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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비전공자 출신'은 약점인가?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당신! 혹시 각 대학원 모집 공고 부분의 '자격 요건'을 유심히 들여다본 일이 있는가? 공식적으로 게시되어 있는 '자격 요건'을 먼저 챙겼는가, 아니면 N포털 지식 검색 서비스에 먼저 의지했는가? 무엇보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스터디, 면접, 학업(연구)계획서, 전공 탐색, 통계, 영어 공부 등등 해야 할 것이 많아 조급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자격 요건'에 대한 명확한 분석 및 자신의 강점, 미래 포부 등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어떤 준비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심리학 대학원 입시 전략 설명회를 열면서, 내가 가장 앞부분에 소개하는 것이 바로 '자격 요건'에 대한 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이 '자격 요건'에 대한 소개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왜? 그것만큼 대학원 진학의 성패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사항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 [2017년 O월까지 취득예정자 포함]
또는 법령에 의하여 학사학위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된 자 (석사 지원 기준)


  대부분의 심리학 대학원에서 내걸고 있는 조건은 무척 간단하다. 즉, 학사학위 단 한 가지만 갖추고 있다면 누구나 심리학 대학원에 지원할 수 있다. 자, 어떤가? '자격 요건'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나니 무언가 깨닫게 되는 것이 있었는가? 너무 당연하고 뻔한 것 같아서 맥이 빠졌는가? 그러나 속단은 금물이다.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저 '자격 요건' 항목이 내포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에 대해 잘 모른다. '자격 요건' 부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설사 자신이 합격을 했더라도 왜 합격을 하게 된 것인지, 불합격을 했다면 왜 합격하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자격 요건' 속에 숨겨진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현실을 먼저 보자.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학사학위'에 만족하지 않는다. '심리학 학사학위'가 있어야만 대학원 합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격 요건' 부분에 단지 '학사학위'라고만 쓰여 있음에도, 사실은 그것이 '심리학 학사학위'를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심리학 학사학위'가 없다면 사실상 합격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심리학 학사학위'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노력한다. 학점은행제, 사이버대학, 독학사, 방통대 등등 '심리학 학사학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만 일단 골몰한다. 분명 '자격요건' 란에는 '심리학 학사학위'라는 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심리학 학사학위'가 있는 것이 심리학 대학원 진학에 보다 유리하다는 점은 인정한다. 심리학 학사학위가 증명해주는 심리학 기초 지식이 없이, 당장 대학원에 가 심리학 논문들과 씨름하는 것은 무모하다. 그리고 학생을 선발하는 교수들 역시 심리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학생을 선발하길 꺼려할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대학원들이 '자격 요건' 란에 '심리학 학사학위'라 안 하고, '학사학위'라고 명시해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을 단지 지원자 수를 늘려 전형료를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속셈 정도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심리학 대학원은 심리학 전공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심리학 대학원은 심리학 비전공자를 또한 필요로 한다.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 심리학은 기본적으로 '융합'의 학문이다. 태생 자체부터가 그렇다. 철학에서 시작했으나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만나 꽃을 피운 것이, 오늘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이다. '과학적인 인문학', 그것이 현대 심리학의 정체성이다. 또한 그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다양한 심리학 분과(division)들의 존재다. 문화, 사회, 성격, 임상, 발달, 상담, 인사, 산업, 조직, 광고, 인지, 생물, 로봇, 인공지능 등 심리학은 오늘도 새로운 분야와 만나, 그 자신만의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다. 다시 말하자. 심리학 대학원은 심리학 전공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심리학 대학원은 심리학 비전공자를 또한 필요로 한다. 심지어 심리학 비전공자들이 심리학 대학원 진학 자체를 포기할까 봐 걱정이 된 나머지, 상당수의 심리학 대학원들이 '자격 요건'에 한 문장을 굳이 더 써놓았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 출신대학의 전공(학과)과 관계없이 지원 가능함



  심리학 대학원에서는 전공자들 못지않게, 다양한 이력을 가진 비전공자들이 찾아와 주기를 원하고 있다. 심리학만의 독특한 발상에, 외부에서 들여온 새로운 바람이 더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낯선 것을 통해 심리학의 과거와 현재를 새롭게 조망하고, 더 나아가 심리학의 한계와 가능성을 시험해보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분이 만약 심리학이 아닌, 다른 전공을 가지고 있다면 절대 여러분만의 그 '개성'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어떻게든 '심리학 학사학위'를 마련하여 그것을 감추려 급급해하지 말라. 학업계획서에 자신의 심리학 외 전공을 '약점'인 것처럼 기술하지 말라. 여러분은 대학원 면접에서 심리학 외 전공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을 상황을 오히려 걱정해야 한다.


  심리학 전공자들이 대학원 졸업과 함께 하나의 전공을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반면,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여러분은 무려 두 개의 전공을 가지고 사회로 나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리하자면, '심리학 학사학위'를 갖추는 것은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소양 가운데 하나다. 그것은 여러분이 심리학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증거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피상적인 수준에서의 '자격 요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것은 여러분의 미래도, 비전도, 가능성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심리학을 서로 융합시킬 수 있을지에 관해 치열히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자격 요건'을 만드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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