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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동화)책의 심리학

아동의 언어 능력 발달에 대해

   언어 능력 습득에 관한 것은 제 2, 제 3의 언어를 학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읽기/쓰기/말하기/듣기를 아우르는 언어 체계를 학습해 나가고, 이를 생활에서 활용해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아마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서든, 유학 등을 위해서든 어학을 공부해본 분들이라면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 한 번 해 보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태어나고 자라면서는 굳이 밑줄 그어가며 단어장 보고, 회화 서적 들고 다니면서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익힐 수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왜 그렇지 않을까.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이렇게도 힘이 든데, 아직 다 자라지도 않고 미숙한 어린 시절에는 도대체 어떻게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말하고 들을 수 있었을까? 라고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성인이든, 아이이든 관계없이 다양한 언어적 환경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필요가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의 대화, 글을 많이 접해보고 또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심리학자들은 아동의 언어 학습을 연구하기 위해서 부모와 아이 간 이루어지는 대화에 주목했습니다. 부모가 아동에게 어떠한 대화를 건네고, 어떻게 사물에 대해 설명하는지, 그리고 아이의 반응에 어떻게 응답하는지 등을 말입니다. 실제로 다양한 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부모와 아동이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 아동의 언어 능력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한편, 최근 들어 심리학자들은 아동의 언어 학습과 관련된 하나의 개념에 주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어휘적 다양성(lexical diversity)'이 그것입니다. 어휘적 다양성이란 단지 아동이 얼마나 빈번하게 언어적 환경에 노출되는가라는 문제가 아닌, 아동이 접한 언어적 환경 속에 얼마나 다채로운 단어들이 들어있었는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심리학자들은 일상적인 단어부터 보다 전문적인 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어들이 등장하는 환경에 노출되는 경험이 아동의 언어발달에는 무엇보다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연구들을 통해 밝혀낸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심리학자 Montag와 그의 동료들은 어휘적 다양성에 대한 또 하나의 연구를 고안하였습니다. 부모들이 아동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활동이 아동의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언급하며, 실제로 그림책들 속에는 얼마나 다양한 어휘들이 담겨져 있는지를 통계적으로 검증해보고자 한 것이죠. 구체적으로 저자들은 그림책을 읽어주는 것과 부모가 아동에게 시도하는 대화(child-directed speech), 이 두 가지 담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해보고자 하였는데, 구어체(spoken language)보다 문어체(written language) 담화 속에 평균적으로 더 다양한 단어들이 담겨 있다는 기존 연구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가설을 도출합니다.


가설부모-아동 간 대화보다그림책의 어휘적 다양성 수준이 더 높을 것이다


  이러한 가설을 검증하고자 연구자들은 단어의 종류(type), 단어의 개수(token), 단어의 개수 대비 단어의 종류 비율(type-token ratio), 이렇게 세 가지 비교 기준을 도입하여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으며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습니다(아래 그래프는 실제 연구 논문에 수록된 그래프를 인용한 것으로, 구체적인 자료 수집 방법이나 분석 방법은 해당 연구 논문을 참고 바랍니다)

   

  그래프의 가로축은 단어의 개수를 의미하며, 세로축은 단어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의미합니다. 또한 검은 선은 그림책(Picture book)을, 회색의 선은 부모-아동 간 대화(child-directed speech)를 의미합니다.그래프는 해당 저자들의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부모-아동 간 담화에 비해 그림책 속에 내포된 단어의 종류가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담화의 길이(token)가 짧은 경우, 그림책과 부모-아동 간 대화 간 단어 종류의 수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담화의 길이가 늘어남에 따라 양자가 내포하는 단어 종류의 수가 점차적으로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나타낼까요? 연구 결과를 통해 ‘그림책 읽어주기’의 효과성을 암시하면서 저자들은 부모들이 아동들의 언어 능력 향상을 위해 보다 자주 그림책을 읽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활동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도 아동들에게 어휘적 다양성이 보장된 언어적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훌륭한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비록 해당 연구 결과를 통해 부모-아동 간 대화보다 그림책 속에 더 다양한 단어들이 담겨있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두 가지 방법 모두 아동의 언어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기존 연구들을 통해 검증된 이상 두 가지 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것이 아마도 아동의 언어 능력을 키우는데 있어서 더욱 효과적인 방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한편, 해당 연구는 그림책(동화책)을 제작, 출판하는 관련 종사자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림책의 효용이 아동의 언어 능력 향상으로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아동의 언어 능력 향상을 돕는, 보다 효과적인 그림책을 제작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그림책 속에 다양한 어휘들을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아닐까요?


** 출처: Montag, J. L., Jones, M. N., & Smith, L. B. (2015). The Words Children Hear: Picture Books and the Statistics for Language Learning. Psychological Science, 26, 1489-1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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