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팟의 기사회생 이야기
매일 오후 다섯 시, 나는 5km 슬로우 러닝을 한다. 러닝복, 운동화, 모자, 애플워치—거기에 무릎이 안 좋으니 무릎 보호대와 여름엔 손수건까지 챙긴다. 음악은 아이폰 미니로 듣고, 그 곁을 늘 지켜주는 건 작은 동반자, 에어팟이다.
여름 러닝이 끝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그래서 에어팟은 마른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 케이스에 넣어 충전하고, 운동복과 수건은 세탁기에 돌린다. 여름은 세탁기가 가장 바쁘게 일하는 계절이다.
그날도 주스를 한 잔 마시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화면 상단에 에어팟 페어링 메시지가 계속 잡혔다 꺼졌다 한다. 케이스엔 없는데? 순간 ‘혹시…’ 싶었다. 수건에 싸여 세탁기에 들어간 건 아닐까? 이미 세탁기는 20분 넘게 돌아가고 있었다. 급히 세탁기를 멈추고 들여다봤지만 다행히 보이지 않았다. 안도하며 다시 세탁을 돌렸다.
그런데도 에어팟은 계속 신호를 보내왔다. 한참 후, 세탁물을 꺼내는데… 앗! 왼쪽 버즈가 세탁기 안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망했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여전히 페어링 팝업이 휴대폰에 뜨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유튜브를 켜 보았다. 믿기 어렵게도, 녀석은 멀쩡히 노래를 들려주었다.
5년 넘게 함께한 에어팟 2세대. 이젠 바꿔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녀석은 여전히 내 곁에 있고 싶은가 보다. 땀과 세제를 버텨낸 채, 휴대폰에 끊임없이 ‘나 여기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무심한 친구를 용서해 다오.
그리고 조금 더 함께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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