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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것

과대 주장(overclaiming)의 심리학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면, 심지어 실제로는 허위로 만들어진 거짓 정보라 할지라도 잘 알고 있는 정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과대 주장(overclaiming)이라고 합니다. 자, 그러면 과대 주장 현상과 관련하여,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던져봅시다.



1.

전제: 실제 지식(genuine knowledge)과 지각된 지식(self-perceived knowledge; 주관적인 앎의 느낌)은 독립적일 수 있다.

질문: 실제로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다는 느낌이 독립적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양자가 과대 주장(overclaiming)에 각각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2.

전제: 사람들은 모든 분야에 대해 능통할 수 없다. 가령 평생 역사만을 공부해 온 이 가 자연 과학 분야에도 정통하리라 기대하기는 아무래도 어렵다. 즉, 개인이 보유한 지식은 한정적이고 다소 영역 특수적(domain-specific)이다.

질문: 과대 주장은 영역 일반적(domain-general)인 현상인가, 영역 특수적(domain-specific)인 현상인가?(수학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믿는 A가 거짓으로 꾸며진 철학 분야 정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과대 주장을 보일까?)


3.

전제: 사람들이 자신의 우월한 지적 수준을 뽐내고자, 혹은 부족한 지적 수준을 감추고자 애쓰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인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민감하다.

질문: 사람들이 과대 주장을 하는 것은(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는 허위 정보임에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행위는)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를 위한 ‘전략’은 아닐까?



  심리학자 Atir와 그의 동료들은 과대 주장에 대하여 위의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를 고안합니다.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금융 분야'를 실험 맥락으로 설정한 후, 첫 번째 실험을 수행하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실험 참여자들은 ‘금융 분야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물음에 응답합니다(self-perceived knowledge). 그리고 실험 진행자는 금융 분야와 관련된 전문 용어들(+ 허위로 연구자에 의해 제작된 용어 몇 가지)을 무작위로 한 가지씩 제시하고, 실험 참여자로 하여금 각각 용어에 대해 7점 만점으로 응답하도록 합니다(1=전혀 들어본 적 없음 ~ 7=매우 잘 알고 있음). 이 과정에서 실험 참여자들이 실제로 존재할 리 없는, 허위로 연구자에 의해 제작된 용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응답을 하게 된다면 그 응답은 과대 주장(overclaiming)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금융 분야에 관해 실제로 실험 참여자들이 알고 있는 실제 지식 정도를 측정하고자 금융 분야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풀게 하고 점수를 기록합니다(genuine knowledge).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실제의 지식(genuine knowledge)과 지각된 지식(self-perceived knowledge) 모두 각각 과대 주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지식 수준을 고려하더라도 지각된 지식은 독립적으로 과대 주장과 관련을 보였습니다.


  두 번째 질문(과대 주장 현상은 영역 특수적인가? 영역 보편적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Atir와 그의 동료들은 두 번째 실험을 수행합니다. 전반적인 실험 절차는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하되, 이번에는 생물학, 철학, 문학 세 분야에 대한 지각된 지식을 각각 측정하고(self-perceived knowledge), 각 분야별로 전문 용어(+허위 용어) 목록을 구성하여 실험 참여자들에게 해당 용어에 대해 얼마나 친숙하고, 잘 알고 있는지를 물었습니다. 이번에도 앞선 실험과 마찬가지로 허위 용어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실험 참여자가 응답한다면, 해당 응답은 과대 주장(overclaiming)으로 기록합니다. 결과적으로 실험 참여자들에게 제시하는 용어의 출처 분야를 다양화함으로써, 특정 분야에 대한 지각된 지식이 타 분야에서의 과대 주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여러 번 비교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연구 결과는 과대 주장 현상이 다소 영역 특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생물학 분야에 대한 지각된 지식은, 허위적으로 구성된 생물학 용어에 대한 과대 주장을 예측하였으며 타 분야와 관련된 허위 용어에 대해서는 과대 주장 현상을 거의 관측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으로 저자들은 과대 주장 현상이 왜 발생하는지 그 원인에 주목합니다. 사람들이 과대 주장을 하는 것이 자신의 우월한 지적 수준을 과시하거나, 혹은 부족한 지적 수준을 감추기 위해서 모르는 것임에도 아는 것처럼 인상 관리 전략의 일환으로 ‘위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 절차에 들어갑니다. 지각된 지식(self-perceived knowledge), 과대 주장(overclaiming)에 대한 실험 절차와 측정은 앞선 두 실험과 동일하되, 저자들은 또 하나의 실험 변수를 추가합니다. '경고(warning)'가 그것입니다. 설명하자면 실험 조건에서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무작위로 한 가지씩 제시되는 용어 목록 속에 연구자가 허위로 만들어 포함시킨 용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경고하였고, 통제 조건에서는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험 조건의 경우, 허위 용어가 존재함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허위 용어에 대하여 알고 있다는 응답을 한다는 것은 곧 인상 관리를 목적으로 삼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것이죠(인상 관리가 목적이라면 '아는 척' 한다는 것을 들키지 말아야 할 테니까요. 즉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응답을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통제 조건에 비해 실험 조건에서는 과대 주장 현상이 약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통제 조건이든 실험 조건이든 관계없이, 앞선 연구들과 동일하게 지각된 지식 수준이 높을수록 과대 주장 현상 또한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분명 과대 주장 현상의 이면에 인상 관리 동기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겁니다. 분명 잘 보이고 싶은 목적에 모르는 것임에도 안다고 응답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인상 관리 동기가 지각된 지식과 과대 주장 간의 관계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인상 관리라는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지각된 지식은 과대 주장을 예측하고 있었음이 확인됩니다.


자, 그러면 지금까지 설명 드린 해당 연구의 핵심을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각된 지식(self-perceived knowledge) 수준이 높을수록, 실제로 해당 분야에 대해 얼마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허위 정보에 대해 알고 있다고 과대 주장(overclaiming)을 하는 경향이 있다.

2. 과대 주장 현상은 영역 특수적(domain-specific)이다. 즉,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느끼는 특정 분야에 한정적으로 과대 주장 현상을 보인다.

3. 과대 주장 현상은 인상 관리(impression management)로만 설명될 수 없다.


  해당 연구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선 개인적 차원에서 보자면, 과대 주장 현상은 개인의 학습 과정에 방해가 되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자신이 단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의해 허위 지식도 아는 지식이라고 착각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미 아는 지식이라고 판단이 서게 된다면, 실제로 모른다는 판단을 내렸을 때에 비해 해당 지식이 참된 지식인지, 더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진위를 검증해보는 등의 노력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그릇된 지식을 참으로서 믿게 될 가능성이 있겠죠. 자신이 잘 알고 있다는 주관적 느낌에 현혹되지 않고 내가 실제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사회적 차원에서도 해당 연구는 다양한 함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문득 생각해보자면 주요 언론이나 권력 기관 등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주체가 거짓으로 정보를 꾸며내더라도, 해당 정보와 관련된 분야에 능통하다고 믿고 있는 이들은 그 거짓된 정보를 진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겠지요. 즉 오히려 자신 스스로가 해당 분야에 밝고 능통하다고 믿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전문가 집단이, 역설적으로 일반인들보다 거짓된 정보에 더 취약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생각하는 해당 연구의 한계점을 한 가지 짚어 보고자 합니다. 인상 관리 목적이 지각된 지식-과대 주장 간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를 검증했던 세 번째 실험에서 변수로 투입된 ‘경고(warning)'에 대한 것입니다. 과연 허위 용어가 섞여있다고 알려준다는 것이, 실험 참여자의 인상 관리 동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치였을까요? 실험 윤리상 모든 수집 자료들은 익명으로 처리되며 안전히 보관 후 일정 기간 뒤 폐지되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실험 참여자는 실험 시작에 앞서 이러한 사실을 미리 고지 받아야만 하지요. 그렇다면, 어차피 모든 응답이 다 익명으로 처리된다는 것이고 실험 참여자도 이미 알고 있는데 응답 장면에서 인상 관리 동기가 작동될 수 있을까요? 즉, 굳이 ‘경고(warning)’이라는 변수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도 모든 실험 참여자의 인상 관리 동기는 낮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험 참여자의 인상 관리 동기 수준을 실험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보거나, 실험 조작이 성공적이었는지 확인하는 절차인 조작 점검(manipulation check)이 필요하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출처: Atir, S., Rosenzweig, E., & Dunning, D. (2015). When Knowledge Knows No Bounds Self-Perceived Expertise Predicts Claims of Impossible Knowledge. Psychological Science, 26, 1295-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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