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법(3)
한국 기업의 성장 방식은 대체로 파트너십 중심이다.
IT 대기업과 독립 IT기업 간 협력 소식은 많지만,
인수나 지분 확보를 통한 전략적 성장 이야기는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파트너십은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 인수는 성공해도 통합 리스크가 남고, 실패하면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파트너십은 부담이 없다.
성과가 좋으면 ‘협력 성공’으로 홍보하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관계를 끊으면 된다.
그 결과, 협력은 전략이 아니라 뉴스용 이벤트로 소비된다.
이 구조에서는 기술이 기업 내부에 축적되지 않으며,
독립 IT기업에게도 실질적 이익이 거의 없다.
단기 성과는 가능하지만,
지속 가능한 경쟁력은 쌓이지 않는다.
결국 파트너십은 대기업의 성장에도,
스타트업이 자생력 있는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로 필요할 때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품일 뿐이다.
한국의 IT 프로젝트를 보면 외주 협력사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그 경향은 심하고,
‘갑–을–병–정’ 구조 속에 외주가 외주를 낳는다.
내가 근무했던 A사에서는 상황이 정반대였다.
Subcontractor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정말 예외적으로, 인력이 급히 필요하거나
특정 솔루션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때만 허용됐다.
A사는 기본적으로 인력 구성을 세 단계로 나눈다.
1순위는 로컬 인력과 인도 기술센터,
2순위는 글로벌 인력 이동,
3순위는 직접 채용이다.
몇 개월짜리 프로젝트라도 필요하면 인력을 채용한다.
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되면 프로젝트와 무관하게 채용과 인수를 동시에 추진한다.
Subcontractor를 쓰려면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채용은 사업부 책임자의 권한이지만,
외주계약은 프로젝트 리스크로 간주되어 상위 승인이 필요하다.
심지어, 차라리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게 더 쉽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은 정반대다.
내부 인력은 비싸다는 이유로 외주를 쓰는 것이 오히려 권장된다.
대형 프로젝트의 절반, 많게는 70% 이상이 외주 인력이다.
A사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공급망을 확장(Offshore)**한다.
인도, 필리핀, 동유럽, 중국 등이 대표적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외주는 일시적인 인력만 제공할 뿐,
기술이나 전문성은 회사에 남지 않는다.
관리 기술만 쌓이고, 핵심 역량은 외부로 흩어진다.
반면 A사에서는 고객이 어떤 기술을 요청하든
내부 어딘가에 그 역량이 존재했다.
사업부 간 협업과 기술 축적의 결과다.
그게 바로 경쟁력의 차이다.결국, 한국은 수직적 하청, A사는 수평적 확장의 문법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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