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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대학원 지원할 때 먼저 연습해야 할 것

관심 주제, 이렇게 만들어야 합니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의 원인을 밝혀내는 과학. 심리학의 일반적인 정의이다. 심리학은 '인간'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만큼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무척 방대하고 가능성이 큰 영역이다. 미국심리학회 APA 기준으로 하위 분과division만 해도 약 56개에 달하며 앞으로 얼마든지 더 추가될 수 있다. 그런고로, 대학원을 나오고 석사/박사를 취득한 심리학 전문가라고 해서 결코 심리학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대부분은 1개 하위 분과 내, 그중에서도 특정 주제/개념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학위를 따게 된다.



같은 심리학자끼리도 대화가 잘 되지 않는 현실을 아는가?


  그래서 같은 심리학자라도 세부 관심 주제가 다르면 서로의 연구를 잘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필자는 대학원에 있을 당시, 학회에 처음 나갈 때 엉뚱한 기대를 품었던 적이 있다. 학자들이 특정 연구 주제를 놓고 원탁에 모여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그런 모습을 상상했더랬다. 하지만 현실의 학회는 어떨까? 물론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기는 한다. 하지만 필자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격한 토론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왜? 서로의 연구 영역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회에 가보면 서로 날이 선 비판을 가하기보다는 가급적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서로의 연구를 배우고 존중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더 팽배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여러분도 작은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것이다.

  심리학 대학원에 가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세부적인 관심 주제를 탐색하는 일이다. 그런데 아직 학문의 맛을 경험하지 못한 입시 준비생들은 '관심 주제' 찾는 일을 무엇보다 어려워한다. 그래서 학교의 명성이나 출신 유명인, 졸업자 진로 등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시적 대외 지표를 찾아 의존하려 한다. 하지만 만약 여러분의 관심사가 연구와 학문적 발전이라면, '학교'보다는 '관심 주제'에 먼저 꽂혀야 하는 것이 맞다. 소위 '명문대 입학' 만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정통한 학자가 어느 학교, 어디 랩실에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관심 주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출발은 일상의 호기심이다. '왜 사람들은 자기 잘못을 잘 인정하지 못할까?', '어렸을 때 학대받은 아이들은 왜 엇나가기 쉬울까?', '내 친구 A는 왜 화를 내지 않을까?', '나는 왜 이런 고지식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을까?' 등 평소 여러분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던 호기심과 의문들이 관심 주제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혹은 유년기에 잊지 못할, 여러분만의 특이한 생애 사건이 있다면 그 역시 여러분의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무척 중요한 계기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적당히 유명한 주제로부터 출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연구자들 중에는 자신의 관심사는 아니지만 연구과제를 타내기 수월하고, 관심을 받기 좋다는 이유로 대중적인 주제를 가져가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막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여러분에게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역시 자신의 호기심과 과거 경험으로부터 관심 주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다름 아닌 내가 궁금해하고, 꼭 알고 싶은 주제를 고를수록 학문에 임하는 자세도 진지해지고, 동기부여 조성에도 더 유리할 수 있으니 말이다.


  평소 궁금해하던 주제를 찾았는가? 축하한다. 하지만 아직이다. 여러분이 찾아낸 주제를 자기소개서나 학업(연구)계획서에 써먹기 위해서는 다음 절차가 필요하다. 바로, 일상의 언어를 학문의 언어로 변환하는 일이다. 이러한 '번역'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기존의 학자들(대개 교수님들)이 여러분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관심사와 호기심이 어떻게 심리학이라는 방대한 영역 안에서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를, 몇 가지 예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여러분의 말을 학자들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그래야 알아듣는다.



  가령,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왜 어떤 사람들은 압박감을 잘 견디는가?"라는 질문을 생각해 보자. 이는 단순한 궁금증이 아니라, 심리학에서 '스트레스'와 '회복탄력성'의 개념으로 탐구될 수 있다. 여기서 스트레스는 독립변인으로, 회복탄력성은 종속변인으로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스트레스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파악할 수 있다. 감이 오는가? 핵심은 여러분의 궁금증, 호기심을 심리학의, 이미 정립된 '개념'으로 바꾸어 표현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또 다른 예로, "왜 사람들은 SNS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가?"라는 질문을 보자. 이는 'SNS 사용과 정신 건강'이라는 학문적 주제로 확장될 수 있다. SNS 사용 시간은 독립변인이 될 수 있고, 이것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종속변인입니다. 이때 '정신 건강'은 '여가생활 만족도'도 될 수 있고, '주관적 안녕감'이 될 수도 있고, '상대적 박탈감'이 될 수도 있다. 확장하면 '사회적 지지'라는 매개변수가 개입하여 SNS 사용과 정신 건강 간의 관계를 설명할 수 있다.


  이처럼, 일상 속 호기심을 학문적 언어로 표현하는 연습은 대학원 입시 준비에 있어 필수적이다. 단순히 관심사를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것들을 심리학의 구조적 틀 안에서 재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자신만의 연구 관심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심도 깊게 탐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정리

1) 일상의 호기심을, 학문적으로 정립된 '개념'으로 변환하여 '관심 주제' 설정하기
2) 개념과 개념 간의 관계 설정해 보기: 인과관계, 상관관계, 매개관계, 조절관계 등
 → 여러분이 예측한 개념 간 관계는, 앞으로 여러분이 하게 될 연구의 가설Hypothesis이 된다.



  결론적으로, 심리학 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은 일상적인 호기심을 학문적 질문으로 변환하는 연습을 포함하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아직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여, 관심 주제를 만들 학문의 언어를 잘 모르겠다면? 접근 가능한 전문적 심리학 문헌의 도움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심리학 전공 교과서들은 일상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학문의 언어 모음집이다. 특히 가장 뒤에 부록으로 실려 있는 키워드 위주의 목차를 보다 보면 여러분의 관심사가 어떤 언어로 표현, 설명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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