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치사한 밥벌이 - 3

by 노용호

미래는 저번처럼 지하철 입구에서 미영을 맞이했다.


"춥지도 않아요? 역 안에 들어와 있던지 어디 식당으로 부르지"


"방금 나왔거든. 얼른 가자 춥겠다."


방금 나왔다는 말과는 달리 미래의 콧등을 빨개져 있었고, 앞장서 서둘러 걷는 모양이 제법 기다린 모양이었다. 미래는 근처 포장마차 트럭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듯 떡볶이 2인분과 꼬마김밥 10줄 어묵 4개를 주문했고, 사장님은 여자 둘이서 그렇게 많이는 못 먹을 텐데라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셨다. 여기에 미래는 못 먹으면 이고 지고 갈 거라며 장난스레 으름장을 놓았다. 사장님은 미래의 으름장에 호승심이 생겼는지 누가 봐도 2인분은 넘치는 양만큼 떡볶이를 담아주셨다. 이에 미영은 누가 이기나 봅시다라고 말하듯 장난스레 눈을 흘기며 받아 들었다. 미영은 미래가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다. 미영도 적게 먹는 편은 아니었지만 미래는 웬만큼 덩치가 산만한 남자들 보다도 더 많이 먹었다. 미영의 생각을 읽었는지 미래가 말했다.


"점심 못 먹었어. 그래서 배 많이 고팠다고. 얼른 너도 먹어. "


"먹은 거 다 어디로 들어가요? 삐쩍 말라가지고 어디 넣을 데도 없어 보이는데"


"살로 안 가면 똥으로 나오겠지"


"아! 언니! 먹는데! 진짜"


미래는 미영의 반응이 재밌다는 듯이 깔깔대며 웃었다. 미영도 미래를 따라 떡볶이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청양고춧가루를 쓰는지 한 입에도 맵기가 입안에 돌았다. 미영이 딱 좋아하는 매운맛이었다.


"어때 괜찮지?"


"응, 이렇게 맛있으면 또 먹지 "


둘은 눈앞에 쌓인 음식들을 해치우는데 집중을 했다.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어느 정도 바닥을 드러냈다. 꼬마김밥 두 줄과 어묵 하나, 그리고 떡볶이에 파가 남았지만 둘은 눈빛으로 마무리를 해도 좋다는 사인을 교환했다. 남은 김밥 두 줄과 어묵 하나에서 사장님은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띠었다. 미래는 사장님의 미소에 화답이라도 하듯 꼬마김밥 남은 거 킵이라고 외치며 만 원짜리 두 장을 내밀었다. 미영은 부랴부랴 지갑을 꺼내며 오늘은 자신이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미래는 넣어두라는 아저씨 제스처를 취한 뒤에 사장님 손에 만 원짜리 두장을 꼭 쥐어 드리며 잔돈을 됐고 다음에 와서 김밥 두 줄 더 주셔야 한다며 눙치며 돌아섰다.


미래는 곧바로 자신의 회사로 미영을 안내했다.


"여기야"


3분을 걸어 도착한 곳에는 멀끔한 빌딩 꼭대기에 HSH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기가 언니 회사예요?"


"응, 아직 성장 중인 회사라 좀 작아. ㅎㅎ"


라는 미래의 말과는 달리 회사는 제법 규모가 있어 보였다.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8층 규모의 사옥, 그 건물 전체를 1층을 제외하고 HSH라는 회사가 모두 사용하고 있었다. 미래는 미영에게 춥다며 빨리 들어가자고 재촉했다. 미래는 4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을 눌렀다.


"세미나 장이 꼭대기예요?"


"응, 전망이 제일 좋은 곳이야 이 시간쯤에는 야경이 예쁘지"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세미나장에는 20~30명 정도의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미래의 말대로 세미나 장에서 창으로 바라본 야경은 일품이었다. 이래서 꼭대기 층을 회장님들이 사용하는 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렇게 좋은 전망을 세미나장으로 양보한 대표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다.


미래는 미영을 짐 보관소로 데려갔다. 짐 보관소 직원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미래는 미영의 짐을 자연스레 맡기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미영을 세미나 장 안으로 이끌었다. 다른 세미나를 다녀 본 적이 없던 미영의 눈에도 꽤 활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세미나장 안은 활력을 띄었다. 세마나 장 안쪽으로는 단상이 있었고, 단상 뒤 상단에 단단하게 고정된 현수막에 넌 'HSH, Your Success Starts Here!'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여기저기 신기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는 미영을 두고 미래는 먹을 것 좀 챙겨 오겠다며 나섰고, 혼자 남은 미영은 최대한 티 안 나게 사람들을 관찰했다. 미영이 보기엔 참가자의 반 정도는 이미 이곳을 알고 있는 유 경험자 또는 직원들로 보였다. 미영처럼 새로 온 사람이 얼마나 될지 주변을 쭈뼛거리고 있을 때 미래는 각종 빵과 과자를 한 아름 안고 손에는 커피 두 잔을 든 채로 돌아왔다. 미영은 떡볶이를 그렇게 먹고 또 먹을 수 있냐며 진심 묻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는 질문을 던졌고, 미래는 별로 아니라는 듯이 못 먹으면 이고 지고 가면 되지라며 눙쳤다.


미래가 자리에 앉자 잠시 후 단상에 누군가 올라왔다. 많이 봐줘야 40대 초반, 어리게 본다면 30대 중반 정도 됐을 법한 외모에 한껏 멋을 부려 넘긴 올백머리와 약간 타이트하게 맞춰진 슈트, 번쩍번쩍한 장신구와 구두로 한 껏 멋을 낸 이는 자신을 HSH의 대표라고 소개했다. 곧이어 대표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 누리고 있는 것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사는 곳은 한남동 어디에 저택에 살면서, 차는 롤스로이스를 탄다고, 기사가 있으며 한 달에 세금을 몇 역씩 낸다는 소리를 하면서 말끝마다 은근슬쩍 왼팔을 들어 왼쪽 손목에 딱 맞게 차여 있는 고급 시계를 들어냈다. 미영은 왜 자신이 이 자리에 와서 이런 얘기를 듣고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며 미래를 쳐다봤다. 미래는 몇 번씩이나 들었을 이 고까운 소리를 초롱초롱 맑은 눈으로 듣고 있었다. 미영은 미래의 태도에서 그래, 뭔가 더 들어볼 만한 것도 나오겠지라며, 자신이 너무 삐뚤어진 게 아닌가 반성을 하며 마저 남은 세미나에 집중했다.


대표는 자신이 처음부터 이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곧 뒤편 스크린에서는 초라한 반지하 원룸의 이미지가 보였다. 자신이 불과 5년 전까지 살았던 곳이라 했다. 그리고 자신의 불우했던 환경과 삶을 포기하고자 마음먹고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자신의 손을 잡으며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자신을 이끌었던 은인의 이야기 너무도 뻔해 듣기도 전에 다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 여러분도 이 모든 것을 해낼 수 있고,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습니다."


라는 대표의 말에 세미나 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와 함성으로 채워졌다. 옆을 보니 미래도 손을 버리 위로 치켜들면서까지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의 맑고 초롱초롱 빛나던 눈에서는 눈물도 보이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미영은 어딘가 오버스럽다는 생각을 했지만 미래가 이렇게까지 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마저 세미나를 들어보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HSH라는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소개되었다.


"여러분, 왜 우리는 실패할까요?"


라는 말과 동시에 스크린에 지옥철에서 낑낑대는 직장인들의 이미지와, 야근으로 밝혀진 사무실, 월급명세서 같은 이미지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지겨운 것들을 반복해야 할까요? 평범한 직장인은 40년을 일해도 자기 집 하나 사기 힘듭니다. 왜 그럴까요?"


그가 질문을 던지고 잠시 멈췄다.


"바로 시스템 때문입니다!"


스크린이 바뀌었다. 피라미드 그림이 나타났다.


"이게 우리 사회의 진짜 모습입니다. 위에 있는 1%가 모든 부를 가져갑니다. 밑에서 일하는 99%는 평생 쥐꼬리만큼 받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박수를 보냈고, 미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표는 또다시 뜸을 들였다. 그리곤 다시 한번 번쩍이는 롤렉스가 차여진 왼손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되어야 합니다!"


세미나장은 또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번에는 미영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0화너무도 치사한 밥벌이 - 2