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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간판'은 얼마나 중요한가?

대학원은 '학벌 세탁'의 수단인가?

  대입 준비 시에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간판을 따진다. 가능한 좋은 성적을 얻어 소위 명문대에 갔으면, 하는 것이 거의 모든 부모 자녀들의 바람이다. 물론 그들은 '학벌주의' 그 자체가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학벌주의에 편승하고 있을 뿐.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단지 학벌로 인해 내 인상이 평가되고, 내 능력이 평가되고, 내 가능성이 평가되고 마는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반갑지 않다.


  만약 노력 끝에 우수한 학벌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면 큰 문제는 없다. 왜? 내가 바로 그 학벌주의의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모나 보이지 않도록 적절히 인상 관리만 해 준다면, '혜택'에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티를 낼 줄만 안다면 학벌은 언제까지나 나의 앞길을 도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학벌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이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고(상위 1% 이내에 들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따라서 대다수에게 있어 학벌이란 단지, 지속적인 콤플렉스의 근원으로 남기 쉽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소위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학벌 콤플렉스를 가슴속에 안고 살아간다. 그깟 학벌이 뭐가 중요하냐며, 주어진 여건에서 묵묵히 힘써보다가도 높은 학벌을 가진 이가 잘 나가는 모습을 보면 이내 씁쓸해지곤 한다. 혹시나, 어쩌면 학벌 때문에 나는 안 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다며, 체념할 때가 많지만 가끔, 아주 가끔씩은 이놈의 학벌 콤플렉스를 극복해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더 좋은 학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목적이 있어 대학원을 찾는다. 학문에 큰 뜻을 품고 교수나 연구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 대학원에서 전문성을 길러 현업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사람, 취직이 잘 되지 않자 일단 대학원으로 '도피'를 오고자 하는 사람,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었던 꿈을 위해 먼저 대학원을 선택한 사람 등등 저마다의 이유로 대학원 진학을 꿈꾼다.


  그런데 대학원을 가기를 희망하는 이들 가운데 '학벌'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는 경우 역시 놀랄 정도로 많다. 대학원 진학을 위한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으레 '왜 대학원을 가길 희망하는지'에 대한 답을 듣게 되곤 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럴듯한 이유'를 말한다. 꿈을 이야기하고, 전문성을 이야기하고 여타 현실적인 이유들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였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같이 대학원 준비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사실 학벌 콤플렉스가 무척 강해서, 소위 이름난 대학원에 한 번 가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꽤 만나게 된다.


  그러나 학부 때와는 달리, 대학원을 선택할 때는 학교 간판이 그리 중요치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솔직히 말해 학부 수업이야 워낙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이라 교수가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하기 어렵고 수업 커리큘럼이 학교마다 대동소이하기에 '외피'에 지나지 않는 학교 간판의 가치가 더 올라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만약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학생이 있다 할 때, 우리는 그 학생의 출신학교나 성적을 궁금해하지, 어느 교수님에게서 지도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원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학부와는 달리 수업이든 연구 활동이든 매우 소규모로 진행되는 것이 대학원의 특징이다. 대학원에서는 교수님께 1:1로 지도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잦으며 따라서 교수님의 실력이 나의 학문적 성장, 나의 연구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도 교수님은 대학원 이후 나의 진로에 대해서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박사 유학을 희망한다면, 석사 때 지도 교수님의 추천서가 필요한데 지도 교수님의 학문적 명성이 뛰어나다면 박사 입학 과정에서 유리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석사 졸업 이후 관련 분야로 취업을 희망한다면, 이 때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신 지도 교수님의 여러 가지 조언을 들을 수 있다.


  그러므로 대학원을 선택할 때는 대개 간판보다, 어떤 선생님 밑에서 지도를 받을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대학원을 고를 때는 그 대학원에서 주로 다루는 연구 주제들이 나의 흥미와 적성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나를 지도해줄 교수님의 연구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중요하게 살피는 것이 좋다. 교수님의 연구 실적들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최근까지도 활발히 저서나 논문 등을 출판하고 있는지 알아보라. 그리고 교수님이 후학을 양성하는 일에 얼마나 헌신적인지를 알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제자들이 해당 교수의 연구 실적들에 얼마나 빈번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백날 명문대 대학원이라 한들 연구에 대한 거의 모든 실권을 쥐고 있는 교수님이 나에게 일감을 주지 않는다면 고생해서 대학원에 간 보람이 없는 것이다. 차라리 대학원의 이름값은 조금 낮을지라도, 열정적인 교수님 밑에서 연구 실력과 실적들을 고루 쌓아가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학교 간판이 전적으로 '무쓸모'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명문으로 이름난 학교의 대학원일수록 전반적인 연구 여건이 더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 연구 시설들도 훌륭하고, 여러 가지 장학 제도, 연구비 지원 정책들도 상대적으로 잘 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만약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대학원 진학을 망설이고 있다면, 장학 제도가 잘 갖춰진 명문대 대학원을 노려보는 것도 어쩌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한편 대개 '학벌'이라 하면 출신 대학을 의미하지, 출신 대학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명문대 대학원 후광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에는 또 애매하다. 향후 진출 분야에 따라 출신 대학원의 명성이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명문대 대학원에는 모교에서 대학원으로 바로 올라 온, 소위 명문대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향후 사회 진출 시 그러한 동문들과 인맥을 형성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쉽다.




  대학원 '간판'은 얼마나 중요한가? 앞서 살펴봤듯 장점도, 단점도 여러가지이므로 아마도 여러분들은 여러분 나름의 판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다만 꼭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것은, 대학원을 오로지 '간판'으로만 평가하려는 태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겉은 화려해보여도 실속 하나 없이, 허망하게 대학원 생활을 마감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진학에는 크게 세 가지 패턴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업그레이드', 그리고 '옆그레이드'다. 이는 각각 자신의 모교보다 이름값이 좀 더 높은 대학의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모교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이러한 방향성이 자연스럽다고 말한다. A대 나와 B 대학원에 갔으니 이제 A대 출신이 아니라 B대 출신이라고, '출세'했다고까지 말하는 경우를 난 자주 봤다.


  그러나 여러분은 아는가? '다운그레이드'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즉, 생각외로 많은 이들이 그들의 출신 대학보다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낮은 학교의 대학원으로 자발적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런데, 그들이 과연 대한민국의 학벌주의 풍토나 각 학교들의 이름값을 몰라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일까? 대학원 입학에서의 '다운그레이드'는 결코 폄하받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주위의 시선들을 뿌리치고 묵묵히 자기가 뜻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들은 존경의 시선을 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정리해보자. 여러분이 지금 학벌 콤플렉스로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래서 대학원을 단지 '학벌 세탁'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면 아래의 물음들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왜 대학원에 진학하길 희망하는가?
대학원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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