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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대 심리학에서 ‘과학’이라는 요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심리학의 출발점은 철학이었으나, 철학으로부터 분리, 심리학 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연과학적 연구 방법론의 채택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사랑, 질투, 우정, 감정, 합리성 등 인문학적 주제에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더한 것. 그것이야말로 현대 심리학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따라서 다른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에서 그러하듯, 심리학에서의 연구 대상 또한 관찰 가능해야 하고, 측정 가능해야 하며, 반복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목적 역시 여타 자연과학자들의 연구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심리학자는 심리적 현상에 대한 기술, 설명, 예측.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연구 방법론의 활용은 필수적이다. 심리학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통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을 묻는 것은, 여러분이 ‘과학적인 학문’이라는 심리학의 특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목적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즉, 통계 공부란 심리학을 공부할 기본적인 자세가 되어 있는지를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희망한다면 우선 통계나 실험 설계 등 과학적 방법론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방법론 영역은 크게 이론적 영역과 실무적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 주로 묻게 되는 것은 이론적 영역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따라서 심리학 대학원 진학이 목적이라면 실제 통계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는 연습보다는, 통계학의 기초 개념들 및 ANOVA, 회귀분석, 상관분석, 로지스틱 회귀분석, 카이제곱 검정, 독립 T검증 등 각종 통계 분석 방법의 원리 등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통계학 개념 가운데 독립 변인이나 종속 변인, 무선 할당, 조작(manipulation), 실험군과 대조군, 처치 효과, 통제 변인, 타당도와 신뢰도, 정규분포, 유의 수준과 유의 확률, 모집단, 표본 분포와 표집 분포 등 각종 관련 용어의 정의를 이해하는 것은 대학원 입시를 위해서도, 대학원 진학 이후 실제 연구를 위해서도 무척 중요하다.

 

  학부 수준에서 다루는, 기본적인 통계학 교재라면 어떤 책이든 심리학 대학원 입시 대비용으로는 적합하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대학원 입시에서의 통계는 통계 프로그램의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보다는 통계학에서 다루는 기본 개념과 이론 위주로 출제되므로 통계 용어의 숙지 및 각 용어의 정의를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한편, 심리학 대학원 입시 과정에서는 여러분에게 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산출된 각종 분석 결과물들을 해석해낼 수 있는지를 종종 확인한다. 따라서 통계 공부를 할 때는 실제 심리학 연구 논문들에 등장하는 통계표들을 읽고 해석하는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좋다.



논문에 자주 등장하는 구조방정식 모형의 예시. 이런 복잡한 자료들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상관분석, ANOVA, 단순회귀분석 등 자료들을 읽고 해석하는 연습은 필수다.


       

  연구 모형의 기본은 ‘독립 변인 - 종속 변인’의 쌍이다. 즉, 기본적으로 독립 변인 한 가지와 종속 변인 한 가지가 갖추어질 수 있다면 연구 가설이 성립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심리학 연구 논문들을 살펴보면, 단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단순한 ‘독립 변인 - 종속 변인’의 쌍 하나로는 특별한 연구 가치를 갖기 어렵다. 인간의 심리나 행동이라는 것이 그만큼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이미 일차원적인 연구 모형에 대한 검증은 지난 수십 년 간, 앞선 심리학자들의 노력으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늘날의 연구자들은 일차원적인 연구 모형에 매개 변인(mediated variable)이나 조절 변인(moderated variable) 등을 더해 보다 고차원적인 연구 모형을 설계 ‧ 검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분들이 여러 심리학 연구 논문들을 막힘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개 변인이나 조절 변인 등의 의미를 이해하고, 관련된 분석 자료들을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상호작용(조절 변인에 의한 조절 효과) 및 단순 기울기 분석의 예시.

 


  통계 자료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은 단지 심리학 대학원 입시 대비 용도로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 심리학의 근간은 '통계'이고, 따라서 통계를 소화할 수 없다면 대학원 진학 이후, 본격적인 심리학 연구의 세계에 한 발자국도 가까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심리학 대학원에 진학하고, 심리학 연구자의 길을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어떻게든 통계와 친해지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 R, SPSS, Mplus, AMOS, SAS, MATLAB 등 각종 통계 프로그램의 사용법들을 익혀야 함은 물론, 이론적 차원에서의 공부도 필요하다. 한국심리학회 산하 제 15분과인 한국심리측정평가학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기타 각종 통계 관련 세미나, 포럼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통계, 어렵고 막막할 것이다. 특히 이과 영역과는 담을 쌓아 온 문과 출신들에게 있어 통계만큼 두려운 것도 없다. 그러나 통계 실력만큼 다방면에 활용이 가능한 덕목도 없다. 빅데이터의 시대니, 뭐니 해서 통계의 필요성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는 점차 복잡해지고, 따라서 사회과학의 진보를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통계 기법과 활용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 실력을 미리 다져둔다면, 심리학 연구뿐만 아니라 향후 데이터 관련 직종에 종사하고 여러분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죽을 고생으로 연구 데이터를 얻고 여러분의 가설이 결국 참이었음을 확인하게 될 때, 그때만큼 통계 공부를 위한 노력들이 값지고 보람찰 때가 없다. 그 순간을 맛보고 싶지 않은가?




** 본문에 사용된 그림 출처

1. 김세헌, 허용회, 박선웅 (2017). 나르시시즘과 낭만적 관계에서의 외도 의도.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31, 1-20.

2. 정혜원, 장문선, 곽호완 (2011). 성인 ADHD 성향 군집유형에 따른 대인관계 문제에 대한 자존감과 우울증상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23, 15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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