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높고, 현실은 암담하다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 바로 등록금이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을 배우길 희망하면서도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망설인다. 현실적인 요건이 도저히 충족되지 않을 것 같아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심리학 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은 대략 600-700만 원 선이다(정확한 액수는 각 대학원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이는 대학 등록금을 아득히 상회하는 수준이며 석사 졸업까지 총 4학기 분의 등록금이 들어간다고 친다면 약 '650만 원 ×4학기=2600만 원' 정도의 여유 자금이 필요해지는 셈이다(석사 4학기까지는 등록금 전액을 꼬박꼬박 내야 하지만 석사 5학기부터는 '석사 수료생' 신분이 되므로 등록금을 내지 않거나, 약간만 내면 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간과하지만 학위논문을 쓸 때도 적지 않은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 역시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가령 데이터 수집에 드는 비용, 학위논문 심사비, 논문 제본 비용 등만 잡아도 약 100-200만 원은 우습게 들어간다. 만약 박사학위논문이라면 총 비용은 더 늘어난다.
박사학위논문은 1차 심사, 2차 심사 등 심사 횟수가 더 많고 심사위원의 숫자도 더 많다. 이는 곧 심사비가 적어도 몇 배는 더 들어간다는 뜻이다(최근에는 일선 대학원들이 점차 논문 심사비를 받지 않거나 덜 받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학술 논문이나 연구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대개 공동 저자로 참여하게 될 때가 많으며 정부나 민간 기업으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제법 있다. 즉, 석사 대학원생 개인이 금전적으로 부담해야 할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위논문은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학위논문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단독 저자로 참여하게 되는 논문이며, 학술 저널이나 보고서 등 학계나 사회에 기여하는 공공성 측면이 상대적으로 적다. 학위논문은 특정 개인의 학술 역량을 증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그래서 학위논문에는 연구비 지원이 거의 붙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 집안 형편이 좋지 않은 대학원생들의 학위논문 관련 비용을 장학금 명목으로 지원해주는 재단들이 소수 존재할 따름이다.
여기에 더해, 여러분은 연구실에만 24시간 틀어박혀 있을 것은 아니지 않은가? 만약 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게 된다면 방값이 고정 지출로 잡힌다. 식비, 교통비, 통신비 등의 부수 요인들 역시,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한 대학원생들에게 있어서는 무척 부담이 큰 부분들이다.
정리하자면 등록금, 학위논문 비용, 생활비 등 대학원 생활 동안 과연 얼마의 비용이 필요하게 될지, 그리고 그 비용들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계획들은 필수적이다. 돈 들어올 곳은 없는데, 돈 나갈 곳만 넘쳐난다. 대개의 심리학 대학원생들이 처한 현실이다. 인문계열 대학원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고 할 수 있으나 이공계열 대학원보다는 여러모로 사정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꿈을 좇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 꿈이 이뤄지게 될 곳은 바로 이 암울한 '현실'속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