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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연구)계획서 잘 쓰는 법에 대해

  거의 모든 심리학 대학원에서 지원자들에게 학업(연구)계획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심리학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연구자적 통찰력', '연구자적 관점' 등에 지원자들이 얼마나 소질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또, 지원자의 관심 연구 주제가 해당 대학원에서 지향하는 연구 방향성이나 장기적인 비전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목적을 띤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입시와는 달리, 대학원 입시에서는 지원자들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므로, 대학원 준비에서 학업(연구)계획서 작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또, 출신 학교, 학사 학위의 종류(4년제 학사, 전문학사 등)와 같은 '자격 요건'의 경우, 대학원 준비 시작 시점에서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므로 지원자들은 나머지 평가요소인 학업(연구)계획서 등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업(연구)계획서를 잘 쓰고 싶어도, 그 방법을 알려주는 곳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이미 대학원, 연구소 등에 몸담고 있는 연구자들은 학업(연구)계획서라는 문서의 성격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연구자들은 계획서에 어떤 항목들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아카데믹하게 쓰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들이 고려되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매우 익숙하다. 연구계획서를 많이 쓰고, 또 남의 연구계획서를 자주 읽다 보면 '어떤 계획서가 좋은 계획서인가?'에 대한 감을 얻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구'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대다수의 대학원 지원자들에게는 그저 막막하고 또 막막할 따름이다. 인터넷에 열심히 검색은 해 보지만 이렇다 할 정보는 없다. 하다못해 합격한 이의 학업(연구)계획서 샘플이나 경력 있는 연구자가 실제로 쓴 연구계획서를 참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원래 연구계획서라는 것은 외부에 잘 공개되지 않는 것이다 보니 이마저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한 번 정리해봤다. 연구계획서를 여러 차례 직접 써보기도 하고, 실제로 그러한 연구계획서로 연구비 지원 사업에서 지원 대상 연구로 선정되기도 했던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학업(연구)계획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중요 팁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들은 내가 심리학 대학원 진학 컨설팅 상담에서 조언하는 내용들 가운데 일부다.




1. '학업 계획', '연구 계획'에 대한 것을 쓰자.

  '학업(연구)계획서'라는 제목에 충실한 글을 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심리학과 관련이 없는 내용들은 과감히 생략하라. 연구에 대한 자신의 흥미,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 계획에 대해서만 심도 있게 논하라. 물론 자기소개서를 따로 요구하지 않는 대학원이라면 학업(연구)계획서의 도입부에 간단한 자기소개를 첨부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시시콜콜한 개인사 대신, 학업이나 연구에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만을 추려라(학창 시절 교내외 논문대회 입상 경력, 학사 졸업 논문, 책이나 영상, 기사, 칼럼 등 심리학 컨텐츠 제작 이력 등이 있다면 꼭 기재하라.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는 학부생들을 위해 마련된 연구 (포스터) 발표 분과가 존재하는데 만약 이와 관련된 경력을 갖고 있다면 이 또한 도움이 될 것이다).


2. 연구 계획은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써라.

  학술적 글쓰기(특히 과학 논문)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연구 주제를 잡을 때도 그렇고, 논리적 근거를 서술해야 할 때도 그러하다.  직유나 은유, 반어, 역설, 감탄 등의 각종 수사는 거의 불필요하다. 모호하고 장황한 글보다는 분명하고 간결한 글을 써야 한다. 한편 희망 연구 주제에 대해 말할 때는 '사회비교', '자기고양편향', '특질 불안', '스트레스 대처 양식' 등과 같이 가능한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심리학 용어로 나타내 주는 것이 좋다.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상의 심리 현상들을 일상의 언어로 장황히 설명하려 하지 말고, 심리학 용어들을 사용해서 간결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3. 연구 가설에 대한 논리적 근거들을 대라.

  대개 연구라 하는 것은 '변인'과 '변인'간의 관계를 연구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사랑이란 무엇인가?', '성격이란 무엇인가?', '강박증이란 무엇인가?', '집단사고란 무엇인가?' 이런 것은 당장의 연구 주제로 부적합하다. 여러분이 특정 주제에 대해 이미 전문가라서 리뷰 논문을 쓰거나, 책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여러분은 기존에 연구된 적이 없던 새로운 변인 조합을 찾아낸 후, 해당 변인들 사이에 어떤 관계성(인과, 상관 등)이 존재하는 것을 밝히는 연구를 구상해야 한다. 물론 가설을 도출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기존 연구에 의한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외향성이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측했다면, 어떤 근거들에 의해 그러한 예측이 개연성을 얻게 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4. 이 연구가 왜 필요한가?

  여러분이 희망하는 연구 주제가 '왜' 중요한지, '왜' 가치 있는지를 어필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제출하는 학업(연구)계획서는 기본적으로 교수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설득의 글이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부분들을 고려하여,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쓰라. 1) 교수님의 관심분야, 주요 연구분야와 어떻게 연관되는가? 2) 이 연구의 학술적 기여도는? 이 연구만의 독창성(originality)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3) 이 연구의 사회적 함의는 무엇인가(논문의 '논의(Discussion)' 부분에 주로 소개되는 부분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연구의 필요성이나 연구의 의의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연구로 말미암아 세상이 더 나은 곳으로 바뀔 것이라는 둥, 사람들의 인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둥, 제도의 미비점을 단숨에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둥, 학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는 둥, 그러한 거창한 이야기는 금물이다. 원론적으로야 연구가 생명력을 갖기 시작할 때, 어떤 파급력을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겠으나 적어도 전문가들인 교수님들이 여러분들보다는 더 예리하고 정확하게 여러분이 내놓은 연구 아이디어의 가치를 판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현대 심리학계에서 심리학사에 실릴 정도의 연구 논문이라는 것은 웬만하면 잘 나오지 않는다. 특히 이제 막 대학원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하는 여러분들에게는 절대 그런 수준의 연구를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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