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일반대학원과 특수/전문대학원(이하 특수대학원으로 통칭)이 바로 그것이다. '대학원'이라는 이름을 내 걸고 있다는 점은 공통적이나 기능이나 역할, 지향점, 졸업 이후 진로 등등에 있어 이 두 대학원 간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들이 있다. 따라서 심리학 대학원에 가길 원한다면 일단,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차이점을 이해하고 어느 대학원이 스스로의 목적 지향과 부합하는지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보아야만 한다. 그렇다면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 이 둘 간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반대학원에서는 연구, 이론, 학문의 기초 등을 중시하는 편이다. 지식의 최전선에 서서,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는 새로운 진리들을 탐구해 나가는 것, '학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 등등이 일반대학원의 기본 지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대학원의 목적은 뭐니 뭐니 해도 연구자의 양성이다. 학위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박사(Ph.D)가 되었다는 것, 학위 논문을 쓰며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혼자서 연구의 전 과정을 주도해본다는 것은 곧, 그 사람 스스로가 이제는 한 사람의 독립된 연구자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기본 자격을 갖추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반대학원을 졸업한 후, 흔히 선택하게 되는 것이 바로 연구자로서의 삶이다. 정부/민간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거나 박사 후 과정 등을 거쳐 정식 교수로의 임용 등이 포함된다(물론 여러분들도 매우 잘 알다시피 '정년 트랙'의 교수가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버금갈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그래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많은 이들은 교수되기의 전 단계로, 연구소 등지에서 커리어를 쌓거나 학교에 남아 연구 실적을 쌓는 데 몰두한다. 그 과정에서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 대학에서 '시간 강사' 활동을 병행하기도 한다). 한편 일반대학원은 대개 전일제 형식으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반대학원생은 바쁘다.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 수업도 계속 들어야 하고, 연구와 실험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정기적으로 각종 학술대회에 참석해야 함은 물론이요, 학과 조교나 연구 조교 등을 맡게 되면 조교 일에 밀려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수업이나 연구 활동이 뒤로 밀려나기 일쑤다. 따라서 일반대학원 진학을 각오했다면, 전일제 대학원생으로서의 삶을 선택했다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의 경제 능력을 거의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특수대학원에서는 응용, 실무, 현장 등의 키워드가 중심이 된다. 특수대학원도 엄연히 대학원이므로 상당한 수준의 연구 활동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반대학원보다는 상대적으로 기초 중심의 연구 활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으며, 연구 활동뿐만 아니라 기존에 연구된 바 있는 학술적 내용들을 토대로, 현장에서 응용 가능한 실무적인 아이디어들을 고안하는 것을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다. 왜냐하면 특수대학원의 주된 지향점이 바로 이론과 실무에 모두 능통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수대학원을 졸업한 이들은 계속 학교에 남아 연구를 계속하기보다는, 대학원에서 익힌 전문 지식을 살려 자신이 속한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자 한다. 실제로 특수대학원에 가 보면, 공부에만 모든 것을 투자하기 위해 온 사람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미 직장인이거나, 전문가로서 자신의 실무 역량을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특수대학원에 다니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무척 다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대의 청년들부터, 중장년층, 그리고 때로는 미처 다 하지 못했던, 공부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뒤늦게라도 학업의 길을 선택하신 연세 지긋한 분들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사실 특수대학원은 자신의 직업적 커리어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다. 한 개인이 내세울 수 있는 스펙 가운데 '학위'만큼 공신력이 있고 활용 폭이 넓은 것도 없거니와 방대한 논문 지식들을 습득하는 과정을 통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력과 사고력까지 기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편 특수대학원은 야간제 커리큘럼 등 탄력적으로 운영되기에 직장과 병행하기에도 일반대학원보다 한층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기에, 오늘도 다양한 목적을 가진 이들이 특수대학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대학원의 선택에는, 대학원 진학의 목적이나 각 대학원이 가진 특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현실적인 합격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판단 역시 대학원 선택에 있어 간과될 수 없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대학원은 특수대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격 기준이 '보수적'인 편이다. 즉, 일반대학원에서는 '모교 학부 출신, '4년제 대학 학사학위', '연구계획서에 나타난 연구자로서의 소질' 등을 보다 중요하게 고려하여 합격자를 선발하는 편이다. 반면 특수대학원에서는 연구 활동 그 자체보다는 응용, 실무 영역이 크게 다뤄지는 경우가 잦고 '연구자 양성' 그 자체만을 목표로 삼지 않기에 일반대학원보다는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 말할 수 있다. 즉, 특수대학원에서는 지원자들이 가진 다양한 역량과 자격 요건들에 비교적 관대하며, 대학원 과정에서도 학생 개개인이 학업과 여타 직업활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일정들을 배려해 주는 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상기 언급한 특징들이 모든 일반대학원, 모든 특수대학원들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반대학원이라 하더라도 이론보다는 응용을 중심으로 하는 곳이 있을 수 있고, 학생들의 사정들을 배려해주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특수대학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론을 보다 중시하거나, 커리큘럼이 빡빡하고 졸업 요건이 까다로운 특수대학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여러분이 희망하는 대학원만의 특징에 대해서도 가능한 꼼꼼히 알아볼 것을 권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의 선택 과정에 있어 유념해야 할 것은 바로 '연구'에 대한 적성이나 흥미다(아니, 어쩌면 대학원 진학 여부를 선택하기 앞서 고민해야 할,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논문을 읽는 것이나 연구 가설을 짜 보는 활동 등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없다면, 일반대학원 생활은 단언컨대 무척 괴로운 여정이 되고 말 것이다. 학부 과정 때까지는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교수가 시키는 대로만 공부하면 됐지만 대학원 과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이 과제나 연구 주제 등을 던져 주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알아서 관심 주제를 찾고, 논문을 읽고, 연구를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방향이 과연 옳은지,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등에 대해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 따라오게 될지 역시 누구도 알 수 없다. 그저 스스로가 가진 소신과 판단력을 믿고 우직하게 나아가야 할 따름이다. 교수님이나 선배들이 도와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원래 연구자의 길이라는 것이 그렇다. 연구 활동이란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점을 몰랐던, 대학원에 처음 들어온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적응을 못하고 중도에 자퇴를 선택하고 만다. 심지어 그 고생을 해서 대학원에 합격했음에도 단 며칠 만에 자신이 기대하던 곳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대학원을 자퇴하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 그러니 부디 대학원을 간판을 따거나, 교수님이 정해준 대로 밑줄 치고 공부하기 위한 곳 정도로만 여기지 말기 바란다. 대학원의 근본은 연구다. 연구에 자신이 있는지, 연구에 흥미가 있는지부터 스스로에게 먼저 물을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자기 자신이 '기초 학문'의 의의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 일반대학원으로의 진학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기초 연구를 하는 이들은 대개 그 연구의 현실적인 응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채로 연구 결과를 내어놓는 것이 아니다. 기초 연구들의 성과를 어떻게 현실 속에서 실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응용가들의 몫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초 연구에 대해 '당장 실용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을 제기하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그러나 이 점을 간과한 채, 기초 연구에 대해 응용 가능성을 고려치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연구의 가치를 낮잡아 보는 이들이 실제로 적지 않다). 응용은 응용대로, 이론은 이론대로 나름의 가치와 의의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한편 나 자신의 대학원 경험과 선배 연구자들의 이야기, 그리고 컨설팅 경험들을 돌이켜 생각해볼 때 연구자들은 대개 '이론가형'과 '실전가형'으로 구분되는 듯하다. 여러분이 새로운 지식 탐구, 진리의 발견 그 자체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여러분은 '이론가형'에 해당하며, 일반대학원이 보다 적합한 선택이다. 그러나 연구 내용을 현장에서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다면 여러분은 '실전가형'에 해당하며, 이러한 경우에는 특수대학원이 보다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