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최근 인터넷에서 심리학에 대한 비판 댓글을 봤습니다

심리학은 빈약한 학문인가?

저는 종종 '심리학'을 주제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서치합니다. 예전에 대학원 다닐 때 느낀 건데, 맨날 같은 업계(?) 사람들 사이에만 있다 보니 도무지 '바깥의'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현실과의 접점을 잃지 않기 위해 심리학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그러던 중에, 한 커뮤니티에 오은영 선생님이 말씀하신 '타인에게 상처받을 때 대처법'에 관한 글과 댓글을 보게 되었지요.


https://m.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65960092


오은영 선생님의 견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막을 수 없는 시련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의 반응도 알지만 난 내 감정에 충실할래"

"언제나 중심에는 '나'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남들이 말한 대로만 살아진다면 그 인생이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를 싫어하는 그 사람의 마음(감정)은 주인에게 돌려주세요"

"남들이 당신을 싫어한다고 당신마저 당신을 싫어하지 마세요"

"내 것이 아닌 감정으로 힘들어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 내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비판 댓글이 있었습니다.



심리학 전공자로서 재반박을 해보자면... 사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은 댓글 쓰신 분의 생각과 달리, '그냥 하면 됨'이라고 하는 경우가 없습니다. 단기간에 '그냥 하라고 해서' 사람의 습관이 바뀌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실제로는 장기간의 체계적인 심리 치료/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험에서 쓰이는 단기적인 실험/처치법의 경우에도, '정말 효과가 있긴 한 걸까?', '이런 걸로 사람의 마음이 변화될 수 있나?' 이런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특별히 조작점검manipulation check이라고 해서, 연구 가설의 입증과는 별개로 '처치법' 그 자체가 제대로 들어갔는지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절차를 집어넣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이야말로 댓글 쓰신 분이 말씀하신 대로, '내가 왜 그런 기분이 들고 어떻게 하면 이걸 잘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하고 실행'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도대체 인간들은 왜 이럴까'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심리학자이지요. 심리학 논문들을 보면 가장 먼저 이론적 배경부터 깔고 들어가잖아요? 바로, 인간이 왜, 어째서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되는지를 설명해 보기 위해 이론을 동원하게 되지요.



다만 댓글 쓰신 분께서는 '환경을 봐(바)꾸면 태도도 봐(바)뀌는 것처럼', '프로그램 해킹하듯이 명령해야 제대로 작동함'과 같은, 인간에 대한 나름의 관점을 어필하셨는데 무척 훌륭한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의 경우 사회심리학social psychology의 가장 기초적인 전제(인간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 사회적 존재이다)이며, 후자는 행동주의 심리학behaviorism의 기본 가정을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실 심리학에 대한 이런 오해가 생겨나는 데에는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자들이 방송에 나와서 이론 이야기하고, 심리적 메커니즘 이야기하고 그럴 틈이 어디 있겠습니까. 방송 분량은 제한되어 있고, 자극적이어야 하고, 쉬워야 하고, 단기적인 해결책에 집중해야 하니까 그냥 원인 건너뛰고 솔루션 위주로 방송을 하게 되는 거죠. 결과적으로 미디어 심리학에만 익숙해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심리학자들이 그냥 '이래라저래라' 하는 잔소리꾼으로 보이게 될 수밖에요.



솔루션만 듣고 보면 딱 요런 감상 아닐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전형적 게으름뱅이 VS. 교묘한 게으름뱅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