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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간 감사일기를 써본 실제 후기

진짜, 뭐가 달라지는지 궁금하신가요?

감사일기, 그게 좋다며? 근데 잘 와닿진 않아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싶은가? 인생이 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는가? 그렇다면 심리학자들이 권하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감사일기 쓰기에 습관을 들이는 거다.


그런데 고백하자면 사실 나는 감사일기의 장점을 '이론'으로만 알고 있었다. 감사에 관한 심리학 논문들만 열심히 읽었고, 강연에서는 사람들에게 '감사일기를 써보시라' 권했다. 마치 나는 이미 하고 있다는 듯, 예전에 감사하기를 주제로 칼럼도 몇 개 썼다.


https://brunch.co.kr/@yonghheo/354


https://brunch.co.kr/@yonghheo/182


심리학자들이 하도 좋다고 좋다고 해대는데, 나는 그저 '사람들이 왜 이걸 안 쓸까?' 이런 생각만 했지, 정작 '내가 그걸 써 봐야겠다'는 생각은 예전에 미처 하지 못했다. 이런 걸 두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는 걸까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났다. 이론적인 거 말고, 진짜로 감사일기를 쓰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궁금해진 것이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겠다, 그날로 당장 딱 한 달만 감사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형식? 분량? 이런 것에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습관이라는 게 몸에 배기가 워낙 어려운 것을, 쓸데없이 제약을 두었다가 30일 채우지 못하고 그만둘까 싶어서였다.




감사일기 30일 쓰고 난 리얼 후기


1) 가장 큰 장벽은 '낯간지러움'

30일 중에 처음 며칠이 가장 어려웠다. 귀찮아서? 뭐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어차피 짧을 때는 1~2줄만 써도 된다고 마음먹고 있었으니 생각보다 귀찮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낯간지러움', '오글거림'이 내겐 가장 큰 장벽이었다.


평소 주변에 고맙다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글로 남기는 것이었지만, 그래도 이러저러해서 고맙다, 감사하다 라고 글을 쓴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래서 처음 감사일기를 쓸 때는 자세하게 쓰지 못했다. 가능한 무미건조하게 썼다. 고...고....고마....ㅂ다고!! (츤데레도 아니고 원). 


그래도 계속 쓰다 보니 희한하게도 낯간지러움이 좀 가셨다. 게다가 글이라도 누군가에게 고맙다고 하는 게 익숙해지니까, 일기가 아닌 실제 그 사람 앞에서도 '감사하다'라고 말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기는 게 아닌가. 부모님한테, 아내한테, 주변 친구들한테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도 꺼내보고 그랬다. 상대방은 적잖게 당황스러워했지만(...) 그래도 기뻐 보였다.



2) 낙관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

감사일기도 소재고갈을 피해 갈 수 없다. 며칠 쓰다 보면 이제 더 이상 '감사할 구실'이 없어진다... 오늘은 또 누구에게(무엇에게) 감사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며 머리를 굴리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런 고민하는 시간들이 내 성향 변화(?)의 밑거름이 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감사할 없나~ 하고 찾다 보니 평소라면 감사했을 일도 새삼스럽게 감사한 일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감사일기를 한 달이라도 꾸준히 쓴 지금은, 한 달 전에 비해 관찰력이 향상되었음을 느낀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고마운 일도, 감사한 일도 많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나의 낙관성이 더 커진 것 같다.



3) 이 세상의 의미에 관해 생각하다

여러분도 잠시 눈을 감고, 감사할 대상을 찾아보자. 예상하건대 십중팔구 '사람'을 떠올렸을 것이다. 감사일기를 쓰던 초반에는 나도 그랬다. 부모님, 아내, 딸 아이, 친구들, 전현직 직장동료, 기타 지인들 등등... 한 명 한 명씩 떠올리며 감사할 일을 찾았다.


근데 감사할 사람이 다 떨어지니(?) 이제 사람이 아닌 대상에게서 감사할 일을 찾아야 했다. 새삼 내가 건강하다는 게 감사하고, 오늘도 무사히 감사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생명의 위협 없이 평화로운 내 주변 환경에 감사했고, 내가 보고 듣고 사용하는 물건들 하나하나에도 감사한 마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 → 사물, 환경



감사 대상의 확대는 엄청난 변화다. 세상을 보는 시각, 관점이 달라졌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흔히 어떤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두고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부르짖지만 의외로 '인식의 변화'라는 건 그리 쉽게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감사일기라는, 비교적 사소한 노력만 했을 뿐인데도 인식이 변화되었음을 몸소 체험한 것이다.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준 감사일기에 감사하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감사일기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니, 나는 조건 없이 이 글을 읽은 여러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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