기조차 어려운 존재다.

서빙 직원이 테이블 위에 미역국을 올려놓을 때마다,

“괜찮아요, 미역국 안 먹습니다”라고 말한다.

그 짧은 한마디를 하기까지 마음속에서는 매번 작은 저항이 일어난다.


미역국 냄새가 거슬리지는 않는데

그 냄새가 감지되는 순간,

내 위장은 반사적으로 움츠러든다.


아득히 멀어진 시간 — 멜버른의 어느 아침이 떠오른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미역국이 상한지 모르고 먹었다가,

하루 종일 구역질에 시달리고 결국 사무실 화장실에 웅크려 앉았던 탈진할 정도로 다 토해냈다.

그 냄새와 함께 찾아온 고독, 낯선 도시의 공기, 그리고 내 몸의 거부감이

이제는 하나의 기억 덩어리가 되어 남았다.


십수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냄새는 내 몸을 긴장시킨다.

사람은 기억보다 냄새로 더 오래 시간을 기억한다더니, 정말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생일의 따뜻한 상징인 미역국이

나에게는 여전히 ‘이방인으로 살던 시절의 쓸쓸함’으로 남아 있다.


나는 아직도 미역국을 먹지 않는다.

앞에 두는 것조차 버겁다.

미역국과 화해하기는, 아마 쉽지 않을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어느 순간 멀어지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더 빨리 화해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

또 어떤 때는 화해할 기력도 남아 있지 않은 관계도 있다.


편안하지 않은 관계를 억지로 이어 붙이려 하지 말자.

미역국처럼, 차라리 멀리 두는 게 나을 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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