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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을 맞춰 보겠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읽는 심리학?

  '심리학과라고? 그럼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맞춰 볼래?'



  심리학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라고 잘 알려져 있는 말입니다. 심리학과를 나오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그런 류의 이야기들이 있지요. 사실 저만 해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정말 많이 접해 본 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너무 오래된 루머(?)인 데다가 심리학 자체가 이제는 꽤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해진 터라, 더 이상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이들에게 저런 말을 건넬 사람이 이제는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원래 아예 터무니 없는 루머는 재미도 없고 공감을 얻기도 힘든 법입니다. 우스꽝스럽고 도대체 이 무슨 엉뚱한 말이냐 싶지만 그래도 아예 터무니 없지만은 않은 생각들. 약간의 사실적인 발상이 양념처럼 가미되어 감칠맛을 내는 그런 찰진 루머들(?). 그런 것들이 바로 진짜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는, 재기 발랄한 생각들이 아니겠습니까? 현실과 동떨어진 루머는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일찍 생명력이 다하고 말지요. 자, 그럼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심리학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말, 아직도 그저 허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심리학자들은 '인간'에 초점을 두고 세상을 바라봅니다. 인간의 행동, 표현, 감정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주의를 기울이고 관찰합니다.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혹은 이런 사람이라면 어떻게 지각하고 행동할까? 이 때는 어떤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등등 머리 속에서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도, 혹은 그저 길을 걷다가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도 문득 고민합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걸까?', '저 행동과 표정은 과연 어떤 감정과 심리를 표현하는 것일까?' 라고 말이죠.


  심리학자와 일반인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 동물이라는 태생적인 자질을 공유하는 이상, 인간이라면 심리학자든 일반인이든 가릴 것 없이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민감합니다. 나 이외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어떠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할 겁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는 일반인보다 조금 더, 이러한 욕구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일반인이 다른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 한 두 번 생각할 때, 심리학자는 서 너 번 이상을 더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자신 나름대로 생각한 답을 구한 뒤 그것을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검증해 보겠다고 마음먹고는, 자신의 연구 수첩에 적어 둡니다.


  요컨대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해 더 자주, 깊이 고민하고 사는 사람들이기에 대개 심리학자가 일반인보 여러분의 마음을 더 잘 맞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자는 '함부로' 맞춰보려 하지 않을 겁니다. 심리학자는 독심술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 줄 '경험적 자료'들의 수집과 분석, 그리고 논증 과정 등이 갖춰진 후에야 비로소 여러분의 마음에 관해 이야기해 줄 겁니다(이 부분에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마음을 읽기에 더 유리하다는 또 한 가지의 근거가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의 마음을 알아 맞춰보기 위해 여러분 자신, 그리고 여러분 주위 환경에 관한 정보들에 보다 민감하며, 관련 정보들을 수집하고자 눈을 크게 뜨고 분주히 관찰할 것이라는 점이죠).


  결국 '심리학자는 당신의 마음을 맞출 수 있다'는 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입니다. 대개 그 말을 들은 시점에 심리학자는 아직 당신에 관한 충분한 정보들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맞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에 관한 정보가 만약 일반인과 심리학자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상황이라면 심리학자가 보다 정확하게, 당신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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