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대학원을 생각한다면 알아둘 내용
대학원 진학 시, 학교 네임밸류와 교수님 중 무엇을 더 우선해야 할까? 사람들이 흔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교 네임밸류'다. 왜? 예전에 대학 갈 때 학교 네임밸류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A: 너 이번에 수능 성적 잘 나왔다면서?
B: 네 맞아요. 다행히 원하는 곳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A: 원하는 곳 어디? SKY 중 하나겠지?
학부 입시에서는 그렇다. 학교마다 다양한 특색이 있고 장단점이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성적 내에서 갈 수 있는 가장 네임밸류 있는 대학을 고른다. 바로 이것이 이유일 것이다. 이 기준이 워낙 굳혀진 탓인지, 대학원을 갈 때도 자연스럽게 먼저 떠오르는 기준이 바로 학교의 네임밸류다.
대학 갈 때도 그랬으니, 대학원 갈 때도 역시 명문대를 가야겠지?
하지만 대학원은 조금 사정이 다르다.
여기에는 다음의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아무리 좋은 학교에 가더라도 교수님과의 합이 잘 맞지 않으면 대학원 진학은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뭐니뭐니해도 교수님의 실력이 좋아야 하고, 여러분을 가르쳐주실 시간이 충분해야 하며, 여러분의 관심사와 교수님의 관심사가 서로 일치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교수님의 인품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학위 주는 건 결국 교수님 마음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교수님-대학원생 간에는 갑-을 관계가 성립하기 쉽고, 이 점을 악용하는 교수님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학부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학생들의 실력은 거기서 거기다. 학부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개론 수준에 지나지 않으며, 거기서 A+을 받는다 한들 필드에서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취업 장면에서 인사담당자는 개개인의 실력보다는, 학교 간판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물론 학점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학점은 개인의 성실성을 예측하는 중요한 인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학점이 높다 해서 =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면 대학원은 어떨까. MBA와 같은 특수한 곳을 제외하면, 특히 심리학 대학원의 경우 여러분의 실력이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저 대학원 간판 따러 진학하려는 것이라면 보따리 싸들고 말리고 싶다(게다가 세상 사람들은 '학부'를 학벌로 친다, 대학원은 학벌로 잘 쳐주지 않는다).
여러분이 대학원에서 익혀야 하는 것은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이다. 대학원 나와서 뭘 할 건가? 간판 들고 취직할 건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은 전문적인 실력을 바탕으로 개업을 노리든, 더 상위 전문 직종을 가기 위한 목적일 것이다. 피 같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 기껏 대학원에 진학했다면, 거기서만 익힐 수 있는 전문적인 영역을 갈고닦는 것이 가장 최선이다. 국내외 논문을 읽고 소화하는 능력, 스스로 연구 주제를 뽑아내는 능력, 연구 결과를 응용하는 능력, 무수한 현장 실습과 자기 수련 등등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잘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대학원이 여러분에게 가장 잘 맞는 대학원이다.
물론 명문대학일수록 규모도 있고 돈도 있다 보니 장학금 제도, 연구실 사정 등 여러 면에서 더 우월할 가능성이 높다. 학부와 마찬가지로, 대학원 역시 명문대학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는 점을 필자도 인정한다. 하지만 명문대학, 특히 대규모로 학생을 선발하는 연구실도 단점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 대학원은 교수님-학생 간 도제식의 1:1 관계가 중심이다. 그런데 학생이 많다면? 자연스럽게 교수님이 1명의 학생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필자의 지인은 S대 일반대학원 상담심리 전공으로 석사 입학을 했다. 필자가 나온 대학원 연구실과 비교하면 규모도 크고 학생도 정말 많은, 대형 랩실이었다. 3학기를 마쳤을 즈음, 해당 지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당시 그 지인은 고민이 많은 듯했다. 다른 학생들이 많은 데다, 교수님은 바쁘고 한 분뿐이어서 본인에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학기는 점차 쌓여가는데 그다지 성장한 것도 없고, 이뤄놓은 것도 없어서 '내가 여기서 뭘 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 번이라도 더 교수님께 저 좀 봐달라고, 기회 좀 달라고 찾아가고 사정하는 것도 이젠 지쳤다는 말도 했다.
반면 필자는 어땠을까. 그에 비하면 소규모 연구실에 소속되어 있던 필자는 정말 분에 넘치게도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었다. 논문 쓸 일도 정말 많았고, 이런저런 실험에 참여할 일도 많았고, 교수님과 1:1로 면담하며 지도받을 일도 많았다. 그만큼 몸과 마음이 바쁘고 고달팠지만,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신의 실력이 쑥쑥 성장하는 기분이 크게 느껴졌다.
정리하면, 대학원 입시에서는 학부 때와 달리, 학교 네임밸류의 영향력이 낮다고 할 수 있다. 학벌 세탁 목적으로도 곤란하며, 자칫 학교 네임밸류만 좇았다가 교수님과 자신이 잘 맞지 않는다? 속된 말로 약 2~3년 간 지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실제로 연구실 분위기나 교수님과 성향이 잘 맞지 않아 자퇴하는 사람도 부지기수임을 잊지 말자)
- 여러분과 연구 주제가 잘 일치하는 교수님을 찾자.
- 사전 컨택을 통해 교수님과 직접 만나보고, 어떤 사람인지 가늠해 보자.
- 가능하다면 현재 연구실에 다니고 있는 대학원생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
- 학술대회 등 찾아다니며 교수님과의 접촉을 늘려보자.
여러분의 연구실에서의 성패는 결국 교수님이 쥐고 있다. '교수님'에 집중하여 입시 전략을 짜야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추가: 특수대학원은 수업 위주니까 덜 하지 않겠냐고? 그렇지 않다. 논문 과정을 밟게 된다면 교수님의 중요성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그 외에도 교수님이 여러분과 관심분야가 잘 맞아야, 수업 중 질의응답 등을 통해 더 자세히/전문적으로 지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