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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과 자기애는 다른 겁니다.

어떻게 자존감을 건강하게 지킬까?

자존감: 자기 자신을 '존중'하는 것
자기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존감과 (외현적) 자기애는 어떻게 다를까? 먼저 각 개념의 일반적인 정의는 위와 같다. 어떤 느낌이 드는가? 어쩌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 '존중'에는 흔히 '사랑'이 따라오기 마련이며, 그 반대도 흔한 일이니 말이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자존감과 자기애 간에는 유의미한 정도의 양적(+) 상관관계가 있다. 두 개념이 칼 같이 구분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두 개념 간의 상관성이 완전히 일치(r=1)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공유하는 지점이 있을 뿐, 결국 자존감과 자기애는 실제 특성이나 예후(?)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자존감과 달리 자기애가 높은 경우, 병리적인 함의를 가질 수 있고 대인 관계에서의 파탄 등 부정적인 영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할 수 있다.



여러분은 자존감이 높은가, 자기애가 높은가?



  자존감과 자기애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건강한 자존감 가꾸기에 방해가 된다. '이것도 자존감인가? 저것도 자존감이겠지' 별다른 생각 없이 이것저것 함부로 받아들이다 보면 왜곡된 자존감(이자 과한 '자기애')으로 변질되기 쉽다(괜히 심리학자들이 손상된 자존감이니, 취약한 자존감이니 하며 무분별한 자존감 추구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기애와 자존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기 심리학자들이 정리한, 몇 가지 항목들이 있다.


1. 자기 과장의 크기

  공통적으로 자존감과 자기애 모두, 자기 자신의 태도나 성격, 능력 등을 평균보다 높게 올려 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자존감은 어느 정도 실체적인 기반을 둔 과장이라면, 자기애의 경우 스스로 강하게 세뇌한 끝에, 논리의 비약을 거쳐 만들어 낸 허위의식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에 열심히 일해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하지만 문제는 그걸 올려 치는 정도가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자존감)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 왜? 이번에 학교 성적이 좋았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많다 등등

(자기애) 나는 무진장 뛰어난 사람이다 → 왜? 내가 낸 성과는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그게 바로 '나'다.



2. 자신을 올려 칠 근거가 부족할 때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한 발 물러설 줄 아는 자세를 보인다. 스스로에 대한 존경심은 유지하지만, 아직 내세울 만한 성과나 업적이 없는 경우, 겸손의 자세로 기꺼이 자신을 낮춰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기애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어떨까? 이들은 별로 해낸 것이 없더라고 결코 물러나지 않는다. 나의 우수성은 언제나 인정받아야 하는 것. 따라서 내세울 것이 정 없으면 과거의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인다. 더 나아가 과감히 '편법'에 손을 대기도 한다. 즉, 왜곡하거나 거짓말을 해서라도 근거를 만든다.


(자존감)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 근거는? → 아직 내세울 건 없지만, 내겐 소질과 가능성이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믿는다. 나는 해낼 자격이 있다.

(자기애) 나는 무진장 뛰어난 사람이다 → 근거는? → 나 예전에 엄청 잘 나갔거든.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봤어. (근거 없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야!



3. 나도 고귀하다 vs. 나만 고귀하다

  자존감과 자기애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하느냐에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는 한편, 그에 못지않게 타인 또한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로 여긴다. 너도 소중하고 나도 소중하니, 서로 존중하며 균형점을 찾자는 태도를 보인다. 반면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은 '타인'을 착취 대상이자 '들러리'로 여기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에게 타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내게 이용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이용가치가 있는 타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행동이라도 감수하며, 그렇게 가까워진 타인의 이용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된다면, 그 누구보다 무자비하게 내치고 만다.


트로피trophy 와이프wife/허즈번드husband 라고 들어봤는가?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의 대표적인 연애 방식이 바로 트로피 와이프/허즈번드이다. 트로피 와이프/허즈번드란 자신의 신분 상승이나 능력 과시 등에 이용하기 위해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가까이하는, 소위 '배경'이 좋은 연인을 일컫는다. 자기애가 높은 이들은 연애마저도 자기 고취에 활용한다. 만약 내 연인이 더 이상 화려해 보이지 않는다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에 비해 기꺼이 '갈아타기'를 결심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자기애에 관한 많은 심리학 연구들이 이를 입증했다.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은 상대 연인에 대한 충실도가 낮다. 그리고 대안적 선택(낯선 이성에게 플러팅)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이번엔 누굴 데리고 다녀볼까?



4. 위협에 반응하는 자세

  이토록 화려함과 자기도취로 무장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자기애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유독 '위협'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 물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라고 해서 자기self에 대한 도전, 위협에 늘 관대한 것은 아니다. 성과가 잘 나지 않으면 풀이 죽기도 하고, 지인과의 갈등에 슬퍼하기도 한다. 부정적인 경험이 반복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낮추기도 한다. 다만 여기에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 자존감 높은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이나 판단 등을 기꺼이 수용할 줄 안다는 점이다. 잘 안 됐으면 잘 안 됐다고, 내가 못났으면 못났다고 인정한 다음,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거나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날 모독하는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도전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날이 서 있다. 독자적으로 창조해 낸, 자신이 주인공이며 완전무결한 세상이 흠집 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나 반응 등에 대해 격렬하게 현실을 부정하거나, 왜곡하거나, 심각한 경우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상대방에 대한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 자기애와 관련된 이론 중에 Narcissistic Reactance Theory라고 있다(굳이 번역하자면 자기애적 반발 이론?). 자신에 대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격하게 저항하며, 공격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경향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인데, 그만큼 자기애가 높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강한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얼마나 '약한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정리해 보자. 건강한 자존감을 가꾸기 위해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1) 올려 치기에는 합당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적당한 자기 과시는 상관없다. 다만 어느 정도 실체적인 기반 하에 이뤄진 과시여야 자신도, 타인도 납득하기 원활하다. 

2) 여러분 못지않게 다른 사람의 자존감도 존중받아야 한다. 타인은 착취의 대상이 아닌, 자존감 네트워크self-esteem network, 즉 상호 연대와 협력의 대상이다. 

3) 자신에 대한 비판에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말자. 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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