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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기 위해 심리학을 하다

심리학과 자아 성찰 (1)

  여러분은 심리학에 흥미를 가지고 계십니까?
만약 그러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느끼는 심리학의 매력이란 무엇입니까?


  


  저는 스무 살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을 했습니다. 언어 영역 문제를 풀다가도 마음에 와 닿는 시나 소설이 등장하면 이내 그 내용 속에 빠져들어 문제 푸는 일을 잠시 미뤄놓을 만큼, 문학적 감성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우리 말이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시를 접할 때 시적 화자의 태도니 반어법이니 역설법이니 하는 고민들에 앞서 무엇보다도 그 시 자체가 아름다워서, 먼저 찬찬히 읽어 보고 곱씹어 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천천히 반추해보면 말이라는 것이 이렇게 '맛깔'나게 다가올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스럽게 대학에 가서도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겠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국어국문학은 오묘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 비평론, 음운론, 의미론, 고전 문학 등등 생소하고도 난해하기 짝이 없는 공부에 꽤나 당황했었습니다. 어느새 국어국문학은 저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고 저는 학회나 동아리 활동, 그리고 선배, 동기, 후배들과 술마시는 나날들을 즐겼습니다(당연히 전공 학점은 바닥을 기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3학기 들어, 흔한 현대 문학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는데 그 수업은 제게 '머리가 확 트이는' 경험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나 느꼈고 이제는 묻어두었던 문학적 감수성이 다시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다채롭게 빛나는 작품들과, 그에 필적하는 절묘한 비평들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저 역시 이들에 도전하고자 엄청 행복한 고민들을 했었습니다. 캠퍼스 아무데서나 선후배와 앉아 문학에 대해 토론하는 허세도 종종 부렸죠. 하지만 그 느낌도 얼마 가진 못했습니다. 군대를 가야만 했거든요.



- - -  



  군대를 다녀오고 4학기로 복귀했을 때, 저는 이제 두 번째 전공을 선택해야만 했습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던 것이 자유로운 이중 전공 제도였거든요. 당시 90% 넘어가는 수의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2-3개의 전공을 선택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안 하면 바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두 번째 전공으로 선택할 것인가? 나는 어디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가? 에 대하여 학창 시절 이후 다시 한 번 고민해 보았습니다. 취업에 유리하고 또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경제, 경영학을 선택하는 것이 아무래도 맞을까? 바야흐로 '통섭'의 시대라고 하는데 공학이나 자연과학 계열 전공을 한 번 선택해 보는건 어떨까? 뭐,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계기는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지금껏 살아보면서 심리학에 대해서는 관심 한 번 가져본 적 없었고 아는 것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심리학에 대한 흥미가 있었을리도 만무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심리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만큼은 분명했습니다. 우선 나에게 잘 맞을 수 있는 두 번째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하여 어느 정도 답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를 잘 알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심리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었을 겁니다. 심리학에 관해서는 '심' 자도 몰랐지만, 막연히 심리학이라는 그 명칭만 보고, '아, '심리'를 연구하는 학문인가보다. 그러면 나의 심리를 알아가는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고 그저 생각해봤을 뿐이었던 거죠. '나 자신에 대한 탐구는 분명 어느 분야에 관심을 갖고 어디에 몰두하든 반드시 중요하게 이루어져야 할, 기초적인 소양이 될 것이다.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면 내 인생에 있어 심리학은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눈 딱 감고, 전공 신청 서류에 심리학을 덜컥 써 냈습니다. 어차피 더 고민한다고 해서 명확한 결론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았고 한 번 쯤은 무책임하게 그냥 인생을 흘러가게 내맡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자기 합리화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전공 제대로 살려 먹고 사는 사람들 사실 그리 많은 것도 아니고, 전공으로 삼지 않았다고 그 학문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리도 심각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심리학을 공부해오면서 저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러합니다.




심리학은 친절하지 않습니다. 결코 '너는 누구이다', 혹은 '너는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답을 주지 않습니다. 힘들어할 때, 인간은 다 그런 거라는 위로의 말 한 마디 해 주지 않습니다. 다만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구하도록 옆에서 계속 자극하는, 그런 존재가 될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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