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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대학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을까?

  심리학 대학원 컨설팅 일을 하다 보면, 심리학 대학원 진학에 대한 비장한 결의를 내 보이시는 분들을 종종 뵙게 된다. 가령 대학원 진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번 모집 때 반드시 합격하고 싶기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오로지 대학원 준비에만 몰두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물론 이러한 결심은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만큼 심리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의욕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본디 꿈을 좇아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란 언제나 아름다운 것 아니겠는가. 나 역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리학 대학원 진학에 승부를 걸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그러나 심리학 대학원 진학은 그러한 열정만 가지고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가슴은 뜨겁게 놓아두되, 머리는 차가워야 한다.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둘러싼 현실이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합격 가능성'을 냉정히 따져보지 않는다면 심리학에 대해 여러분이 불살랐던 그 열정만큼의 대가를 얻게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합격 가능성을 진단하는 가운데 스스로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하느냐, 이 점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이 있은 다음에야 비로소 여러분의 열정이 제 갈 길을 찾아 활활 타오르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한 번 따져보자. 심리학 대학원 합격으로 가는 '현실적인 여정'에 대해서 말이다.






  심리학 대학원에의 합격은 어렵다. 언제나 경쟁자는 많고 합격자는 손에 꼽힌다. 대학원에는 학부 규모의 학생들을 수용할 만한 시설도, 여유도 없다. 대학원은 학부와 달리 '소수정예'의 형태로 되어 있기에, 대학원 합격의 길은 언제나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길이다. 물론 일반대학원이냐, 특수대학원이냐에 따라 모집 인원 상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맞다. 일반대학원에서는 매우 많이 뽑아봐야 5-10명 내외, 최악의 경우 해당 학기에 단 한 명도 뽑지 않는 경우가 있다. 특수대학원에서는 이보다 비교적 사정이 나아서 해당 학기 최소 수십 명의 합격자가 생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일반대학원이든, 특수대학원이든 전기/후기 입시 때마다 모집 인원을 아득히 초월하는 규모의 지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분이 만약 이제 막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꿈꾸기 시작했다면 본격적인 준비에 앞서 일단 각 심리학 대학원에서 공개한 지난 학기 입시 경쟁률을 한 번 살펴볼 것을 권한다.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보고도 결심이 꺾이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비로소 심리학 대학원 입시를 향한, 최소한의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대학알리미에서는 각 심리학 대학원들의 입시 경쟁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심리학 대학원 입시 기간으로는 적어도 1년 이상을 잡는 것이 현명하다. 여러분의 노력 여하에 따라 물론, 심리학 대학원 과정에 필요한 기본 소양들을 단기간 내에 갖추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실제로 심리학개론/전공서적을 공부하고, 입시 과정에 필요한 통계 지식을 쌓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여러분이 지극히 오랜 시간 동안 영어와 담을 쌓고 지낸 것이 아니라면 단기간의 집중적인 훈련을 통해 어떻게든 영어 원서와 영어 논문을 독해할 수 있는 실력 정도는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러분만큼 충분한 준비를 갖춘 지원자들이 많다는 것이고, 따라서 여러분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운이 나빠서, 혹은 한 끗 차이의 실수로 탈락의 쓴잔을 마시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반년 간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하지 못해 우울하다고 느껴지는가? 아니다.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는 '길게' 가져가야 한다. 반드시 길은 열리게 되어 있다. 그러나 길이 좁아,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를 결심했다면 우선 스스로에게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 기간' 명목으로 얼마나 시간을 할당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준비 기간은 최소 1년 이상으로 잡는 것이 좋다. 그리고 최대 얼마까지 준비 기간으로 잡을 것인가는 심리학 학사 학위 취득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부분의 심리학 대학원에서는 자격 요건으로 단지 '학사 학위'의 존재 유무만을 내세우고 있다. 즉, 출신 전공에 관계없이 심리학 대학원 진학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심리학 학사 학위의 존재가 없이는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기란 사실상 무척 어렵다. 따라서 만약 여러분이 심리학 비전공자 출신이라면, 심리학 학사 학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고 심리학 학사 학위를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 가운데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 기간은 달라질 수 있다.


  대개 '4년제 대학, 학사/일반편입 > 사이버대학 > 학점은행제 > 독학학위제' 순으로 심리학 학사 학위 마련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더 요구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더 오랜 시간과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방법이 대학원 입시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다. 따라서 만약 여러분이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 기간을 충분히 길게 가져갈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이 더 요구되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경제적 사정이나 나이, 기타 주변 상황 등으로 인해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 기간이 촉박하다면? 가능한 시간과 비용이 덜 요구되는 방향으로 심리학 학사 학위를 만들어두되, 지필/영어고사나 면접, 학업(연구)계획서 등 입시의 나머지 부분들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보다 현명한 방법이다.






  한편 준비 기간을 1-2년으로 잡긴 했지만, 이미 심리학 학사 학위는 마련해 두었기에 입시까지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한 경우도 종종 있을 것이다. 특히 심리학 학사 학위에, 통계나 영어, 심리학 스터디 등 입시를 위해 필요한 기본 소양들을 웬만큼 다 갖췄음에도 합격하지 못해 다음 학기, 혹은 그 다다음 학기까지 공백히 생겨버리는 경우가 있다. 지금까지 해 오던 공부들을 계속하자니 반복되는 상황이 지겹게 느껴진다. 심리학개론 책은 이미 수십 번을 더 본 것 같아, 더 이상 볼 엄두가 나질 않는다. 통계 공부나 영어 공부도 누적된 시간이 많아 이제 어떤 문제가 주어지더라도 두렵지 않은 상황이다. 이럴 때, 내가 흔히 추천하는 대학원 입시 준비는 심리학 교양서적들의 탐독 및 영상이나 강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심리학 지식의 습득, 그리고 '연구 아이디어 노트'의 제작이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 대학원에 가면 특정 분야, 그리고 특정 분야 내에서도 특정 개념에 대해서만 깊고 파고드는 형식의 공부가 이루어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개념, 다른 분야들에 눈을 돌릴 시간이 부족해진다. 한 곳에만 깊이 천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 창의적인 연구 아이디어 창출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학원 입시 준비 기간에 가능하다면, 충분히 시간을 내어 여러 가지 분야의 심리학 교양서적들을 읽어두며 시야를 넓혀두고, 생각의 풀(pool)을 넓혀둘 필요가 있다. 만약 각종 다양한 교양서적들을 읽고, 다양한 분야들의 원서/논문들을 읽어두다 연구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면? '연구 아이디어 노트'를 한 권 마련하여, 그곳에 정성스레 하나씩 적어두는 것이 좋다. 이후 대학원에서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대학원 졸업을 위한 학위논문 작성의 시간이 올 때, 과거부터 만들어 온 '연구 아이디어 노트'의 존재는 분명 여러분에게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를 돕는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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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콜로피아: 심리학 대학원 진학하기(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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