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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동기 잘 쓰는 법

자기소개서 분석관이 말하는 '지원동기'에 대한 감상

여러분은 지원동기, 써보셨나요?



대학(원)갈 때, 취업할 때 아마 많이들 써보셨을 것으로 짐작된다. 필자는 여러분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다음의 단골 항목들이 있을 때, 어느 파트 작성이 가장 어려웠는지 말이다.


지원동기

직무/전공 경험

성격의 장단점

팀워크 경험

도전 경험

창의성의 발휘

인생의 가치관

윤리사항

향후 계획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그 무엇보다 '지원동기'가 어려웠다. 다른 부분은 늘 써오던 게 있으니, 그냥 날 보여주면 되니까 금방 쓴다지만 저 지원동기라는 부분만큼은 쓸 대마다 고민이었다. 마치 혼자만 '정답'이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취업 준비 때를 떠올려보자. 사실 다른 부분들은 어느 정도 복붙이 된다. 지원 업계만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력서/자소서 낼 때마다 써먹고 또 써먹으면 된다. 하지만 지원동기만은 그렇지 않다. 회사마다 다 다르게 준비해야 하니, 가뜩이나 취업도 잘 안되는데 지원동기를 마련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고역이었다.



여기, 자기소개서 수십만 개 읽어본 사람 있는가?



필자는 웬만한 사람들은 해보지 못할, 정말 흥미로운 경험을 해봤다. 일전에 채용 평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회사들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는 자기소개서를 직접 읽고 분석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본 자기소개서만 해도, 적어도 수십만 개는 되었던 것 같다.


그 모든 자기소개서를 빠짐없이 다 꼼꼼히 읽어봤다는 건 아니지만(그거 다 읽으려면 내 인생 수십 년이 날아갈 것 같다…), 내가 데이터 분석/모델링을 위해 다룬 건 백만 건 이상, 케이스 연구한다고 꼼꼼히 읽어본 건 최소 몇만~수십만 건은 된다고 자부한다. 그야말로 정말 다양한 업종/회사들의 자기소개서를 접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지원 자소서는 물론이고,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지원 자기소개서들까지 모조리.




자기소개서 연구원이 본, 지원동기의 특징


만약 내가 인사담당자였고, 저 많은 자기소개서를 읽고 지원자를 뽑는 업무였다면 별로 재밌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역할은 연구원이었고, 저 많은 자기소개서들 속에 숨은 지원자들의 공통적인 패턴, 특징 같은 것을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지원동기'란 도대체 뭘까, '지원동기' 속에는 그 사람의 무엇이 담겨 있는가, 고민하는 일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보게 된 여러 자기소개서들은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그 당시 자기소개서들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상들을 남겨보려 한다.

지원동기,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워하는지를 말이다.



1) 지원동기가 제일 짧다.

자기소개서 수십만 건을 놓고 통계를 돌려 보면, 자기소개서의 다른 부분들보다 유독 지원동기 부분만이 평균 글자 수가 짧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항목마다 글자수 제한이 다르지 않냐고? 보정해도 마찬가지다. 글자수 제한까지 꽉 채운 경우를 100%라고 할 때, 완전 작성률이 가장 낮은 부분은 단언컨대 지원동기다. 사람들이 지원동기 란을 보며 얼마나 한숨을 내시며, 막막해했을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2) 지원동기가 제일 가독성이 떨어진다.

지원동기 작성이 어려웠을 또 다른 이유. 평가자가 읽기에 지원동기 파트가 가장 가독성이 떨어진다. 억지로 분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다 보니 중언부언,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의 향연이다.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읽고 평가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지원동기만큼 변별력도 떨어지고, 가독성도 낮아 괴로운 파트가 없었다.


3) 가장 정형화되지 않은, 날 것의 반응을 만날 수 있다.

성격의 장단점, 직무 경험, 가치관 등 질문-답변과 달리, 유독 지원동기 질문에서는 사람들의 답변이 하나로 모아지질 않는다. 중구난방, 제각각, 사람마다 들이는 정성이나 노력도 다 다르다. 때문에 다른 파트에 비해 '지원동기' 파트에 평가 기준을 만들고, 점수를 매기고, 줄을 세운다는 것이 유독 어렵게 느껴졌다.



연봉/복지가 마음에 들어서

OO회사의 비전에 공감해서

OO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어떤 업무와 자신이 관련 있다고 느껴서

전공을 좇아서

OO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서

OO회사의 인지도, 명성을 좇아서

OO회사의 협력적 팀 문화 때문에

OO회사의 광고가 어렸을 때 무척 인상 깊었어서

OO회사의 제품을 자주 사서 쓰고 있어서

OO회사의 인재상이 본인과 잘 부합해서

모두가 선망하는 OO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OO회사의 사회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OO회사에 다니던 지인의 추천이 있어서



4) 지원동기에 유독 동문서답하는 답변이 많다.

'지원동기'에 대한 사람들마다의 해석이 크게 다른 것 같다. 직접적으로 지원동기를 가리키지 않는, 엉뚱한 답변들도 정말 많은 편이다. 지원동기에 사람들이 막 성격의 장단점을 쓴다. 가치관에 대해서도 쓰고, 어렸을 때 있었던 일도 쓴다. 따로 쓰라고 질문이 뒷부분에 있음에도 지원동기에다가 팀워크 경험을 쓰고, 자발적/도전적 경험도 쓴다.



결론: 진짜 잘 쓴 지원동기라는 게 뭔지 모르겠다.


지원동기를 잘 쓴다는 게 뭘까? 직무 경험/성과를 묻는 다른 부분에서라면 정량적인 수치라도 갖다 댈 수 있겠지만, 지원동기라는 건 도대체 어떻게 그 진정성을 계량화해야 한단 말인가. 지원동기만 보고 '합격', '탈락'을 논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이 일을 해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기업들에서는 지원동기를 통해 개개인의 로열티, 즉 회사에 대한 (미래의) 충성심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차라리 인성검사를 통해 인내심이나, 얼마 전에 핫했던 그릿GRIT 같은 거나 측정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은 살면서 예정에도 없던 손님을 맞이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집에 혼자 있는데 왠 낯선 사람이 갑자기 초인종을 누른다던가, 회사에서 일하는데 출입문 근처에서 기웃거리는 모르는 사람이 있다거나 등등. 처음 낯선 사람과 대화하며 여러분은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저기, 누구신가요?

여기를 어떻게 알고 오셨죠?

어떻게 찾아오시게 되었나요?



필자가 생각하기에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란 딱 이 정도 의미다. 손님을 맞이하는 입장에서 으레 드는 궁금증일 뿐이다. '우리 회사를 어떻게 알고 지원했을까?', '우리 회사가 어디가 좋아서 지원을?',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을까?', '이 사람 누구지?' 그냥 그런 궁금증이 '지원동기'라는 질문이 된 것이다. 간단한 호구조사. 아이스 브레이킹. 궁금증 해소. 그러다 뭔가 '진정성'이 느껴지면 선발에 우대. 그런 정도 아닐까. 그래서인지 요즘은 지원동기 란을 자기소개서에서 없애는 곳도 늘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용기가 생겼다.



지원동기 작성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난해하다는 것을 지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이미 프리랜서가 되어버린 필자에게 더 이상 지원동기를 작성할 일은 없지만, 가끔 주변 사람들이 지원동기 어떻게 쓰냐고 물어보고 막막해하면 필자는 구체적인 조언보다는 아낌없는 응원과 용기를 주고 있다.


내가 다른 사람들 지원동기 쓴 거 최소 수십만 개나 봤거든?
다 몰라. 그냥 다 헤매.

자기소개서의 경쟁력은 뒷부분에서 판가름 나게 되어 있어.
그러니 앞의 지원동기는 적당히 쓰고, 뒷부분에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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