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이 만든 맛
콜라를 잘 마시지 않는 나이지만 ‘콜라란 이런 음료구나’하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
다시 유럽 배낭여행 시절 이야기다.
런던에서 새벽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을 때였다. 배가 고파 아침 먹을 곳을 찾던 중 그냥 느낌이 오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영화나 잡지 사진에서 길거리에 테이블이 차려진 레스토랑이었다.(아이폰이 나오기 이전이라 여행정보는 가이드북에서 얻던 시절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계란 노른자가 선명한 토스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더운 날씨라 음료도 함께 주문했는데 생수와 콜라 가격이 비슷했다. ‘기왕이면’하는 마음에 별 생각없이 콜라를 주문했다. 토스트와 함께 나온 콜라는 예쁜 유리잔에 물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고, 얼음과 레몬 한조각이 얹혀 있었다.
서빙하는 직원도 품격 있어 보였고, 노천 테이블에 앉아 토스트와 레몬이 올려진 콜라를 마시고 있으니 마치 파리지엥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약간 느끼한 토스트를 반쯤 먹은 후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순간 ‘콜라가 이런 맛이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한 청량감, 레몬 향이 살짝 스치는 상큼함
그 한 모금은 토스트의 느끼함과 한여름의 무더위를 단번에 날려 주었고, 초보 여행자에게 묘하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듯 했다.
한잔을 더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초반이라 경비를 아껴야 했고, 리필이 되지 않는 레스토랑에서 콜라를 두잔씩이나 마시는 건 배낭여행자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졌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파리에 올 테니 그 때 다시 찾자’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국 그 레스토랑을 다시 가지는 못하고 여행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와 여러 식당에서 콜라를 주문해 봤다. 그런 맛을 내는 곳은 없었다. 레몬을 사서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역시 그 맛은 나지 않았다.
도대체 그 레스토랑은 콜라에 무엇을 넣었던 걸까?
아직도 무더운 여름 파리에서 마신 레몬 콜라의 청량함을 내 몸은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은 콜라의 맛이 아니라 낯선 도시에 막 도착해 느끼는 긴장감과,
앞으로 펼쳐질 여행의 설렘이 만들어낸 인상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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