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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닌데?' 보다는 '다수가 아닐텐데?'

심리학 연구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

  심리학은 과학적 학문입니다. 여타의 과학 분야들의 목적이 그러하듯 심리학에서의 목적 또한 현상에 대한 기술, 설명, 예측, 그리고 통제입니다. 이를 위해 이론적 근거에 의거하여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에 기반하여 가설을 검증하는 절차에 임하게 됩니다. 만약 해당 가설이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반복적 검증 절차에 의해 일관되게 사실인 것으로 판명난다면 가설은 더 이상 가설(hypothesis)이 아니라 이론(theory)의 지위로 격상됩니다.


  이론(theory)에 대해서 생각해 봅시다. 이론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일반화(generalization)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특정 현상 'A'이 발생하는 원인을 비교적 안정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 'B'가 존재한다면, 이론 'B'는 세상 곳곳에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A'에 대해서도 유효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합의되어 있다는 것이죠. 즉 반증 가능성이 제기되고 'A'에 대하여 설득력 있는 다른 설명을 제공할 수 있는 대안적 가능성이 경험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 이상, 이론 'B'는 세상 모든 'A'의 발생 원인에 대한 설명 틀로서, 잠정적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물론 심리학에도 그야말로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회 심리학 분야로 한정해서 열거해 보더라도 Festinger의 인지부조화 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 사회 비교 이론(social comparison theory), Allport의 접촉 이론(contact theory), Dweck의 암묵 이론(implicit theory), Tajfel의 사회 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 등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지요. 열거한 해당 이론들은 비교적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관련 연구들을 거쳐 반복적으로 검증되어 온 강력한 이론들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제가 말씀드릴 것은, 심리학적 연구 결과나 이론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에 대한 것입니다.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Allport의 접촉 이론(contact theory)의 핵심 내용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성적 소수자, 경제적 하층민 등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prejudice)이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과 직접 만나면 된다.' 입니다. 즉, 매체나 소문 등 다양한 간접 정보에 의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다양한 편견들이 생길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회적 약자들과 접촉하고 교류하는 과정을 겪다보면 '아 막상 그들을 대해보니 내가 알고 있었던 것들이 오해였구나.' 라는 인식 등과 함께 기존에 가지고 있던 편견이 약해진다는 겁니다.


  접촉 이론을 보고 나서 아마도 여러분들은 '나 자신은 어떨까?' 생각해보지는 않으셨는지요. 과거 자신의 경험을 탐색해보았거나 나라면 어떨 것 같은지를 한 번 예상해보지는 않았나요? 그리고 '맞군, 그럴 것 같다. 나도 그랬었어' 라며 수긍하거나, 아니면 '어? 나는 아니던데? 정말 이 이론이 맞긴 한건가?' 라며 이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는 아닌데?' 라는 생각은 심리학 이론들에 대한 직접적인 반증이 되지 못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바 있듯, 심리학은 과학적 학문이고 이론의 정립과 일반화를 목적으로 합니다. 인간 그 자신의 심리적 특성, 그리고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들에 걸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그러한 설명을 원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보니 자연히 '가설 검증 - 이론 구축' 을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 연령, 생활 환경에 속해있는 여러 사람들의 정보가 필요해 집니다. 즉 모집단 혹은 모집단으로부터 선별된 다수 표본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통해 결과를 도출해 내는 것입니다.


  사례 연구나 기타 질적 연구 방법이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심리학 연구 결과들, 그리고 이로부터 도출된 이론들은 기본적으로 해당 결과, 이론들을 지지하는 다수의 경험적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격한 성격, 온순한 성격, 외향적/내향적인 성격, 부유함과 가난함, 젊은이와 노인, 학생과 직장인, 사업가 등등 다양한 심리적/환경적 배경으로부터 선별된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어떠한 공통점을 밝혀낸 것입니다. 다양한 개인차들이 고려되었음에도 '접촉하면 편견이 감소한다'라는 명제가 반복적으로 유효한 것으로 검증되었기 때문에 접촉 이론은 말 그대로 '이론(theory)'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데이터에 기반하여 구축된 연구 결과나 이론에 대한 타당한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서는 마찬가지로 '비교적 다수의 사람'을 포함하는 형태의 이의가 제기되어야 합니다. 즉, '나는 아닌데?' 가 아니라 '과연 모든 사람들에 대해 타당할까? 어떠한 성향/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닐 것 같은데?' 혹은 '나는 아닌 것 같은데 다수의 경향은 그런가 보군.' 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한 사람 한 사람의 정보가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사례 연구나 면접법 등을 중시하거나 어떤 인간에 관한 통찰을 추구하는, 보다 미시적인 접근에서의 심리학 연구이거나 다수 데이터에 기반하여 도출된 결과라 할 지라도 해당 연구에서 모집한 실험 참여자의 수가 지나치게 적은 상황이라면 '나는 아닌데?'라는 질문이 흥미로운 반증 가능성을 제공할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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