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의 심리학 대학원 준비 방법은?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며 상담 요청을 해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사실 때문에 심리학 대학원 진학 자체를 망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전에는 심리학에 흥미가 없어 다른 전공, 다른 직업에 몸담고 있다가 뒤늦게, 심리상담사가 되고 싶다거나 인간의 심리에 대해 보다 깊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심리학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나중에 대학원에 가더라도 전공자들을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제법 있었다. 그러나 물론 내가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질문은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심리학 비전공자도 심리학 대학원에서 뽑아주나요?'
'저는 지방대 심리학과 출신인데 유명 심리학 대학원에서 저를 합격시켜 줄까요?'
'저는 학점은행제로 심리학 학위를 취득했는데 괜찮을까요?'
'저는 현재 심리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학사(일반)편입을 통해 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을 노리려 하는데, 저와 같은 상황에서도 합격하는 사례가 있나요?'
'자격 요건'에 따른, 어찌해볼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때로 사실이다. 교수진들이 지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들에게 점수를 매기고, 합격자를 추려내는 것도 어디까지나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떤 학교의 어떤 교수는 타교 학생보다는 모교 학생을 더 선호한다. 반면 다른 어떤 학교의 어떤 교수는 타교 학생들의 지원을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취득한 학사학위와 4년 학부 과정을 통해 얻은 학사학위 간 차별을 두지 않는 교수도 있으며, 그렇지 않은 교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원 입시에는 주로 학사학위 수여기관, 전적대 전공 성적, 공인영어점수, 학업(연구)계획서, 필기고사, 면접, 그 외 기타 이력사항 등이 골고루 반영되는데 학교마다, 연구실마다, 교수마다 어떤 항목에 보다 더 가중치를 부여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 역시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유념해야 할 것은 단 두 가지다. 첫째,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열심히 합격 후기를 들여다보고, 입시 요강을 분석한다 하더라도 우리는 당락을 좌우하는 면접관, 혹은 교수님들의 속내를 완전히 다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당락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 스펙이 무엇인지, 혹은 별 의미가 없었던 스펙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로서는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비전공자 출신이라는 점을 내가 가고자 하는 대학원의 교수님들이 중요하게 고려하실지, 아니면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실지 우리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제껏 모교 출신들만 뽑아 왔던 교수님이라 하더라도 '하필이면' 올해부터 타교 출신들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결심하셨을지 우리가 어찌 아는가?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단지 각 대학원 입시 요강에 쓰인 대로 '자격 요건'을 갖춰야 비로소 합격 확률 0%를 벗어날 수 있게 된다는 사실뿐이다.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지원하면 100% 떨어진다. 그러나 자격 요건을 갖추면 1%라도 가능성이 생긴다. 단지 그것뿐이다.
둘째, 스펙에는 바꿀 수 있는 스펙과 바꿀 수 없는 스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경로로 심리학 학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는가? 전공 성적은 어느 정도인가? 모교 출신인가, 타교 출신인가? 등의 스펙은 바꾸기가 몹시 어려운 것들이다.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바꾸기 위해서는 몇 년 이상 오랜 기간의 시간과 비용 투자를 감내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반면 공인영어점수, 학업(연구)계획서, 필기고사, 면접 등의 요소들은 비교적 단기간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들이다. 심리학 대학원 준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다. 심리학 대학원에 꼭 가고 싶어서, 심리학 대학원에 입시 원서를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겠는가? 바꿀 수 없는 스펙들을 가지고 전전긍긍해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수 있는 스펙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전체적인 평균 스펙을 끌어올릴 것인가?
상대적으로 안 좋아 보이는 자신의 '자격 요건' 때문에 고민이 되는가? 만약 여러분들이 '심리학 대학원에 지원하겠다'라고 굳게 마음을 먹고 있다면 사실 그러한 고민은 불필요한 것이다. 여러분은 어차피 지원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심리학을 배우고 싶고, 심리학자나 심리상담사가 되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가?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열심히 합격을 향해 달려가는 일뿐이다.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든, 편입을 통해서든 일단 출발선에 서라. 자격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이제 그것들에 대해서는 신경을 꺼라. 그다음 나머지 스펙들을 압도적으로 끌어올려라. 바꿀 수 없는 스펙의 불리함이 묻혀버릴 정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