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대학원에 입학하려면 어떤 스펙들이 필요할까? 다음의 항목들이 있을 수 있겠다. 저 밑에 없는 스펙들도 더 있겠지만 아마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량 스펙이 저 밑의 리스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여러분이 대학원 입시를 생각 중이라면, 아래 항목들을 살펴보며 자신의 조건을 점검해 보자.
출신학부
- 자대생이냐, 타대생이냐
- 명문대냐, 아니냐
- 국내 대학이냐, 해외 대학이냐
- 학은제, 독학사, 편입이냐, 아니냐
전공
- 심리학과 전공인가, 아닌가
- 심리학 유관 전공인가(교육학, 상담학 등), 아닌가
학점
- 높은가, 낮은가
- 심리학 과목들의 학점은 어떤가
나이/직업
- 20대인가, 30대인가, 40대인가
- 학생이었는가, 직업인이었는가
영어
- 공인영어성적이 있는가
- 말하기/듣기/쓰기/읽기 역량은 어떤가
통계 능력
- 통계학 공부를 했는가, 아닌가
- 통계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가
- 통계 프로그램 돌릴 줄 아는가(SPSS, R, SAS, AMOS, Python 등등)
필자는 심리학 대학원 입시 진학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일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심리학 전공자의 길을 꿈꾸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오직 학부 때 심리학과만 생각했고, 당연히 심리학 대학원에 갔으며, 졸업 이후 심리학 전문가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심리학의 매력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이렇게 함께 심리학도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즐겁다.
비전공자인데 대학원 입학 가능할까요?
저는 학점이 낮은데, 대학원 포기해야 하나요?
나이가 좀 많아서 내가 괜히 욕심부리는 건가 싶어요.
저는 통계 이런 거 정말 못하는데, 심리학은 안 되겠죠?
현실적으로 제 조건을 갖고도 상담가가 될 수 있을까요?
심리학 대학원 입시 관련 고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정량적 스펙에 대한 우려이다. 전공이 다른데, 학점이 낮은데, 좋은 대학을 못 나왔는데, 학점은행제인데, 편입인데, 나이가 많은데, 심리학 하나도 모르는데, 통계 어려운데, 그럼에도 심리학 대학원에 가는 것이, 졸업 후 전문가가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대해 필자는 당연히 '가능하다'라고 답변을 한다.
물론 현실적인 장벽이 없다는 건 아니다. 일반대학원 > 특수, 전문대학원일수록, 소위 '명문'이라고 불리는 곳일수록 경쟁이 치열하고 그만큼 스펙의 허들이 높다. 입학도 안 했는데 논문에 익숙해져야 하고, 영어 원서는 그냥 읽어야 하며, 연구 계획서도 잘 써야 하고, 학점도 높아야 하고, 심리학 지식도 많이 갖춘 상태여야 한다. 따라서 다른 입시 준비생에 비해 본인의 정량 스펙이 현저히 부족하다면, 유명한 곳에 들어갈 가능성이야 당연히 낮아질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많은 사람들이 정량 스펙의 부족을 이유로 심리학 대학원 진학을 단념하고 만다는 점이다. 물론 이해한다.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들어가니까. 그리고 속칭 '지잡대학원'보다 '명문 대학원'이어야 사회에 나가서도 알아주고, 인맥도 좋고, 수월하게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나 단언컨대 그런 생각은 틀렸다.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명문 대학원 학위 얻기가 아니다.
정량 스펙이 너무 부족해 보이는가? 만약 필자라면 여러 대학원 리스트를 놓고 원서를 '난사'할 것이다(물론 학교마다 입시 전략은 다르게 할 것이다. 교수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받아주는 곳이라면 일단 어디든 들어가서 기회를 잡을 것이다. 어차피 심리학 전문가가 되기로 한 이상, 내게 주어진 길은 일단 학계에 발을 걸치는 것,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리학 대학원을 준비하는 여러분의 최종 목표는 '홀로서기'여야 한다. 어느 대학원에 가더라도 그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 혼자서도 연구를 진행하며, 심리검사도 할 수 있고, 상담이나 코칭도 할 수 있고, 보고서를 쓸 수 있으며, 자신만의 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전문가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여야 한다. 홀로서기도 못한 채 단지 학위만 갖고 있다면 그저 속빈 강정일 따름이다. 심리학 전문가 필드는 여러분의 생각 그 이상으로 실력이 대부분을 결정하는 사회이다.
그렇게 본다면 사실 대학원 간판 따위는 부차적이다. 어디에 있든, 심리학 석박사 학위는 나온다. 그리고 어디에서든 전문가로서의 기본 소양들을 터득할 수 있다(논문 읽는 법, 연구 방법론, 심리검사 활용법 등). 그리고 마음만 먹는다면 논문이든, 학회이든, 수련이든 기회는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정량 스펙이 낮다고 해서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심리학은 인기 있는 학문이고, 기존에 심리학과가 없던 대학에서도 점차 심리학 관련 학위 과정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많고 많은 심리학 대학원 가운데 여러분이 갈 곳이 하나라도 없겠는가? 필자를 믿어라. 분명 어디엔가 여러분의 자리가 있다. 어디든 들어가서 열심히 하면 된다. 학부와 달리 대학원은 '학벌'로서의 가치가 그렇게 대단치 않다. 남는 건 여러분의 실력뿐. 아무리 명문 대학원이어도 놀겠다고 마음먹으면 그 누구도 여러분의 실력을 키워주지 않음을 기억하자.
심리학 대학원 입시 준비를 돕는 네이버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무엇이든 물어보러 오세요. 직접 답변해 드립니다.
→ 사이콜로피아: 심리학 대학원 진학하기(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