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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100%를 말하지 않습니다

심리학, 그리고 확률적 추론의 문제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심리 및 행동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을 세우려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엄격한 과학적 연구 과정을 거쳐 인간에 대한 이론이나 법칙을 검증한 후, 그것을 토대로 인간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을 내어 놓지요. 시간과 비용, 장소 제약 등의 문제로 모집단(population)이 아닌, 표본(sample)을 토대로 연구 가설을 검증하고, 이것을 추론 통계 기법을 활용하여 일반화합니다. 과학적인 반론이 제기되기 이전까지, 이 일반화된 이론은 잠정적인 사실로 취급되어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 가능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문제는 심리학자들이 검증한 '보편적' 이론을 절대적인 성질의 주장으로 받아들인 나머지, 결국 심리학에 대해 터무니없는 것을 요구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즉, 이들은 심리학자가 말하는 '보편성'을 곧 '절대성'과 동일한 것으로 취급, 심리학 이론들은 한 치의 예외도 없이 모든 사례들에 적용 가능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령 '머리 큰 사람이 더 똑똑하다'는 연구 결과를 보고 나서, '어? 나는 머리가 큰데 왜 똑똑하지 않지?', '내 친구는 머리가 작아도 똑똑하던데?', '내가 머리가 커서 이렇게 똑똑한가 보구나. 그러니 이 연구는 타당해.' 등과 같은 반응을 내어 놓습니다.



심리학은 다수의 사람들을 겨냥하지, 개개인을 직접 겨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그 어떤 대단한 심리학 이론이라 할지라도, 모든 개별적 사례들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자들은 그들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통계적인 방법론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즉, 심리학자들은 통계학에 기반한 '확률적 추론'을 시행합니다. 다수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담긴 자료들을 수집/분석한 후, 자료들 가운데에서 유의미하게 변화하는 고유 '패턴', 혹은 '경향성'을 발견해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심리학자들의 목적은 '평균적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있습니다.




  결국 심리학은 우리에게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보다 더 높은 가능성을 제시할 뿐입니다. 연구 결과, 다수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A라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B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성을 보였으니 당신 역시 유사한 패턴으로 생각하고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합리적인 추론을 하려는 것이죠. 즉, 심리학자들이 당신에게 할 수 있는 것은 다수의 사람들 속에서 발견된 공통된 부분이 무엇이었는가를 일깨워주는 일입니다.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경험에 완벽히 들어맞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은 심리학이 아닌 사이비 과학의 일종인 독심술을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심리학자는 마법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심리학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무지를 비단 대중들의 오해와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심리학 연구를 소개하고 전파하는 언론들의 보도 방식들이 자칫, 심리학자들이 절대적인 것을 주장하는 것인 양 보이도록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부정적인 사람과 있으면 수명이 줄어든다.', '못생긴 친구 옆에 서면 당신도 박보검' 등 심리학 연구를 소개한 기사들을 보면, 무엇보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제목을 채택한 것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기사를 접하는 독자들은 저 단호한 제목들이 '심리학자들의 말'인지, '언론의 말'인지 쉽사리 구분하지 못합니다. 실제로 연구 논문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연구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확인하고자 번거롭게 영어로 된 논문을 찾아 읽는 독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결국, '언론의 말'을 곧 '심리학자들의 말'로 받아들인 독자들은, 연구 내용을 부풀리고 과장한 기자를 질책하기보다 심리학자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맙니다. '나는 그렇지 않던데?'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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